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지연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적절한 중재가 개입되었을 때 장애는 변화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데 반해서 지연은 그 변화속도가 확실히 빠르게 드러납니다. 환경적인 불우함, 성장시기에 적절한 조치에의 미흡 혹은 방치, 선천적 질병으로 인한 입원 혹은 투병세월이 길어짐 등의 이유로 일반아이들도 지적 정신적 성장에 지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폐증은 장애와 지연의 중간점에 있다고나 할까요. 결국 악성치매로 가는 경우와 아주 늦지만 일반아이들의 성장단계를 하나씩 거치며 끝까지 발전해나가는 경우 두 가지가 있습니다. 늦지만 일반성장에의 길을 천천히라도 걷게 해주려면 어떠한 경우이든 전정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법칙을 무시하고 전정감각 해소와 관계없는 특수치료 중재들 (언어 인지 ABA 등)에 매달린 아이들은 초기상태의 경중을 떠나 결국 악성치매적 모습으로 가게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뇌의 법칙을 무시하고 유치원생에게 대학입시 과목을 가르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를 정확히 판단받을 때 가장 빠른 발달을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시골에서 60년 농사지으며 살아온 촌부에게 어려운 철학이나 경제강의는 필요하지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일주일 간의 보충제 투여로 확 모습을 바꾸는 근이를 매일 지켜보며 관찰해보는 건 너무 큰 기쁨입니다. 식후에 보충제 섞어 먹게되는 요플레가 어찌나 맛있는지 두번째 먹을 때는 '엄마 엄마'하며 눈을 반짝입니다. 태균이한테 들어보지 못한 엄마소리를 근이에게 들어봅니다.
똥싸는 횟수가 절반 이상 줄어드니 녀석도 포만감때문인지 웃는 얼굴을 자주 보입니다. 녀석 이빨 본 지가 참 오랫만인듯 합니다. 도파플러스의 효과 참 좋네요.
근이녀석 제 짐작대로라면 미숙아와 같은 상태가 맞는 것 같습니다. 모든 신체조직 자체가 연령을 뒷받침해 줄 수 없을만큼 성장이 안되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수행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그 힘을 조금 얻었는지 제가 판단하기에 변화속도가 확 느껴질 정도입니다.
발달학교에서 배웠던 동작도 완벽히 재현하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아침밥 기다리며 짐볼운동을 열심히 해댑니다. 집에서는 짐볼이 있어도 거들떠도 안보았다니 엄청난 선물은 확실합니다. 이제 인라인도 한번 태우러가봐야 되겠습니다.
밥먹을 때도 이제 남의 그릇에 절대 손대지 않고 차분히 자기식사를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고 물도 스스로 마시려다 다 쏟아버리는 것도 시도는 하지만 저를 이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믿음도 생겼다는 말이겠지요.
변한만큼 완이하는 짓을 그대로 하려고 하니 자꾸 태균이에게 앵겨붙습니다. 수시로 완이의 비비적도 견뎌야 하는데 이제 근이의 찰거머리도 견뎌야 하니 태균이 참 죽을 맛일텐데 그래도 무던히 받아줍니다. 혼자서 죽어라 구강자극하는것보다는 훨씬 나은 듯 해서 완이는 떼어내는 작전을 하는 반면 근이는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생각같아선 근거리 소근육 훈련까지 시키면 딱이다 싶은데 (이것만 성공하면 상당히 올라갈겁니다) 이건 개별치료를 해야하니 지금은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적절하게 자기 팔과 손쓰는 것 당장 훈련이 필요한데 지금은 교구도 없고 치료실도 없고 그리고 돌봐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제는 싫컷주의를 실천하고자 드라이브할 때 약간 몸을 결박하고 주변에 과자를 끊임없이 부어주었습니다. 완이 과자 탐낼 필요도 없게끔 해주니 자기것 먹느라 완이것 신경도 안씁니다. 몸을 약간 결박하니 바닥에 있는 것 주워먹지 않아도 되니 그것만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물론 처음에는 허겁지겁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속도가 느려져서 천천히 가는것이 보입니다. 앞으로 보낼 때까지는 자주 연습을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녀석 생각보다 제게 큰 선물을 주고 있습니다. 자폐증보다는 미숙아 같다는 느낌은 거의 맞을 것이고 그에 맞추면 오히려 자폐아이들보다 훨씬 빠르지 않을까 근이엄마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첫댓글 너무나 반가운 소식입니다. 관찰자의 욕심으론 두석달 근이에 관한 대표님의 일기를 바라게 됩니다. 미숙아인지 자스인지 더 오랜 관찰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근이의 함박 웃음이 제 손주와 넘 비슷해 놀랐습니다. 태균이 형님이 넘 고맙습니다. 🙏🍒‼️
근이의 웃는 얼굴이 정말 정말 이쁘네요^^
태균씨도 건강 회복한 모습보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제주도 일기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