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죽겠는데 왜 지금 왔어! 이 자식들아!"
구조대를 발견하면, 박대장은 이렇게 버럭 소리를 지를 것 같습니다.
그게 박영석 대장이니까요.
네팔 카트만두엔 구조지원팀과 박영석 대장,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가족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루 하루 지날수록 힘들지만 그들은 아직 눈물을 흘리는 게 때이른 슬픔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박영석 대장은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하다는 도전에 스스럼없이 도전했고, 이뤄냈던...
박영석 대장은 산악 그랜드슬램을 최초로 달성한 세계 산악계의 영웅입니다. 산악 그랜드슬램이 도대체 뭐냐고요? 히말라야 산맥엔 8천미터 이상 봉우리가 14개가 있습니다. 이 곳을 모두 올라야 합니다. 지구엔 7대륙이 있고 대륙마다 7개의 최고봉이 있겠죠? 이 곳 역시 모두 올라야 합니다. 여기에 지구의 양극점인 남극점과 북극점을 걸어서 도달해야 합니다. 인간이 평생 이 모든 걸 해 낼 수 있을까요? 박영석 대장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 믿기 어려운 일을 해 냈습니다. 물론 영웅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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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박영석 대장을 따라 2007년 북극 베링해 횡단과 올해 초 남극 원정을 취재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그냥 천상 '산 사나이'입니다. 영웅이고 싶었다면, 지금껏 넘치도록 많은 것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마냥 도전에 나섭니다.
히말라야 산맥엔 3대 난벽이 있습니다. 천미터 가량 깎아지른 절벽으로 인간의 접근을 막는 곳입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 남벽, 안나푸르나 남벽입니다. 박대장은 현재 이 3대 난벽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09년엔 세차례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성공했죠. 성공한 직후일 겁니다. 술자리에서 물었습니다.
"형, 이 위험한 일을 왜 계속 해?"
제 주변에 참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던 겁니다.
그는 씨익 웃고 대답합니다.
"술이나 먹어. 할 줄 아는 게 그거야."
그게 형의 단순 명료한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박영석 대장 수색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주 네팔 카트만두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6일 가량 머물렀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유학재, 김형일 대장 등 1차 구조대가 닷새동안의 수색작업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원정 때문에 네팔에 머무르다 만사 제쳐두고 구조를 위해 달려간 분들입니다. 고소 적응 없이 5천미터를 헬기로 이동해 수색작업에 들어가 무척 힘들게 작업을 벌였습니다.
지금은 2차 구조대가 현장에 교체 투입됐습니다. 2차 구조대는 김재수 대장과 김창호 대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김재수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김창호 대장은 13좌 등정을 이뤄낸 국내 최고의 등반가들입니다. 그리고 구조 전문가 진재창, 강성규, 구은서 대원까지..
이들 모두 박영석 대장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산악계 선배, 후배들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영석 대장과 두 대원들이 가진 불굴의 의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박영석 대장, 신동민, 강기석 대원. 그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첫댓글 하루빨리 구조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직은 아직은 이르다고 보고 기다려 봅니다.......박영석 대장님의 무사귀환을 빌어드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보다는 좌절로...결국 대한산악연맹에서도 공식 실종으로...위령제까지 지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군요.
정말 대단한 산꾼이었는데...
언제까지나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는 멋진 산꾼으로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