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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를 사는 법
손미나의 알랭 드 보통 인터뷰
2014년 10월 29일
사랑, 여행, 예술, 건축 등 우리 삶 속에 늘 존재하는 본질적이고도 현실적인 소재들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통해 글을 써온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알랭 드 보통.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가 'The News-A User's Manual' (한국어판 제목 :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를 출간했다.
왜 하필 뉴스인가? 왜 지금인가? 뉴스라는 주제를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뉴스 읽는 법'이란 것이 따로 존재하는가?
무엇보다도 신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뉴스> 책이 발간된 후로 - 한국에는 아직 번역되기 한참 전이었지만 - 그는 영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 책에 대한 갖가지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강연도 진행한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어요. 우선 뉴스를 생산해내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죠. 전통적인 뉴스 에디터들은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어요.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야?'라는 식의 입장이었던 거죠.
그런가 하면 젊은 에디터들은 이렇게 반응했죠. '우리가 일하고 있는 세상은 만만치 않아요. 예전 것을 겨우 고수해 나가는 것만 해도 거의 투쟁에 가까운데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하라는 겁니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대중은 반응이 달랐죠. '생각해 보니 사실 미디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 자체가 없었군요. 우리가 도대체 뉴스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뭘까요?', 뭐 그런 식이었죠."
이러한 온도 차이는 어쩌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랭은 왜 하필 뉴스를 소재로 책을 쓸 생각을 했던 것일까?
"제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뉴스 소비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하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과거에 우리는 나트륨의 양이나 지방의 양 따위를 측정해가며 건강을 고려해서 음식을 가려 먹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무엇을 읽는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글을 계속 읽으면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뉴스야말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아예 미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현명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런 일들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작가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엄청나게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해봤자 50만부정도 아니겠어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매일 한 시간에 한 번씩 내보내는 소식을 소스로 갖고 있는 뉴스의 파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뉴스의 힘이 문학보다 훨씬 강력해졌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상주의자예요. 현재의 뉴스를 비판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미디어가 아주 건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반대로 잘못되고 부정적인 뉴스가 존재하는 사회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디어 회사들도 광고를 팔고 먹고 살아야 하지만 우리는 뉴스의 소비자로서 어떤 것을 흡수하고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건강을 생각해 음식을 골라 섭취하는 것처럼 뉴스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알랭의 비유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우리에겐 어쩌면 '뉴스 다이어트'가 필요한 때가 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 때문에 뉴스를 24시간 소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우리의 삶은 상당부분 뉴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알랭은 우리가 일종의 뉴스 지침서나 설명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냥 뉴스를 읽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생각한다면 제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죠. 마치 배고프면 밥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 뭐 그런 얘긴데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 삶과 기계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탄생은 인류의 의식에 완전한 혁명을 가져온 사건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소식이나 사건을 접하는데 손가락 한번 클릭하는 노력만 해도 된다는 점입니다. 내 삶과 상관없는 타인의 뉴스를 접하는 방식과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세상 일이 궁금할 때 신문 가판대를 찾아간 다음 돈을 주고 신문을 사서 읽거나 라디오 뉴스를 들었죠. 라디오 뉴스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끝나버리기 때문에 원치 않아도 그만 들어야 했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의 시간이 찾아오고 나의 가족, 친구,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뉴스라는 것이 예전에는 내 주변의 일들에 국한되어 있었고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 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이들에 관한 소식이 24시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수많은 뉴스 매체가 텔레비전, 라디오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삶을 침범하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진 겁니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문득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뉴스가 커다란 질문들에 대해 답하며 종교를 대신할 때 사회는 현대적이 된다는 헤겔의 말을 인용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뉴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식인이고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도 과거 중세 시대 성직자들이 했던 것처럼 대중과 사회 전체에 나아갈 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고 아니면 미쳐버리게 할 수도 있거든요.
무엇이 이 사회에 정말 필요한지, 사회악이 되는 것인지를 잘 판단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말 현명한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혜를 찾는다는 점에서 볼 때는 뉴스 메이커들이 거의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뉴스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나누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정보를 왜 나눠야 하는지'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슬프게 살거나 망하기 위해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은 잘 살기 위해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뉴스는 존재합니다. 모르는 누군가가 어떠한 재앙을 당해 죽었다는 사실을 왜 알아야 할까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뉴스룸에는 항상 '왜?'에 대한 명확한 답과 방향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이러한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경쟁적으로 뉴스를 생산해내곤 합니다. 그것이 문제이지요."
그런데 모든 것을 언론인들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도 무리 아닐까. 인터넷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 정말 치명적이다. 우리 저널리스트들은 생각할 시간이란 게 없지 않은가.
"맞아요.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아무도 생각할 시간이 없지만 의도적으로 잠깐 멈춰서 우리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뉴스 미디어는 사람들이 보다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본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혹시 제가 지구 온난화나 대단한 사회적 이슈만을 뉴스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저는 그 어떤 것도 뉴스가 되기에 너무 사소하거나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커트, 신발, 부띠끄 호텔, 자동차, 가장 맛있는 딤섬을 파는 맛집까지도. 어떤 뉴스이냐 보다는 왜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하는지, 다시 말하면 독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를 어디로 이끌고자 하는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죠."
그러나 독자가 원하거나 사회적으로 이로운 뉴스만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미디어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알랭은 어떻게 하면 현명한 뉴스를 생산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현명하면서도 뉴스 미디어가 경제적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에게 물었다.
"소위 말하는 '신중한 기자양반'들에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들 들어 이런 거죠. '나는 아주 진지한 저널리스트이고 지구 온난화에 대해 중요한 리포트를 썼는데 아무도 읽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내가 똑똑하고 독자들이 몽땅 바보이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태도는 문제가 있겠죠. 진실을 말하되 그 진실된 아이디어들을 섹시하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예술이지요.
삶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하는 사람들은 '나는 섹시한 전달에는 관심 없어. 바보 같은 짓은 하기 싫으니까'라고 잘난 척을 해대지만 그것이야말로 정말 바보 같은 소리고요.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어리석은 사람들은 '난 진지한 게 싫어, 진실이 뭐가 중요해. 새로 나온 신발에 관한 얘기나 재미있게 하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저의 꿈이라면,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각자의 진지함과 사람들이 흥미를 갖도록 만드는 기술을 합하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진지함과 흥미가 합쳐지는 뉴스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알랭 드 보통,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뉴스 매체는 무엇일까?
"저는 '이코노미스트'를 꼽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150년 역사 중에 1년에 딱 5명만 옥스포드, 캠브리지, 하버드, 예일에서 인재를 뽑지요. 그리고는 그들이 실전에 투입되어 최고의 뉴스를 생산해내기 전에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진정한 저널리스트 마인드를 갖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죠. 마치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듯 아주 깊게 말입니다. 질 높은, 그리고 인기도 많은 최고의 기사를 생산해낼 수 있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탄생을 위해서는 수준 높고 강도가 센 교육이 필수라는 것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지요.
이코노미스트에서 하는 얘기가 다 옳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들은 적어도 100년 후를 바라보는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의 흥미거리를 찾기보다는 진실을 얘기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들의 진지함을 진심으로 존경할 만합니다. 원래 뉴스란 그런 태도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의 언론은 저널리스트를 위한 트레이닝이나 언론의 비전, 일관된 방향성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너무 빨리 서둘러 뉴스를 생산하기에 바쁘거든요."
뉴스에 관한 알랭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일은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로웠다. 자신이 관심 있는 일에 대해서는 통제력을 완전히 잃고 쉴 새 없이 마구 이야기를 쏟아놓는 알랭은 그야말로 인터뷰에 완전히 몰입된 모습을 보이다 이따금씩 '내가 너무 말이 많죠? 미안해요.'라는 말을 반복하고 스파클링 워트를 한모금씩 마셨다. 이쯤에서 그는 Naseem Taleb(블랙 스완의 저자)의 '아무 뉴스도 보지 말라'는 충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누구나 뉴스를 볼 수밖에 없어요. 아무 뉴스도 보지 말라는 것은 마치 화도 한번 내지 말고 인생을 살라는 요구를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뉴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주어지는 뉴스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잠깐 멈추어서 물러선 후에 '이걸 만드는 사람이 누구지? 왜 내게 이런 말을 하지? 이게 모두 사실일까 과연?' 등의 의문을 가져보아야 하는 거죠.
그래야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올바르고 건강한 뉴스를 골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뉴스 미디어는 독자들을 아주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걱정마. 날 믿어. 내가 모든 진실을 말해줄게.' 라고 우리를 세뇌시키려 하죠.
그러나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는 '이 세상 어떤 뉴스 매체도 100퍼센트 진실만을 말할 수는 없다'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합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읽고 생각하는 것은 독자가 해야만 하는 일이고 권리이기도 한데 뉴스 매체들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해주려 합니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까지도 말이죠."
얼마 전 있었던 세월호 사건 때만큼 우리 사회에서 뉴스 메이커들에 대한 실망감과 문제제기가 강하게 표출되었던 때가 또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과연 재난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재난 뉴스를 접함으로 해서 사람들은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지구상에 있는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생각 못하지만 그런 뉴스를 봄으로 해서 인식하게 되죠. 바로 그런 이유에서 재난 뉴스를 접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충격입니다. '어쩌면 나에게도, 어쩌면 내일이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휴가를 떠난다고 좋아하며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충격적인 뉴스들이 있지 않습니까? 뉴스는 그 사고 혹은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넘어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사실 자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뉴스보다는 그것을 뛰어 넘어 우리의 삶과 미래. 행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가 그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뉴스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시민평균 나이는 40세. 고령화와 평균수명 연장에 기인한 현상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뉴스의 소비자도 이제 노련하고 세련된 세대가 주류라는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문법 대신 페이스북, 트위터, SNS로 빠르게 뉴스를 접한다. 온라인 미디어가 생겨난 것이 과거의 전통적인 미디어의 몰락과 직결되는 걸까?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것은 그러한 온라인 미디어들이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경쟁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독자가 뉴스를 선택하고 판단해 제대로 소화할 시간을 아예 주지 않게 되거든요.
그리고 저널리즘이 결국 예술이라는 것을 온라인 미디어들이 간혹 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진실을 전한다는 것이 결코 발가벗겨진 사진과 글을 싣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글을 정말로 '잘' 쓰고 '좋은' 사진을 실어야 독자들의 뇌까지 감동이 전해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아까 무슨 안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뭐더라? 어디서 비행기가 떨어져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데 어디였지?' 뭐 이런식으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진정 감동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저널리즘에는 예술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술을 직접적으로 저널리즘에 접목시키거나 기자들이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예술에서 분명 배울 것이 있다는 겁니다. 24시간 돌아가는 온라인 미디어 시스템에서는 뉴스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말과 사용하는 사진에 공을 들이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망각하게 되는데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새 주인이 된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작년 9월 WP의 미래에 대해 "종이 신문은 미래에 '귀중품(Luxury Item)'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아마존을 통해 보여준 혁신이 올드 미디어에 어떻게 접목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킨들 파이어라는 모바일 플랫폼과 양적 질적으로 강화된 콘텐츠라는 투 트랙 전략을 발표했다. 이렇게 종이신문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도약을 찾고 있지만, 종이책과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알랭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종이책이 미래에 없어질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종이신문은 완전히 없어지고 온라인 신문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종이책, 종이 신문은 언제나 존재할 것입니다. 라디오도 마찬가지이고요. 절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재치 넘치고 재미있는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의 플랫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에 상당히 오픈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폐해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인터넷 자체가 독이 될 수도 있잖아요. 폭력적이고 성적인 내용이 떠돌아다니며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도 볼 수 있고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가 본 한국인들의 모습과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인들은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인해서 지금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요? 지적이고 전통적이고 철학적인 한숨이 나오고 있지 않나요?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쩌면 한국인들은 누구나 인간이라면 꼭 질문하고 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이제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듯합니다.
제가 왜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가를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의미, 돈, 성공 등이 한국에서 아주 큰 질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까 제 책을 자꾸 읽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 젊은 남자들이 그런 것들에 매우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이라고 보여지고 그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빛의 속도'라 할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혁명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그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은 '안전벨트'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인생의 의미, 돈, 성공, 그리고 뉴스까지... 한국의 호기심 많은 독자들은 그가 제시한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호응하고 있다. 뉴스 중독의 시대! 뉴스 기사를 클릭하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하는 '뉴스사용설명서' 를 떠올려 보자. 어쩌면 뉴스의 독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해독제를 그가 손에 쥐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손미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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