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건강 지키기
밝은 곳에서 식사해야 식욕 자극
운동은 강도보다 횟수 늘려가야
가족·친구들의 감정적 지지 중요
만족스러운 노후를 위한 제1 요소는 건강이다. 예전과 다르게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운동해도 개운함보다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며 약을 먹어도 좀처럼 증상 개선이 안 된다면 노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신호다. 100세 시대를 견인할 5060 신중년층 세대부터 각별한 건강관리가 요구된다. ‘노인의 날’(10월 2일)을 맞아 노년기에 주의해야 할 건강 문제를 이해하고 건강한 인생 2막을 돕는 생활습관을 익히자.
현대인에게 이젠 생명 연장만 하며 사는 건 의미가 없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건강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행복하게 살다가 존엄을 지키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길 원한다. 이른바 ‘성공 노화’다. 성공 노화를 이루려면 노화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본적으로 질병에 상관없이 몸이 달라진다.
첫째, 영양 흡수가 잘 안 된다.
젊었을 때처럼 식사하더라도 영양이 온전히 흡수돼 필요한 기관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단백질이 대표적으로 젊을 때보다 30%가량 더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근육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의 양이 감소하고 근력이 줄어 기운이 없어진다. 반대로 체지방은 증가해 몸무게엔 차이가 없지만, 근육과 체지방 비율이 달라진다. 이때 근육에 제대로 된 자극을 가하지 않으면 근육 덩어리의 크기가 줄고 힘이 떨어져 근 효율이 감소하고 만다. 근육의 피로도가 높아져 전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근육의 양과 질을 늘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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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질병 겪으며 우울·불안 노출
셋째, 질환과 통증이 만성화한다.
노년기가 되면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으면서 앓고 있는 질환 가짓수가 늘어난다. 크게는 심혈관계, 뇌 질환이다. 노화 현상으로 심장이 커지고 심벽이 두꺼워지면 심방과 심실도 조금씩 커진다. 고혈압과 심부전, 허혈성 심장 질환,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면 뇌 신경 세포 수와 무게가 10% 정도 감소하면서 뇌실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신경계 손상이 일어나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무엇보다 노인 질환은 서서히 발생해 만성적으로 진행한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와 기능 회복을 병행해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은 정신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년 이후가 되면 사별이나 은퇴, 경제적 곤란 등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를 자주 경험한다. 각종 신체 질환에 노출되면서 우울감·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노화에 따른 뇌의 신경생물학적 변화도 그 확률을 높인다. 또 발견되지 않았거나 치료하지 못한 신체 질환이 활력 상실과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인지 기능 저하, 정신 운동 지연으로 이어지는 방아쇠가 된다.
이런 현상은 노년층에서 가장 경계하는 치매 증상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나 많은 환자에게 치매와 우울장애가 함께 올 수 있고, 비록 치매가 없더라도 우울장애 환자는 인지 기능 손상을 보일 수 있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이 요구된다.
도움말=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자료=대한영양사협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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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인생 2막을 위한 관리법
식단
노년기엔 영양 상태가 취약해지기 쉽다. 치아가 손실되고 소화불량, 변비가 흔하며 미각·후각 기능이 떨어져서다. 활동량이 줄고 식욕이 감소해 식사를 거르거나 편식을 많이 한다. 여러 가지 약물 복용으로 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 이도 많다.
이럴 땐 식품을 고르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활력을 돋우고 힘을 내는 곡류·전분류와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신체 활동에 도움되는 채소·과일류, 질 좋은 단백질 섭취를 위한 고기·생선·달걀·콩류, 뼈·치아 생성에 필요한 칼슘이 많은 우유·유제품을 균형감 있게 먹는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므로 지방이나 설탕, 나트륨을 최소화해 영양 밀도가 높은 식단을 꾸린다. 색과 풍미, 형태가 다양한 음식을 차리고 밝고 환한 곳에서 식사해 식욕을 돋운다.
한식은 밥·국에 반찬이 있어 균형 잡힌 영양을 보충하기에 좋다. 다만 된장·간장 위주의 조리법이 많아 나트륨 수치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이땐 전 세계적인 장수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의 장점인 통곡물 섭취와 몸에 유익한 성분의 기름 사용, 저염 조리법을 접목하면 상쇄할 수 있다.
운동
고령자는 대부분 뼈의 질량과 밀도가 감소한 상태다.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경직되며 관절액이 감소해 연골 마모 현상이 심해지면서 관절통을 겪는다. 근력과 지구력이 감소해 심폐 기능이 약하고 약한 강도의 운동에도 근육 손상이 잘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기 운동은 ‘생존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운동의 강도보단 횟수다. 근육을 수축·이완하는 스트레칭이나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운동밴드, 1㎏ 정도의 무게를 버티고 들기를 12~20회 하면서 횟수를 점차 늘린다. 유연성도 기른다. 관절 운동 범위는 관절을 늘리거나 돌리는 유연성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향상하고 주당 2~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한 달가량 하면 그 효과가 이어진다. 주요 근육·힘줄 단위인 목과 어깨, 가슴, 몸통, 허리, 고관절, 다리, 발목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운동을 권장한다.
뒤로 걷기, 옆으로 걷기, 발뒤꿈치로 걷기, 발끝으로 서기 등 균형 운동은 낙상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된다. 특정 질환자라면 전문의나 물리치료사,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운동량과 시간,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신체 질환
노년층에선 심혈관·뇌혈관 질환과 치매가 골칫거리다. 그러나 오래 앓아도 건강하게 생존하는 예가 많다. 비결은 일찍부터 현대인의 국민병으로 불리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하고 맞춤 식단·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고혈압이면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혈압을 재 약물 효과가 잘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비만 탈출과 운동으로 혈압 하강 효과를 노린다. 당뇨병은 당화혈색소, 공복 혈당 수치와 함께 합병증 발생 여부에 민감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은 말초신경이나 망막, 신장, 심장, 발에 만성 합병증이 생겨도 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 대처가 늦어진다. 엄격한 혈당 조절과 정기 검진으로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게 좋다. 지질 수치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정상화가 어렵다면 약물요법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치매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수면과 식생활을 포함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줄이며 외부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도움된다. 기억력이나 인지력에 이상이 있다고 느낄 땐 의사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진단에 맞는 치료·예방 계획을 따른다.
정신 질환
정서적인 안정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필수 요건이다. 노년기 불안·우울장애는 다른 연령대 환자와 달리 감정의 변화가 적고 식욕이 떨어지며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식의 증상이 흔한 편이다. 증상이 심할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우울·불안한 감정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에 정서적인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신체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평가를 거쳐 포괄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이 나이대엔 못 자는 것도 문제다. 수면 시간이 줄고 미세한 각성과 수면 단계의 변화가 많아지면서 수면 효율이 뚝 떨어진다. 상당수가 만성화의 길로 접어들기 때문에 병력 청취와 수면력 조사,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선다.
정서 관리를 위해선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탈피해 가족·친구로부터 감정적인 지지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년배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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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