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 3
명수네 엄마는 점심을 먹고 나서는
동네의 모퉁이 길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서산에 걸려 바둥거리던 석양이
지쳐 서산 넘어 벼랑 아래로 떨어
졌습니다.
스멀 스멀 기어오던 어둠이 금새
동네 전체를 덮고 이제는 모퉁이
길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남포불에 드러나는 명수네 엄마의 안색은
실망한 빛이 역력합니다.
이때 꿈결같이 엄마~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서울로 식모 살러 갔던 명수가
설 명절을 맞아 다니러 왔습니다.
어느덧 오후가 되면 바람이 잔잔한
양지바른 담벼락 밑은 포근해 집니다.
오늘은 쥐불놀이를 하는 날입니다.
철수는 꼬리연에 불을 붙여 하늘로
힘껐 날리면서 올해도 좋은 일만
있게 해 달라고 빕니다.
집집마다 찰밥을 하여
한 두 그릇을 가마솥에
넣어 두고는 잠을 잡니다
철수와 친구들은 밤늦게 까지
놀다가 명수네 순이네 부엌에
가서 가마솟 뚜껑을 열고는
찰밥을 밤참으로 가져갑니다
멀리 높이 떠있던 만월 달님이
함께 합니다
오늘 따라 달님은 멍석보다도
더 크게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겨울 끝자락은
조금씩 물러갑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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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3
고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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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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