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묵시적 합의해제에 대하여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양 당사자가 계약관계를 소멸시키기로 합의할 수 있고, 위 합의해제(해제계약)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종종 한 쪽 당사자는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당사자는 해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의합의해제(해제계약)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묵시적인 합의해제(해제계약)를 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그 대금의 일부가 지급된 상태에서 당사자 쌍방이 장기간에 걸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의 부(父)인 소외 A가 2017. 9. 10. 매도인인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대금 250,000,000원에 매수하되 그 이전등기는 원고 앞으로 하기로 구두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에 일시에 매매대금전액을 마련하지 못하여 매도인의 도움으로 상호신용금고에 매매목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 1억원을 대출받아서 매매대금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대출절차를 신청하던 중에 피고가 절차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를 거절함으로써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매매 잔금의 지급기일의 뚜렷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시일이 경과하다가 위 A가 2018. 3. 4.경에 이르러 다시 금 1억5000원을 마련하여 매도인인 피고에게 제공하려 하였으나 피고가 이의 수령을 거절하였다. 피고는 2019. 1. 8.경에 이르러 원고에 대하여 잔금지급 지체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화되었다는 내용의 통고를 하였습니다. .
이에 대하여 하급법원 원심은 매수측인 원고 등이 매매계약 후에 잔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매매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게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잔금지급기일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쌍방이 서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던 중에 피고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위 A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 스스로 자신의 채무이행의 제공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완전히 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잔금의 지급을 최고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지게 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라고 설시하며 또 피고가 위 무효 통보를 함에 있어 이와 같은 피고의 채무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무효통보는 해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단순히 장기간에 걸쳐 계약이행이 되지 않았음을 들어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 되었다고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계약해제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이행하도록 상당기간 시간을 주어야하고, 또 상대방을 이행지체를 한 후 본인의 채무이행제공을 한 후 계약을 해제해야 합을 인지하길 바랍니다.
※ 참조
■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 민법 제565조(해약금)
①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민법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760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8.9.15.(66),2296]
【판시사항】
[1]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계약이 묵시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의 합의해제는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며,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
[2] 갑이 을에게 서로 인접하여 함께 운영하던 학교 중 하나를 분리하여 교지, 교사 등을 증여하면서 그 학교의 교육상 필요한 변전소 등 시설물을 부지 한쪽으로 이전설치한 후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이전등기해 주기로 약정하였으나, 그 합의의 해석을 둘러싸고 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던 중 변전소 등의 이전 장소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기까지 하였으나 변전소의 안전거리의 확정과 시설물의 이전 장소의 지정 등의 점에서 의견이 대립되어 실행에 이르지 못하였고, 그 이후에는 당사자 쌍방이 위 합의 내용을 넘어 서로 계쟁 부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오다가 결국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고, 그 소송 과정에서도 갑은 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주장한 사안에서, 갑·을 사이에서 위 합의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합의가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543조[2] 민법 제543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28836 판결(공1994하, 2512)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공1994하, 2640)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므1515 판결(공1995하, 3276)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43499 판결(공1998상, 570)
【전 문】
【원고,피상고인】 학교법인 영남공업교육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순동 외 2인)
【피고,상고인】 학교법인 대성교육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 외 1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1998. 3. 26. 선고 97나47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서로 인접하여 있는 혜화여자고등학교(이하 혜화여고라 한다)와 대성공업고등학교(현재 영남공업고등학교, 이하 대성공고라 한다)를 함께 설립·운영하던 중 대성공고를 분리하여 다른 학교법인에게 인수시키기로 하고 1986. 6. 15. 소외인과의 사이에 그가 장차 설립할 학교법인(현재의 원고이다)에게 대성공고의 교지, 교사 등을 증여하기로 하면서, "학교 간의 경계는 현상을 유지하고 도로는 공용으로 한다."고 약정한 사실, 대구 수성구 (주소 생략) 학교용지 41,871㎡(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는 그 대부분이 혜화여고의 교지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그 중 판시 (가) 부분 2,249㎡(이하 계쟁지라 한다)의 지상에는 대성공고의 변전소, 목공소, 화장실과 체육시설이 있어 대성공고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특히 변전소는 공업고등학교에서는 교육상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인 사실, 원고는 법인으로 설립된 후 1987. 10. 29.경 위 계약에 의거하여 피고에 대하여 계쟁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촉구한 바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 중 계쟁지는 위 증여계약의 목적물에 포함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다음, 그 이후 1988. 10. 7.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는 위 변전소를 피고의 부담으로 혜화여고 경계 내의 도로 끝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이전설치하고, 목공소 및 체육시설은 원고의 부담으로 같은 장소로 이전설치하며, 그 이전설치를 완료한 후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고에게 분할 이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되기는 하였으나, 위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약 9년의 기간이 경과한 점, 피고는 제1심판결 이후에야 비로소 변전소 이전을 위한 견적을 받은 점, 합의서 작성 이후 원·피고 사이에 합의서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조정되지 아니하여 수차례 내용증명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피고는 계쟁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변전소의 이전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계쟁지의 소유권 이전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 점 등에 의하면, 위 합의서는 그 기재 내용 자체가 불분명하여 그 해석을 둘러싸고 원·피고 사이에 다시 분쟁이 발생하여 끝내 쌍방이 더 이상 합의 내용대로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함으로써 위 합의는 묵시적으로 해제되었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1986. 6. 15. 계약에 따라 계쟁지의 이전을 위하여 관할청에 그 증여에 관한 허가신청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계약의 합의해제는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며,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할 것이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28836 판결, 1995. 8. 25. 선고 94므151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는 1990년 말경까지 위 합의의 이행을 위하여 합의서의 해석에 관한 서로의 견해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촉구하여 왔는데, 당시 쌍방의 주장 내용은 변전소 등의 시설물을 계쟁지의 한쪽으로 모아 이전설치한 다음, 새로 설치된 시설물의 부지 부분을 분할하여 원고에게 이전등기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하여, 변전소 등의 이전 장소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기까지 하였으나, 변전소의 안전거리의 확정과 시설물의 이전 장소의 지정 등의 점에서 의견이 대립되어 그 실행에 이르지 못하였던 것이며, 그 이후에는 당사자 쌍방이 위 합의 내용을 넘어 서로 계쟁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오다가 결국 이 사건 소에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도 피고는 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주장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원·피고 사이에서 위 합의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피고 사이에 위 합의가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본 원심의 조치는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1988. 10. 7.자 합의는 아직 해제된 바 없이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피고 사이의 계쟁지에 관한 권리관계도 위 합의의 내용에 따라 확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합의서의 내용과 계쟁지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 시설물의 이전 장소 및 피고가 분할 이전할 부지의 위치와 면적 등에 관한 쌍방의 합의 내용을 심리·확정한 다음, 그 합의 내용에 따라 쌍방의 권리관계를 확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합의가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계약의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