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바가지
/원우
겨울 똥 맛들어 봄밭 황태장으로 나가고
봄 똥 묵혀 가을 추젓 밭으로 나가니
다 별 일이구만
북극성이 뭔
국자를 닮았다고?
끙!
깨진
박 바가지
솔뿌리 벗겨 깁은
똥 바가지보단
철모가 천년묵이기는 합지요
남이 먼저 빌려 갈세라
월남서 가져온 아제네 똥바가지 심부름
새벽 같이
아부지~~~
어디다 똥국자 놀꺼라우?
똥지게 위에
똥 바가지 얹어 겨드랑이에 자루 끼고
북극성 뜨는 뒷 솔밭 오르내리던
아버지 질끈 동여맨 머리수건에선
아침 밥상에 돌방돌방 구렁내 풍겨났고요,
끙!
숭늉 한 그릇
장딴지에 힘주어 또 똥지게 지고 일어나는 소리
이 똥 받아서 한나절
저 똥 항아리 하늘에 푸고
저 똥 항아리 걸러서
한나절 이 똥 항아리 하늘 맑게 비우는
여러 개 푸고 여러 개 종일 비우는
찰람찰람 말강물 나도록 똥 항아리 주둥이
하늘 짚으로 닦아
휘춤휘춤 똥지게 지고 걸어갈 때
똥지게 나무고리에선 봄하늘 새소리 같은
하늘의 나직나직한 속삭임 같은
마찰음 소리가
아지랑이에
삐이삐이 돌아났지요. 똥지게 걸머매고 걸어갈 땐
똥이 잠방이에 튀지 않는게 요령인 것인데
한 발 띠면 똥통이 따라오고
똥통이 앞서면 한발 따라가는,
좌우의 힘 배율과 중심이 자기와 어울려
땅과 하늘에 몸 붙여 속삭이는 것이겠지요
휘휘 똥바가지 내두른 중봄 남새밭
자연숙제마냥
캄캄하고 나비떼는 어지럽기만 한데
여러 날 남새밭 똥국은 마르질 않고
그예 못 참겠다
구광을 캐먹은 날엔
배 뽈록이 말캉에 누워 하늘 횟배 총총 앓았지요
구광: 씨고구마 옆에 혹처럼 돋아난 새살
<200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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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똥 바가지
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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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7 00:0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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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따끈따끈한 울림글이네요 맛들어서 내내 향내가 납니다 삐이삐이 일정한 마찰음소리-물지게지고가는 이들곁에서 들어봤어요 돌방돌방 똥내도 중봄 매화꽃피는 꽃대궐 풍경화속에서 한몫했으리라고 ..
지울려고 들어왔더니 지원님 댓글있어서 지우질 못했습니다. 부끄럽네요.
ㅜ..늦었으면 사라질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