"구절양장 고령군 들꽃마을, 다가 설수록 자꾸 멀어지듯 마을에는 들꽃같은 사람들이 민들레 씨방에 앉아 날아다니며 꽃술 따서 밥 해 먹고, 동두께미 밥솥에 풀잎 따서 찬 만들고 머리엔 초롱꽃 꽂고 천사같이 살 것 같아." <이상규 시 '들꽃마을' 중에서>
지역문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국립 국어원' 원장으로 가신 이상규 교수님의 시집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의 시 한 편이 나에게 잊힌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10여 년 전쯤 직원의 권유로 고령군 우곡면에 있는 들꽃마을에서 어설픈 봉사활동을 했다. 그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 공동체를 만났다. 들꽃마을은 한센병 환자들의 마을이었던 곳에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당한 정신지체 장애인, 아니 들꽃 같은 사람들이최영배 신부님과 오순도순 모여서 살아가는 소중한 가족 공동체였다. 너무나 인상적인 이 공동체를 돕고 싶어 '들꽃마을 돕기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다.
순박하고 해맑은 웃음, 언제나 행복한 들꽃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연 중간에 나갈 때 400여 명의 관객은 뜨거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그날의 감동을 간직하며 이들과 소중한 만남을 의미있게 계속 가져가기를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위선이 앞서고 권력과 금전 만능주의에 물들어 세상 속을 살아가면서 오랜 세월동안 순수를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이 서글퍼진다. 진정 우리의 소중한 삶의, 사랑의 메시지를 주는 곳이 들꽃마을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