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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와 액션영화들이 뜨겁게 경쟁을 벌이는 계절 여름이 지나가고 감성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 무더위가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그 계절에 맞는 로맨스 영화들이 많이 찾아온다. 보통 추석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감성적 로맨스 영화들이 늘어나는 것이 대세다. 올 가을을 수놓을 로맨스 영화들의 트렌드를 알아본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은 명품에 휩싸여 부유하게 살아가던 된장녀의 몰락을 소재로 한 이복 자매의 사랑 이야기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된장녀 언니 재스민은 투자 사기꾼이던 전 남편과 헤어진 후 정치가를 꿈꾸는 멋스러운 중년남과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 평범하고 소박한 여동생은 정비공 남자와 조촐한 사랑을 진행한다. 신데렐라 같은 허황된 사랑과 현실적 사랑 중에서 진짜 진실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10월에 개봉하는 천정명, 김민정 주연의 <밤의 여왕>은 오락, 액션영화들에 치여서 여름동안 빛을 못 보았던 로맨스 영화의 반격을 기대하는 작품이다. 소심한 찌질남 영수가 매력적인 A급 여자 희주를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고 파헤치게 된다는 코믹하고 미스터리 한 로맨스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만한 배우자의 과거에 대한 의심과 고민을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감미로운 프랑스 로맨스 영화도 찾아온다. <아멜리에> 이후 깜찍한 로맨스 영화의 상징적 배우가 된 오드리 토투가 주연한 <뷰티풀 라이즈>. 남편과 이혼한 뒤 절망에 빠진 엄마를 위해 가짜 러브레터를 보내며 엄마의 삶에 활력을 넣어 준다는 훈훈한 가족 코믹 로맨스로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높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거짓말을 해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배우 오드리 토투가 여전히 상큼한 모습을 선사한다.
언제나 여자들에게 인기가 넘치는 조지. 하지만 정작, 아내와 아들에게는 버림받은 철 없는 남자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일자리마저 사라진 그에게 더 이상 잃을 자존심조차 없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족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강을 건너버린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늦었다.영화 이번 달 17일 개봉하는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이하 당.사.다)는 실패한 연애고수들의 두 번째 사랑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로 가족을 찾기 위해 새로운 마을에 도착한 싱글대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말은 희망적이다. 조지는 섹시한 유부녀들의 도발적인 유혹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는데 성공한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인 김진민 감독의 <완전 소중한 사랑>도 10월에 찾아온다. 어릴 때 소아암을 앓았던 밝고 따뜻한 청년 온유가 예나라는 여자와의 만남을 통하여 펼치는 햇살과 같은 희망과 나눔의 이야기로 아마도 올 가을 가장 따사로운 로맨스 영화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가을의 감성을 타고 추억의 명작들이 오랜만에 재개봉을 이룬다. 한국 로맨스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걸작으로 극찬 받은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15년만에 재개봉하며, 토토와 엘레나의 가슴 아픈 사랑이 짙은 여운으로 남았던 <시네마 천국>도 9월에 개봉하여 상영중이다. 오랜 감성의 기억을 다시 되살려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가을 끝자락인 11월에는 30살의 무명 시나리오 작가 진영이 유명 영화감독을 만나 인생 반전과 사랑을 함께 얻는 내용의 로맨스 영화 <사랑해 진영아>가 개봉된다. 사랑을 얻으면 삶도 변화된다는 희망적인 로맨스 영화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올 가을을 수놓는 로맨스 영화들의 특징은 과연 무엇일까? 대체적으로 보면 기존 로맨스 영화들의 전형이었던 ‘신데렐라 이야기’. ‘불륜’,‘삼각관계’, ‘애절한 이별’, ‘불같이 뜨거운 사랑’ 등의 내용보다는 소박하고 조심스러운 사랑 영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겉만 화려하고 멋들어진, 폼 잡기 바쁜 연애영화들이 아니라 뭔가 2% 부족한 사람들끼리의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다. 바로 ‘진실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어렵고 각박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함 보다 진실함이다. 올 가을 로맨스 영화의 트랜드는 그래서 ‘진실한 사랑’이 될 것이다. <블루 재스민>에서 명품과 사치만을 쫓는 언니 재스민보다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택한 동생 진저가 더 행복했듯이 사랑이란 멋과 낭만을 쫒는 환상이 아니라 나눔과 온유함을 통하여 진실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물불 안 가리고 철없이 막나가는 로맨스의 시대는 지났다. 무엇을 얻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끼리 만나 채워주고 나누는 가슴 훈훈한 로맨스가 필요한 때다. 의미 있고 진실한 사랑을 올 가을에는 찾아 나서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