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7(해날) – 10. 29(불날)
[답사]
이틀 밤 사흘 낮으로 겨울 자연속학교 답사를 다녀왔다. 경남 통영 연대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진도에서 하룻밤을 잤으니 숨 가쁜 일정이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5시간, 연대도까지 30분, 다시 통영에서 진도까지 4시간 30분쯤, 진도에서 서울로 5시간 30분쯤, 진도 이곳저곳 다닌 것까지 넣으면 차에서 보낸 시간이 정말 많다. 길에다 뿌린 기름이 상당하기에 답사를 다녀 온 뜻과 내용이 그만큼 중요한 답사이긴 하다.
겨울 자연속학교는 남해, 청산도, 해남에서 주로 열었는데 올해는 새로운 후보지를 둘러볼 까닭이 생겼다. 통영 연대도는 에너지 자립 섬, 탄소제로섬으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푸른통영21이란 단체가 나서고 주민들이 뜻을 모아 태양광발전으로 집집마다 3킬로와트 전기를 보내고 있는 작은 섬으로 48세대 80여명이 산다. 학교에서 줄곧 하고 있는 에너지 공부를 이어서 하려는 생각으로 연대도를 찾은 것이다. 진도는 원서현서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원서현서아버지 모교였던 곳이 새로 푸르미체험관으로 바뀌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고 잘 수 있는 곳이 되어 진작부터 원서현서아버지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다.
두 곳 모두 겨울 갯살림과 섬살림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연대도는 따로 연고가 없어 선생들이 부딪히며 알맞은 잠집과 활동거리를 찾아야했는데, 진도는 원서현서 아버지 장형근님 덕분에 좋은 잠집과 좋은 곳들을 안내받을 수 있어 편했다.
[통영 연대도:10.27-28]
통영은 1004개의 섬이 있는 신안군에 이어 526개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곳이다. 옛날 물이랑 작은학교 때 겨울 자연속학교를 통영 욕지도에서 연 역사가 있어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통영 달아항에서 연대도 가는 섬나들이호는 4시가 막배라 아주 서둘러서 갔다. 섬나들이호는 차 두 대를 실을 수 있고 약 40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인데 ‘섬나들이’이란 이름이 참 좋다. 바다와 갈매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곧은 선으로 1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학림도랑 저도를 들려가니 연대도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섬에 닿으니 정말 차가 필요 없는 작은 섬이다. 연대도 선착장에 닿으니 220m 연대봉과 태양광전지판, 마을회관이 보이고 같이 배를 타고 간 한 무리 에코체험센터 방문객들이 우루루 몰려간다. 비저터센터라는 마을회관 앞에 태양광발전 계측기가 보이고 패시브하우스로 지은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에코체험센터는 200미터쯤 언덕빼기를 넘으면 나온다. 비지터센터,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 패시브하우스 같은 영어 말과 구들이란 부녀회 건물이 섞여있는데 영어말이 참 거슬린다. 쉬운 우리말로 이름을 붙이면 더 좋을 텐데 꼭 영어를 쓰면 그럴 듯해 보인다는 생각을 조장하고 온통 회사 이름도 동사무소도 영어를 쓰는 사회가 돼버렸다.
먼저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에 들려 이추문 센터장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고 안팎을 둘러보는데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좋고 100명이 자고 배울 수 있을 만큼 넓다. 우리 아이들에게 익숙한 자전거발전기와 태양열조리기가 설치되어 있고 태양광전지판도 있다. 그런데 부안시민발전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2007년부터 에코아일랜드 조성 사업을 시작해 2008년 다랭이 꽃밭 만들기, 지겟길 복원, 2009년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 2011년 공공 시설로 최초로 에너지절약형 친환경 건축물인 패시브하우스로 비지터센터를 짓는 중심에 푸른통영21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는 2011년에 크게 고치고 다시 지은 모양인데 30명 이상부터 쓸 수 있고 수가 작으면 30명이 묵는 값을 내야한다고 해서 우리 형편에서는 쉽지 않겠다 싶다. 친철하게 안팎 이야기를 들려준 이추문씨가 있어 희망을 갖고 연대도 선착장으로 다시 나왔다. 마을을 둘러보며 연대건강몽돌해변으로 가는데 집집마다 집주인을 소개하는 이름판이 붙어있다. 윷놀이를 잘하는 할아버지 누구, 꽃을 잘 기르는 할머니 누구, 회를 잘 뜨는 할아버지 누구 같이 특색있는 명패다. 선착장에서 3분도 안 걸려 몽돌해수욕장에 닿았는데 150킬로와트를 생산하는 큰 태양광전지판이 위쪽에 보이고 노인회에서 운영한다는 2층짜리 건물도 보인다. 에코아일랜트체험센터가 안될 경우 노인회 건물도 후보인지라 둘러보는데 문이 모두 잠겨있다. 몽돌해수욕장을 보니 2011년 겨울 자연속학교를 간 보길도의 공룡알바닷가와 청산도 진산리 몽돌바닷가 떠올랐다.
그때 멀리 해가 지는 황홀한 장관이 펼쳐지는데 지금껏 본 지는 해 가운데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을만하다. 바다 위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지나가는 배와 멀리 보이는 섬 위로 가라앉는 해가 꼭 감홍시 같기도 하고 수줍을 때 빨개지던 동무 뺨 같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손전화 사진기로 담고 담아도 그냥 바라보는 순간만이 노을의 아름다움과 하나가 될 뿐이다. 문득 지는 해가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이 늙어가는 것도 자연의 축복이기에 삶을 마감할 때 우리 노을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명희 선생이 노을 색깔이 조금씩 다른 건 왜냐고 물어보는데 공기층과 빛의 산란을 이야기 한 것 같은데 모두를 설명해주는 못한 것 같다. 지구의 둥근 모양, 빛의 파장별 특성, 빛의 산란 모두가 노을을 설명하는 과학 낱말이지 싶다.
한참을 노을을 바라보며 놀다가 해가 진 뒤에서야 선착장으로 내려와 정해둔 잠집에 짐을 푼다. 사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선착장에 내려서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 가기 전에 만나는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며 잘 곳과 먹을 곳을 찾았다. 잠집은 동네 수퍼집 아저씨를 만나서 구하고, 저녁 먹을 곳은 길에서 만나 인사한 칠공주 아주머니 집에서 먹기로 했다. 관광지가 되어버려 사람들 인심이 박하고 친절하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어느 곳에서나 뭐든지 겪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연대도가 그렇다. 칠공주 아주머니 맛난 갈치국과 밥, 시원시원한 사는 이야기가 그렇고, 잠집 수퍼 아저씨가 내어준 갈치와 삼치 한 토막이 연대도 처음 길을 나선 우리들을 따듯하게 한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배를 탄 뒤 낮선 곳에 왔으니 몸들이 많이 피곤해서 저녁 먹고 한숨 잔 뒤 9시쯤 마침회를 했다. 연대도 잠집과 활동 거리, 겨울 자연속학교 방향까지 나눌 이야기는 늘 많다. 한두 사람이 오지 않고 선생들 모두가 함께 한 답사에는 여러 뜻이 있다. 가을 방학을 맞아 함께 하는 들살이 성격과 겨울 자연속학교를 함께 보고 생각해보자는 뜻 둘 다 맞다. 몸이 안 좋아 함께 오지 못한 조한별 선생 빼고 모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답사를 할 때 미리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 무엇을 먼저 봐야 하고 살필 것들이 무엇인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저절로 서로에게 연수가 되는 셈이다. 답사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같이 오려고 했던 까닭으로 충분하다. 여섯 선생이 답사를 하게 되니 먹고 자고 기름값이 더 들어가기에 학교 재정으로 모두 충당할 수가 없어 교사회에서 모은 돈을 더하니 알맞다. 늘 그럴 수는 없지만 새로운 곳을 답사할 때 많은 선생들이 같이 하면 여러 가지로 도움 되는 것이 많겠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바로 잠이 오지는 않는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리온자리가 보이고, 유달리 반짝이는 별이 있다. 얼마 전 과학관 연수에서 소개받은 스카이맵을 손전화로 펼치니 목성이라고 알려준다. 다음날 진도에서는 역시 샛별이 가장 반짝였다.
28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220미터 연대봉에 오른다. 최명희 선생과 김상미 선생이 함께 갔다. 에코아일랜트체험센터쪽에서 가면 되지 싶어 갔는데 다랭이꽃밭 위로 길이 없다. 다시 나와 지겟길 안내판을 따라 오르는데 제법 숨이 가쁘다. 오르다 힘들면 뒤돌아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데 일찍 고기잡이를 나선 배가 물살을 가르고 병풍처럼 둘러선 한려수도국립공원의 섬들이 참 예쁘다.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올랐다하여 이름붙은 지겟길은 제주도 올레길과 작은 지리산 둘레길 같기도 한데 제두도 저지오름 둘레길 걸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걷다가 연대도 선착장 반대편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보는 행운을 누린다. 6시 47분 해를 보고자 나선 길에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음은 큰 복이다. 천왕봉 일출이 그러했고 지금 연대도 해돋이가 그렇다. 한참을 보고 사진을 찍고 연대봉에 오른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이라 아직은 풀이 많이 길을 가린다. 쓰러져가는 봉수대가 있는 꼭대기에는 나무들이 사방을 가려 풍경이 보이지를 않는다. 지겟길까지 내려오는 길도 길이 숨어버렸다. 아이들과 올 때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게 낫겠다. 지겟길로 내려와 아주 편한 길을 걸어가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참 좋다. 북바위 전망대에 닿으니 2.2키로를 돌아왔고 선착장까지 남은 길이 8백미터라는 표지판이 있다. 가까이 내부지도가 보이고 멀리 연화도, 우도, 욕지도, 쑥섬, 노대도, 두미도, 멀리 남해도가 보인다고 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쉬다 옹달샘을 거쳐 지겟길 들머리로 나왔더니 7시 47분이다. 연대봉 오르지 않고 빠르게 걸으면 40분, 천천히 걸으면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지겟길이라 아침저녁으로 산책해도 좋겠다.
선착장 앞 잠집으로 들어서는데 수퍼집 주인아저씨를 만났다. 어제 잡은 갈치와 삼치 한 토막이라며 구워먹으라고 내어주시는데 인심은 겪어봐야 아는 법이란 생각이 또 들었다. 긴 갈치를 토막내고 삼치랑 같이 불판에 올리니 입에 침이 고인다. 방에서는 누룽지를 끓이고 생선 익어가기를 기다린다. 아침 물고기 익어가는 냄새가 구수하다. 연대도 인심 덕분에 아침을 잘 해먹고 잠집을 나서 마을을 둘러보는데 주인아저씨가 커피를 주신다고 들어오란다. 덕분에 맛있는 커피도 먹고 연대도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 설립 과정과 역사를 두루 듣게 됐다. 이야기 끝에 자연속학교 잠집 이야기도 나와 노인회장님을 불러주셔서 이야기도 나누고 마을 펜션들도 소개받았다. 아저씨 민박집을 통째로 빌려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해주셔서 참 고마웠다. 다시 평가를 해야겠지만 알맞은 값에 좋은 잠집을 찾게 될 것 같고, 연대도에서 아이들과 줄곧 살만한 활동 거리들이 충분히 그려보게 됐다. 낚시가방을 놓고 와서 낚시를 못한 아쉬움, 거북손을 따서 삶아먹지 못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연대도를 나선다.
통영 달아항을 떠나 통영항 중앙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진도 원서현서 할머니께 드릴 맛있는 꿀빵도 사고 새참으로 쥐포도 사는데 통영 중앙시장은 생선회 값이 정말 싸다. 다음에는 중앙시장에서 회를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