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내 오랜 습관은 배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몇 시나 되었을까? 시계를 가방에 두고 나와서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궁금했으나 희미한 바다와 이른 새벽 고기잡이배들의 불빛으로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갑판 위에 서서 짭짤한 바다 바람을 맡는다. 망망한 바다 위에서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맡는 기분이 새롭다.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갑판 위에서 나는 혼자서 바다를 독차지 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한참을 바라보다 들어와서 시계를 보니 5시도 채 되지 않았다.
항구에 도착하려면 아직 좀 더 가야하나 보다.
선내식으로 간단한 한국식을 먹고 7시 30분에 하선후쿠오카 항에 입국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방학기간이라서 교회등 단체 학생들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참 많았다.
수속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대형버스에 올라탔다.
18년 된 버스라고 하는데도 내부가 깨끗한 것이 마치 새 차 같아서 무척 놀랐다.
우리를 실은 버스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후쿠오카에 있는 태자부천만궁(다자이후덴만구)이다. 이 곳은 학문의 신을 모신 곳이란다. 905년에 창건된 것으로 도비우메(飛梅 : 날아온 매화나무라는 뜻)의 전설과 학문의 신으로 유명한 미치자네를 기리는 덴만구의 총본산이다. 현재의 본전은 1591년에 재건된 것이다. 봄이면 약 6.000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피워 올린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미치자네를 흠모하여 날아왔다는 매화나무는 입구의 오른쪽에 있다. 아름드리 큰 고목과 큰 돌기둥으로 된 석문을 지나면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죽을 때 그의 관을 황소가 끌었다는 청동 황소상이 누워있고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3개의 무지개 다리와 오래된 산사건물이 있었다. 입구에 있는 ‘황소상의 뿔을 만지면 시험에 합격하고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이 있단다.
신사참배를 위해서는 누구나 입구 3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첫 번째 무지개 다리는 과거의 다리다. 뒤돌아보지 말고 건너야 한다. 우리 인생의 과거가 좋든 나쁘든 되돌아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무지개 다리는 현재의 다리다. 꼭꼭 밟고 건너야 한다. 오늘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무지개 다리는 미래의 다리다. 넘어지지 말고 안전하게 건너야 한다. 미래의 삶이 잘못되어 쓰러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무지개 다리의 의미를 나중에야 알았지만 넘어지지 않고 건넜으니 미래도 무탈할 것이라 믿어본다.
신사 앞마당 곳곳에 소원을 기원하는 점괘들을 하얗게 매달아 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원을 빌기 위해 참배객들이 스가와라 미치가네 상 앞에 돈을 던져 넣고 손뼉을 ‘짝, 짝, 짝’ 세 번 쳐 잠자는 신을 깨운 후 두 손을 합장하여 소원을 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신사를 찾아오는 일본 여인들은 전통복장을 갖춰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깨끗한 일본의 거리는 관광객들이 많은 곳도 역시 깨끗하고 단정하다. 참배객들이 붐비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길 양편에는 관광 상품 점들로 이어져 있었고, 온갖 전통 관광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먹으면 합격한다는 유래를 가진 찹쌀 매실떡집에서 풍겨 나오는 맛있는 향이 우리의 구미를 당겼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들이 맛볼 수 있도록 따끈따끈한 찹쌀떡을 사주었다. 방금 구운 것이라 입안에서 녹듯이 사라졌다. 별미로 먹긴 최고였다. 찹쌀과 매실을 주원료로 팥을 넣은 찹쌀떡이다. 값이 좀 비싸다고 했는데 가이드의 지갑이 조금 걱정되었다. ^^*
이 곳을 찾는 관광객과 참배객들은 누구나 한 개쯤은 사먹는 행운의 떡이라니 행운을 가져올 거라고 믿어도 좋겠다. 찹쌀떡의 감미로움을 느끼며 우리 일행은 하우스텐보스로 이동하기 위해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첫댓글 오래 기다렸습니다. 여행기....ㅎㅎㅎ 잘 읽고 퍼 갑니다.
ㅎㅎ 넵^^* 계속해서 남은 부분도 올려야 하는데 조금 바빴답니다.
지금 고속도로를 달린지 오래 되었습니다.....빨리 세워 주세요...하하하
여행을 다녀와서 후기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무엇이 남으오리까?,,,거기다가 못 가신 분들(저도 포함)이 글로써 여행을 다녀올 수 있으니 일석이조!...잘 읽고 갑니다.사례금은 요 댓글로 되겠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