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인데도 날이 환하게 밝았다.
머리는 어지럽고 뱃속은 파도가 뒤집히는 것 같다.
노인장 방을 두드리니 문은 열어 주었으니
침대에 누어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깨울 수도 없고
빨리 출발을 해야 한다는데 행여 심기라도 건드릴까 조십스럽다.
하꼬네라는 곳을 구경하지 않았다면
일본에 온 보람도 없으며 꼭 보고 간다고 했겠는가?
기대가 큰만큼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겨우 노인장을 깨워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낮고 잔뜩 흐리고 비가 쏟아질 것 같다.
밥은 매일 먹으니 한끼쯤은 거르기로 하고
7시에 호텔을 나섰고 예정보다 한시간이 늦어졌다.
일본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전철은 너무 복잡하여 푸시맨이
사람들을 강제 떠밀어서 구겨 넣어줄 만큼 복잡한데
젊은 사람이 의자에 길게 누워서 곤한 잠에 떨어져 있고
주위에는 온통 토사물이 범벅이 되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도쿄에 십년도 넘게 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한다.
전철을 타고 교외를 벗어났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일본의 전통 가옥이 즐비하다.
끝없이 펼처진 넓은 들판에 지평선이 보이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교회의 뾰족탑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어느 역에서 내렸고 아주 작은 전철을 갈아탓다.
전철을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번은 앞으로 가고
한번은 뒤로 가며 지그재그로 힘겹게 올라가는데
옆을 보면 완전 낭떠러지가 보이는게 굴러 떨어질까 간이 콩알만해진다.
비가 부슬슬 내리며 창의 안쪽에는 성애가 끼었고
바깥에는 빗물이 흘러내리니 멋진 풍경을 찍을 수가 없다.
중간중간에 역이 있어서 약 1분정도를 쉬어 가는데
역마다 풍경이 너무 좋은데 아쉽게도 내릴 수가 없다.
비가 오는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날씨가 다소 쌀쌀하다.
나도 인정 샷으로 사진을 박아 달라하고...
전철 타는 표가 코딱지만한 게
무엇든지 최대한 이끼겠다는 일본 사람들
특유의 절약정신이 옅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역에는 모두가 무인화 되어 있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예전같이 개찰구에 전철 직원이 서있다.
얼마전에는 일본에도 무인화 되었다가
일자리를 창출할려고 다시 예전으로 되돌렸다고 한다.
가끔씩 출근하며 서울숲에 사진을 찍으러 가면
유료 주차장에 들어갈 때에 주차장 관리인에게
사탕 두어개를 나누어 주며 인사를 나누고 다녔다.
항상 들어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이 좋았고 사람 살아가는 맛이 났는데 무인화 되면서
기계와 상대를 해야 하니 삭막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꼭 절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는 케이블카가 없고 "게이부루까"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리의 좋은 글을 수입해다 사용해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럴때는 제나라 고유의 말도 없는
일본이 불쌍하고 내 어깨가 우쭐해진다.
아마 우리의 좋은 글을 수입해다 쓰다보면
먼 후대에는 아베같은 이상한 시키가 나와서
자신들의 왕이 글을 만들었다고 억지를 부리며 우길지도 모르겠다.
이 게이부루까는 레일 위를 달리는 하나 위에서
모터를 이용해서 케이블로 끌어 당겨서 산으로 올라간다.
또 갈아타야 한다.
돈을 걷어내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우리네 같으면 당장 한번에 샤샥 올라가게 고치고 말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진짜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게이부루까다.
좁은 게이부루까 안에서
꼬맹이가 몹시 번잡스러워도 구엽고 이뿌다.
내눈에 보이는 바깥 풍경은 너무 좋은데
바보같은 카메라는 잘 찍히지 않아 안타깝다.
아침을 거르고 왔고 열두시가 가까웠으니
다섯 시간을 달려 왔고 뱃가죽과 등가죽이
딱 달라 붙어 버렸고 몹시 시장하고 기운이 없다.
더 이상 타고 갈 게 없다고 하니 목적지가 가까웠나 보다.
대통곡이라 함은 크게 뚫어진 골짜기라는 뜻인지?
대성통곡을 하고 크게 울어야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만사를 제처놓고 뱃속부터 달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무얼 좀 먹고 가자고 졸랐다.
일본 사람들은 줄을 잘도 선다.
한참을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되었고
곡차로 인한 고통은 곡차로서 달래야 한다며
또 곡차를 주문해서 함께 마시고 국수로 아점을 해결했더니
국물이 너무 시원해서 좋았고 이제서야 살 것만 같고 움직일 수가 있을 것 같다.
무슨 노인네가 이리도 강철같은 위장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어디가서 잠 한숨 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그럴 여유가 없다니 또 강행군을 해야 하고...
이제서야 이곳이 살아있는
활화산지역이며 유황온천지대라는 걸 알았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찾으면
"오늘은 페쇄하였습니다." 란 글자까지 적혀 있는가.
화산이 크게 폭발할 조짐을 보이면 출입을 금지시킨다고 한다.
오늘 본 일본사람들의 표정은
참으로 밝고 환해보였지만 왠지 그늘져 있다.
도심지에서 나들이를 나왔으니
마음도 들뜰테고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닌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흥함이 있으면 매양 그럴 것이라 여기고
메너리즘에 빠져서 교만해지게 되고 그 교만함이
남에게 밉보여 언젠가는 망할 날이 있는 게 순리가 아닌가.
자신의 정권을 유지시키고자
국론을 일치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벌인 게
옛 왕들의 놀음이었고 히틀러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았던가.
요즘 일본의 극우파라는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거센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로서
정치인들의 사주를 받고 거리에 쏟아져 나와 일당을 받고
시위를 벌이는 곳에 참석한다는 얘기도 들었고 몇몇 정치인들만 바쁘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살기에 바쁘고 선하며
그 극우파를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에나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게 마련이다.
20년이 넘는 불황기를 격고 있으니
사회가 활기찰 수가 없을테고 정체가 심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저 밥을 먹으니 살아지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누추한 옷을 입은 노인분들이
기운도 없이 간단한 교통정리나 거리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보행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 같이 보였다.
출퇴근 시간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나 퇴근이 끝날 8시 무렵이 되면
어디로 그 많은 사람들이 숨어 버린듯이 조용해지곤 했었다.
지금도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얕본다 하니
더욱 마음을 다잡아 일본 경제를 능가하게 되면
저절로 과거의 만행을 빌며 무릎을 꿇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때 우리는 일본 사람들에게 야박하게 굴지 말고
관용을 베풀고 잘 보듬어 주면 그 은혜에 감사해 하리라 여긴다.
이제 화산에서 유황물이 끓어 오르는 곳이 멀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유황온천에서 목욕이라도 하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