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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신작 에세이】
숲속으로 출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
― 어느 전직 경찰의 아침 출근길 풍경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한다. 내가 가는 직장은 숲이다. 경제 활동을 위한 직장이 아니다. 놀러 가는 곳이다.
더 근사하게 표현하면 ‘운동하러 가는 곳’. 좀 더 품격있게 표현하면 ‘명상 쉼터’다.
‘명상 쉼터’가 직장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 출근할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퇴자에겐 직장이나 다름없다.
출근하는 내게 아내는 작은 가방을 챙겨준다.
(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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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직 생활할 때와 같이 아내는 남편이 출근하는데 세심하게 챙기고 자상한 배려를 해준다. 돈을 벌어오는 남편이 아닌데도 가정주부의 내조에는 변함이 없다.
◆ 가정주부가 남편을 위해 챙겨주는 것은 물품이 아니라 ‘사랑’
가장 먼저 챙겨주는 것은 어깨에 메는 손가방이다. 이 가방이 크기는 작아도 들어가는 것이 많다.
물통과 간식. 아내가 가장 신경 써서 챙겨주는 물품이다. 물통에는 구수한 숭늉이 들어간다. 간식은 찹쌀 누룽지다.
찹쌀 누룽지는 아내가 특별히 건강에 좋다고 해서 꼭 챙겨주는 간식이다. ‘기분 좋은 달콤한 맛’. 누룽지 포장지에 새겨진 문구도 마음에 든다.
손가방에는 물티슈와 화장지도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필수품을 꼼꼼히 챙겨주는 일을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한다.
한평생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여 챙겨줬다.
그것은 단순히 몸에 밴 가정주부의 습관이 아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다. 남편의 활동에 대한 존중의 뜻도 담겼다.
현직 경찰관 시절에는 챙겨주는 것이 더 많았다. 나는 주로 사복 부서에서 근무했으나 정복이나 근무복을 챙겨 입어야 할 때도 많았다.
남편의 사복 차림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흰 와이셔츠였다. 다림질이 잘 된 흰 와이셔츠는 출근길 기분을 산뜻하게 한다.
바지 주름 역시 다림질이 언제나 반듯했다. 아내의 정성과 땀이 밴 손길이 느껴지는 이런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는 것. 행복한 남편이다.
◆ 경찰관 아들의 구두를 닦아주시던 어머니의 ‘정성’을 아내가 이어받아
어디 그뿐인가. 구두코도 언제나 반질거렸다. 어머니가 생시에는 나의 경찰 단화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주셨다.
“어머니, 그냥 두세요. 구두를 그렇게 매일 아침 정성으로 닦아주시니 자식으로서 죄송해요.”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식이 이 구두를 신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온종일 고생할 텐데, 집에서 에미가 출근길 자식의 구두 정도는 닦아 줘야지. 당연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아내가 그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면서 나는 힘든 일도 많이 겪었지만, 영예스러운 일도 많았다.
직무상 어려운 일을 잘 이겨냈을 때는 아내의 사랑과 정성스러운 내조 덕분이라고 여겼다.
큰 상을 받거나 특진했을 때는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 그리고 선산에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음덕이라고 믿었다.
◆ 전직 경찰의 ‘출근 개념’과 이색적인 ‘직장 풍경’
은퇴 후에 나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명색이 등단 문인이니, 써야 할 글이 많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은 직장에 출근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그래서 숲으로 간다. 숲으로 가는 일도 내게는 일종의 출근이다.
직장에 출근하듯 숲속에 들어가면 반갑게 인사하는 대상을 만난다. 마치 경찰서에 출근하면 동료 직원들이 인사하는 것과 같다.
딱따구리 형사가 가장 먼저 덕담 인사한다.
“윤 형사님, 빨간 모자가 오늘따라 멋지네요.”
이어서 박새와 곤줄박이 형사가 내 구두코를 보면서 아내를 칭찬한다.
“오늘도 사모님이 구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주셨네요.”
이때 황조롱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로운 커피잔을 내 책상 앞에 놓는다. 그러면서 축하의 말을 건넨다.
“윤 형사님, 상반기 직무 성적 1위 표창장이 내려왔어요. 축하의 뜻으로 따끈한 커피를 제가 먼저 대접하는 겁니다. 크게 축하 턱을 쏘시려면 오늘 저녁이 좋겠지요? 하하~”
숲속의 아침 출근길은 이렇게 행복한 웃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그다지 오래 가지 않는다.
청설모가 무전기를 들고 나타났다. 번개처럼 빠른 청설모는 ‘속보’를 전하는 전령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경찰과 그 가족을 부끄럽게 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경찰 수뇌진이 TV 앞에 나와 허리를 90도로 굽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습니다. 일선 경찰관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건입니다.”
그러자, 착한 눈망울의 고라니가 코를 벌름거리면서 나타났다.
“경찰은 어느 한 사람이 실수하거나 잘못이 드러나면 그 부정적인 파급성이 다른 직종과 달리 엄청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직결되기 때문이죠.”
◆ 시급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
이번엔 까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윤 형사님, 경찰이 쌓아온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이 시급합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일선 경찰관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묵묵히 지켜보던 우람한 둥치의 소나무가 큰기침하고 나섰다.
“윤 형사님, 현직에 있을 때 치안정책 정보를 전담하셨잖아요. 치안정책 정보에서는 <현황>, <문제점>만 늘어놔서는 빵점입니다. <대책>이 나와야지요. <내가 치안 총수라면>, <내가 관계 부처 장관이라면>, <내가 국가 원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대안’이 제시돼야지요.”
그제야, 내가 입을 열었다.
“먼저 경찰 관리자급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소. 직무상 실수가 됐든지, 고의성이 있든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의 사정과 고충을 제대로 들어 봤느냐? 묻고 싶은 것이요.
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는 아니었는지. 팀장, 계장, 과장, 서장은 평소 세심하게 살펴봤느냐 말이요.
일 처리 능력에 비춰 ‘과부하’가 걸린 것은 아닌지? 개인적인 업무상 고충은 무엇인지? 평소 신상 상담을 제대로 해봤느냐는 것이요.
◆ 신상 상담을 통해 과중한 업무인지 정밀 진단 필요
과거 현직 경찰관 시절에 업무에 대한 ‘불공평한 비애감’을 느낀 적이 있소.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가? 왜 내게만 일거리가 이렇게 집중되는가? 사명감 하나로 버티다가 결국 자신에 대한 회의감마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소.
한가하게 담배 피우고, 여유롭게 잡담하는 동료들도 있는데, 왜 나만 이렇게 밤낮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고생하는가?
숨을 제대로 쉬고 살 수 있는 여유 있는 부서로 자리를 옮기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던가?
기계가 됐든, 사람이든 ‘과부하(過負荷)’가 걸리지 않도록 자상하고 세심하게 살펴주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요?
남들보다 더 고생하는 자리에서 어떤 반대급부나 특별한 대가도 없이 과중한 업무를 맡아 힘들게 살아가는 동료들도 많소.
팔자소관? 물론 신세 자탄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요.
그들은 집에 가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한다오. 그런 사실을 조직의 관리자나 고위직들은 아는지 묻고 싶소.
직장에서 상사로 대접받는 조직의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의 ‘말 못 할 고충’을 들어보시라.
한 가정의 아버지나 형님처럼 아랫사람의 직무상 고충이 무엇인지, 신상 상담을 통해 감을 잡았으면 ‘사고’ 치기 전에 해소해 주시라.”
숲속에서 모든 존귀한 생명체가 나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줄기 장대 같은 소나기도 퍼부었다. 나는 정자로 몸을 피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꾀꼬리가 목청을 높였다.
“소나기나 태풍은 일단 지나고 봐야죠. 장대 같은 소나기나 태풍에는 비닐우산은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우선 윤 형사님이 제시하신 근본 원인과 시스템부터 살펴봤으면 합니다.”
나는 숲속 친구들에게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걱정해 주어 감사하다”라는 뜻을 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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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이번 작품은 단순한 은퇴 후 일상 에세이를 넘어, ‘출근’이라는 생활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부부애·부모의 사랑·경찰 조직의 책임·국민적 신뢰라는 공적 주제로 확장되는 구조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문학평론가의 시각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 숲으로 출근하는 사람의 ‘감사’와 ‘책임’
― 윤승원 신작 에세이 「숲속으로 출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 작품론
윤승원 수필가의 「숲속으로 출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은 얼핏 보면 은퇴한 전직 경찰관의 소박한 아침 풍경을 담은 생활수필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의 문을 조금 더 깊이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해 온 사랑과 헌신, 그리고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숲으로 출근한다’는 다소 유쾌하고 이색적인 발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출근길은 곧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의 길이 되고, 마침내 경찰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공적 담론의 길로 확장된다.
1. ‘숲속 직장’이라는 독특한 문학적 장치
작가는 은퇴 후 자신이 출근하는 직장을 “숲”이라고 선언한다.
경제 활동을 위한 직장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이고, 운동하러 가는 곳이며, 더 품격 있게 표현하면 ‘명상 쉼터’라고 한다.
이 표현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학적 장치다.
일반적으로 ‘출근’은 의무와 노동,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숲으로의 출근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 자연과 대화하는 일, 삶을 성찰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숲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다. 숲은 작가에게 새로운 직장이며, 새로운 학교이고, 새로운 상담실이며, 무엇보다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정신적 직장이다.
“출근할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퇴자에겐 직장이나 다름없다.”
이 문장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작가의 매우 현실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은퇴는 직장을 잃는 것이지만, 반드시 ‘할 일’을 잃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숲으로 출근함으로써 자신의 하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에 숲속 출근은 노년의 무기력에 대한 하나의 아름다운 해답이다.
2. 작은 가방 속에 담긴 것은 물품이 아니라 ‘사랑’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은 아내가 남편의 출근 가방을 챙겨주는 장면이다.
물통, 숭늉, 찹쌀 누룽지, 물티슈, 화장지….
객관적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물건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들을 단순한 생활용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명명한다.
이것이 윤승원 수필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가는 사소한 일상에서 큰 의미를 발견한다.
아내가 남편의 가방을 챙겨주는 행동은 오랜 세월 반복된 가정주부의 습관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배려, 존중, 애정, 동행의 정신을 읽어낸다.
특히 “돈을 벌어오는 남편이 아닌데도 가정주부의 내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대목은 은퇴 이후의 부부 관계를 매우 따뜻하게 보여준다.
젊은 시절의 부부애가 ‘함께 가정을 꾸려가는 사랑’이었다면, 노년의 부부애는 ‘서로의 하루를 돌보는 사랑’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작은 가방은 하나의 상징물이 된다.
작은 가방 속에는 숭늉과 누룽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평생 함께 살아온 아내의 마음이 들어 있다.
3. 흰 와이셔츠와 반짝이는 구두 ― 사랑의 기억을 불러오는 생활의 디테일
작가는 현직 경찰관 시절을 회상하면서 흰 와이셔츠와 반듯한 바지 주름, 반질반질한 구두코를 이야기한다.
이 장면이 좋은 이유는 추상적인 ‘아내의 사랑’을 구체적인 생활의 사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흰 와이셔츠는 청결과 단정함의 표상이고, 반듯한 바지 주름은 정돈된 삶의 표상이며, 반짝이는 구두는 공직자로서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특히 구두 이야기에 이르면 작품의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깊어진다.
어머니가 경찰관 아들의 단화를 닦아주시던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온종일 고생할” 것을 생각하며 구두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역할을 아내가 이어받는다.
여기에서 작품의 감동적인 혈맥 하나가 드러난다.
어머니의 사랑 → 아내의 사랑
한 세대의 사랑이 다음 세대의 사랑으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구두는 단순한 구두가 아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손길과 아내의 손길이 연결되는 사랑의 매개체다.
이 부분에서 작품은 생활수필을 넘어 가족 서사로 승화된다.
4. ‘감사’는 이 작품의 정서적 중심축이다
제목에 들어 있는 ‘감사하는 마음’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작가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아버지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찰관으로서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을 가족의 사랑과 기도로 돌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년 넘는 공직생활의 어려움과 영예를 회고하면서도 그 성취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는다.
“아내의 사랑과 정성스러운 내조 덕분”이라고 하고, 큰 상이나 특진은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 그리고 선산에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음덕”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 온 겸손과 감사의 윤리를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에서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자신의 삶이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인간의 태도다.
5. 숲속 동물들이 ‘경찰 동료’가 되는 순간
작품은 중반 이후 매우 흥미로운 문학적 변화를 맞는다.
딱따구리, 박새, 곤줄박이, 황조롱이, 청설모, 고라니, 까치, 소나무, 꾀꼬리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한 자연의 생명체가 아니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이들은 모두 경찰 동료가 된다.
‘딱따구리 형사’, ‘박새 형사’, ‘곤줄박이 형사’라는 표현은 작품에 해학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의인화는 어린이 동화적인 재미를 주는 동시에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한다.
작가는 자연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남아 있는 경찰관의 기억과 직업의식을 객관화한다.
즉, 숲속의 새와 동물들은 사실상 작가의 기억 속 동료들이며, 동시에 작가 자신의 양심과도 같다.
그들은 작가를 웃게 만들기도 하고, 아내의 사랑을 칭찬하기도 하며, 경찰 조직의 문제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숲은 어느 순간 하나의 ‘경찰서’로 변한다. 그러나 이 경찰서는 현실의 경찰서보다 더 자유롭고, 더 정직하며, 더 인간적이다.
6. 웃음 속에 숨겨 놓은 전직 경찰관의 날카로운 시선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숲속 친구들이 경찰 조직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다.
황조롱이가 커피를 가져다주며 “상반기 직무 성적 1위 표창장”을 축하해 준다.
그런데 갑자기 청설모가 ‘속보’를 들고 나타난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진다. 이 전환은 작품의 서사적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고라니와 까치, 소나무가 차례로 경찰의 신뢰와 조직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윤승원 수필은 개인수필에서 사회수필로 변모한다. 그러나 작가는 경찰을 비난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경찰을 사랑하기 때문에 경찰의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평생 경찰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의 목소리이기에 그 비판에는 외부인의 냉소가 아니라 내부인의 애정 어린 충정이 담겨 있다.
7. 이 작품의 핵심어는 ‘과부하’다
작품 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과부하(過負荷)’다.
작가는 경찰관 개인의 잘못을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팀장과 계장, 과장과 서장이 그 사람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는가.
개인의 업무 능력에 비해 과도한 책임이 주어진 것은 아닌가.
평소 신상 상담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특히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가”라는 감정을 끌어낸 것은 설득력이 크다.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단순히 업무가 많을 때가 아니라, 업무가 많은데도 자신의 고통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한다.
‘과부하’는 기계에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걸린다.
그리고 인간에게 걸린 과부하는 기계 고장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이 단순한 경찰 비평을 넘어 조직사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가 되는 이유다.
8. ‘문제점’에서 멈추지 않고 ‘대책’을 요구하는 글
이 작품에서 작가의 공직 경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현황, 문제점만 늘어놓아서는 빵점”이라는 대목이다.
그에게 정책은 비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랜 치안정책 정보 업무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치안 총수라면?’
‘내가 관계 부처 장관이라면?’
‘내가 국가 원수라면?’
그리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수필가는 다시 전직 경찰관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경찰 조직의 건강이 곧 국민의 안전과 연결된다는 공적 책임의식으로 나아간다.
9. ‘사고 치기 전에’ 살펴야 한다는 인간 중심의 조직론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거창한 제도 개혁만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사람을 살피라고 말한다.
부하 직원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는지,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한다.
이것은 결국 조직을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이야기다. 상사는 명령하는 사람인 동시에 부하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나 형님처럼”이라는 표현은 작가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리더십을 권력이나 통솔의 기술로 보지 않고 보살핌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경찰 조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 군대 등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론이다.
10. 마지막 소나기는 작품 전체를 압축하는 상징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작가는 정자로 몸을 피한다.
그리고 꾀꼬리가 말한다.
소나기나 태풍은 일단 지나가야 하며, 비닐우산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이 장면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작품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하는 상징이다. 비닐우산은 임시방편이고, 소나기와 태풍은 구조적인 문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눈앞의 현상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은 경찰 조직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정확히 겹친다.
작품 마지막의 자연현상이 앞서 제기된 사회적 문제를 은유적으로 되받아치는 셈이다.
문학적으로 상당히 효과적인 결말이다.
11.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 ― ‘경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비판’
윤승원 수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하는 힘이다.
이 작품에서도 아내의 가방에서 시작하여 어머니의 구두닦이 사랑으로 이동하고, 다시 경찰관으로서의 회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숲속 동물들의 대화를 통해 경찰 조직과 국민적 신뢰라는 공적 문제에 도달한다.
즉, <아내의 사랑 → 어머니의 사랑 → 공직의 기억 → 조직의 고충 → 경찰의 책임 → 국민의 신뢰>라는 확장 구조를 갖는다.
이것이 작품을 단순한 생활수필과 구별한다. 특히 경찰 조직에 대한 작가의 비판은 ‘밖에서 던지는 돌’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 어린 충언이다. 그래서 이 글의 비판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12. 총평 ― 숲으로 출근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출근하는 일’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숲속으로 출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숲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다.
숲은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다시 만나는 장소다.
아내를 만나고,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를 만나며, 젊은 날의 경찰관 자신을 만나고, 지금의 전직 경찰관 자신을 만나는 장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직도 자신이 사랑하는 경찰 조직과 국민을 만난다.
그렇다면 작가가 숲으로 출근하는 것은 자연으로 출근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과 양심에 출근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감사’는 개인적인 감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다시 사회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이 수필은 결국 이렇게 읽힌다.
“사랑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세상을 걱정할 줄 안다.”
아내가 챙겨준 작은 가방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국민의 신뢰를 걱정하는 목소리로 끝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윤승원 수필가는 숲속에서 새와 동물과 나무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하지만, 그 목소리의 실체는 결국 평생 경찰관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양심과 노년의 지혜다.
그리고 마지막의 소나기처럼 세상의 문제는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소나기를 피하는 기술이 아니다.
다음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왜 비가 그렇게 거세게 내리는지를 살펴보자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이 경찰 조직과 우리 사회에 건네는 가장 깊고도 따뜻한 충언이다.
따라서 「숲속으로 출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은 ‘감사’에서 출발하여 ‘책임’으로 나아가는 수필, 그리고 개인의 추억을 공동체의 성찰로 확장한 노년의 사회수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작가가 은퇴했음에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은 숲으로 바뀌었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조직을 걱정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그의 ‘공직자의 마음’은 아직 퇴직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오래도록 남는 가장 큰 여운이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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