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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영광군 ‘사회적 경제’ 원년으로 만들자 | ||||||
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1급 사회복지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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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1호 사회적 협동조합은 ‘움직이는 구멍가게’다. 먹거리와 생필품을 빼곡하게 싣고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 작은 트럭. 동네 가게 하나 없어 비누 한 장이 떨어져도 반나절을 걸려 읍내까지 나가야만 하는 주민들에게 이 트럭은 가뭄에 단비같은 고마운 존재다. 몸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생필품들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대신 장을 봐서 전달해드리는 것도 이 트럭의 몫이니 효자가 따로 없다. 바로 영광군 묘량면 42개 마을의 유일한 구멍가게인 ‘동락점빵’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야기다.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농촌지역에서도 새로운 협동조합 운동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에서는 ‘협동조합 하면 농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동락점빵’처럼 농협 이외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고, 농업 농촌 재생과 혁신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은 농업 농촌 부활을 위한 ‘신의 한 수’ 우선, 협동조합은 침체에 빠진 농촌 경제 활성화의 신형 엔진이 될 것이다. 지금 농촌은 인구 고령화와 과소화, 농업의 쇠퇴와 생산의 양극화, 한미 FTA 한중 FTA 등 개방농정으로 인한 경쟁력 위기 등 안팎으로 고난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와 생명위기의 시대를 맞아 농업 농촌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우리의 농촌은 여전히 살기 어렵다. 턱없이 부족한 육아, 의료, 교육, 복지 인프라 등은 농촌지역 인구 과소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과소화는 인적역량의 감소와 경제 활동의 쇠퇴, 전통적인 마을공동체 붕괴라는 폐해를 낳는다. 인구와 부의 유출을 막고 젊은 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해 ‘돌아오는 농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다양한 일자리와 적절한 소득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자리 부족(34.6%)과 부족한 소득(26.9%)으로 인해 무려 71.5%가 정착에 실패하고 도시나 타 지역으로 이동했다. 생태적 삶을 열망해 농촌으로 이주했으나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귀농귀촌 조례를 제정하고 군 차원에서 정착자금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들이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농촌지역의 경제활동 활성화와 인적역량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자율적인 조직이다. 구멍가게나 목욕탕, 동네 의원이나 약국 하나 없는 면 단위는 이미 지역내에서 순환하는 자립적 경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가 모이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노동력을 활용해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는 경제활동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살림살이가 좀 나아져야 농촌에서도 ‘지속가능한 삶’을 꿈꿔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협동조합은 공적영역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동시에 보완하면서 농촌지역에 복지와 사회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 통과와 함께 새롭게 도입된 ‘사회적 협동조합’은 농촌마을의 취약한 복지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비영리법인격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주민의 복리를 위한 공익적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형태이다. 보건, 교육, 보육, 주거, 노인 돌봄 등에서 공공 기관의 표준화 된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복지와 사회서비스 이용자가 곧 조합원으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사자형 복지’, ‘맞춤형 복지’, ‘참가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농촌은 인구 과소화와 마을 분산성으로 인해 복지전달체계의 비용은 높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복지서비스의 혜택이 마을 구석구석까지 미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지사각지대가 속출하는 것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이처럼 공적 서비스만으로는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내 자원의 동원과 배분이 가능해 복지 서비스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상호 신뢰와 협동의 원리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주민들 스스로 연대하고 자립하는 공동체형 마을 복지를 실현하는데도 사회적 협동조합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은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우물이 있어야 마중물도 있다. 농촌 마을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전통적인 공동체 유산이 우물이라면, 협동조합은 우물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이다. 조합원 소유의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민주주의적 원리에 의해 운영된다. 조합원 자치의 힘은 자본주의 영리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이자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생명과도 같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서 설악산 자락과 백담사를 오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마을 버스회사 ‘용대향토기업’은 마을 전체 197가구의 세대주 전원이 조합원이다. 그러다보니 용대향토기업의 최고의결기구가 곧 ‘마을총회’이며, 대표이사도 마을총회에서 선출한다. 마을공동체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영업수익으로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주민들 배당까지 실시하는 용대향토기업은 협동조합과 주민자치가 결합된 이상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2015년 동시 조합장 선거, 농협 개혁의 시험대 협동조합기본법 4년째가 되는 2015년은 농촌지역 협동조합운동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월 11일,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360곳에서 실시하는 농협 동시 조합장 선거 때문이다. 규모로만 따지면 지자체 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큰 선거다. 그동안 ‘돈 선거’ 비리가 만연하고 지방 토호화와 풀뿌리 보수화의 온상으로 비난받아왔던 농협이 이번 선거를 통해 개혁의 청신호를 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촌에서는 ‘협동조합 하면 농협’을 떠올릴 정도로 농협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신생 협동조합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니, 사실상 농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농협의 개혁은 농협 조직의 자체 혁신과 함께 농촌지역에서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있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협이 지난 50여년간 축적해 온 인프라를 활용해 신생 협동조합을 지원하거나 협동조합 간 협동을 선도한다면 더불어 협동하는 농촌사회경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생산자 협동조합의 역할과 더불어 지역단위 소규모 농산물 유통 환경을 제공하는 지역생활협동조합, 새로운 협동조합을 인큐베이팅하는 신용협동조합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지역 내 ‘사회적 경제’를 선도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작은 면 단위로 갈수록 지역 순환적인 경제 기능 회복과 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농협은 그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농협은 농협의 지역사회 문화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노인들의 질병, 고독,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노인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복지센터와 건강복지관 운영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광산시니어클럽을 통해 노인 맞춤형 일자리 제공 사업을 병행한다. 작은 면 단위까지 조밀하게 포진되어 있는 농협이 하남의 사례처럼 ‘지역종합복지센터’로 기능을 확장한다면, 농촌지역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농협이 협동조합의 든든한 ‘맏형’다운 면모를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직 운영과 사업 경영에서 ‘조합원 자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재정비하는 것이야 말로 농협 개혁의 가장 오래되고도 중요한 숙원 과제다.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는 그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것이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좋은 농협 만들기 정책 선거 실천 전국 운동본부’를 결성, 2015년을 농협개혁운동 원년으로 선포한 이유다.
영광군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중첩된 총체적 난국의 돌파구는 농업 농촌의 재생에서 찾아야 한다. 어려울수록 적극적인 사회적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활성화하고 이들간의 상생과 협동을 촉진할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농업 농촌의 위기는 개별 기업이나 개별 농협의 힘만으로는 넘어서기 어렵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협동, 네트워크 구축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통합과 다양한 역량들의 소통과 상호 연계는 개별단위 협동조합의 역량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게 된다. 나아가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네트워크는 지역순환경제 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 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협동 경제의 자립력을 확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뭉쳐야 산다’는 말이다.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사회적 경제의 모범적인 민관 거버넌스 구축 사례로 주목받는다.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행정과 주민 사이의 역할을 담당할 ‘중간지원조직’인 마을회사육성센터, 로컬푸드지원센터, 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 도농순환센터 등을 통해 공동체 경제 사업을 추진했다는데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발굴 기획에서부터 지역 내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지원과 협력을 성과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지역 내 사회적 경제 구축을 위한 민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외부 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여러모로 2015년은 한국 협동조합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 사회적 경제 실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중대한 시기에 뒷짐만 지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사회적 경제를 구축할 지역 차원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힘을 보태야 한다. 2015년이 영광지역 사회적 경제 시스템 구축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원문 출처 : 영광신문 http://www.y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4113 |
첫댓글 긴 글 정리하느라 애썼어요.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