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마찬가지야”의 오류에 관하여
최광희 목사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두 가지 반응이 돌아온다. 일부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은 상대 역시 결점이 있음을 지적함으로 입을 다물게 만든다. 후자의 대화법에 익숙한 사람은 자신의 총명함과 임기응변에 강한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다음 몇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는 대화법이다. 이렇게 대꾸하는 것은 첫째,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둘째,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치며, 셋째, 논리적으로도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는 결국 본인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음 대화에서 ‘너도 마찬가지야’라는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부모와 자녀의 대화
-엄마: 공부 좀 성실히 해라. 요즘 너무 놀기만 하는 것 같구나.
-자녀: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했어요?
*사례 2) 정치 문제 토론
- A: 그 정치인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아.
- B: 너희 정당 정치인은 문제가 더 많지 않니?
위의 대화에서 자녀 혹은 B처럼 반응하는 것을 논리학에서는 Tu Quoque(투 쿼크)의 오류라고 한다. Tu Quoque란 라틴어로 “너도 마찬가지야”라는 뜻인데 영어로 바꾸면 “you too”가 될 것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논점을 회피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대화 방식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1. 본인의 인격에 미치는 영향
“너도 마찬가지야”라고 반응하는 오류를 범하는 사람은 본인에게 그 문제가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를 인정하고 성찰하기보다는 상대의 과거 문제를 끄집어내어 비판함으로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책임을 회피하며 자기방어에 급급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너도 그랬잖아”라고 대꾸하여 논점을 흐리고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대화 방식은 정직성과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결국 피장파장의 오류를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은 자기를 돌아보아 성숙할 기회를 버리고 문제의 원인을 항상 외부에서 찾는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굳어질 수 있다.
2. 대인 관계에 미치는 영향
상대방이 진심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너도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반응하면 건설적인 대화가 어려워지고 갈등만 깊어진다. 그 결과는 감정적 신뢰가 무너지고 감정적 방어만 남게 된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상대의 모든 대화를 공격으로 받아들임으로 자신에게 여유가 없음을 드러낸다. 이렇게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의 반응은 관계 속에서 감정적인 신뢰를 깎아 먹을 수 있다. 결국 피장파장의 오류는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대신에 비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그 결과 서로를 비난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너도 잘못한 적이 있잖아”라고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충고를 받아들여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상대에게도 반복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그 순간이 아니라 별도로 기회를 만들어 차분하게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는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가? 한 사람이 “Tu Quoque(너도 마찬가지야)”라고 반응한다면 그 순간 상당한 여유와 인내가 필요하다. 이때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우린 지금 싸우자는 것이 아니야”라고 부드럽게 말하며, 자신의 약점도 인정하는 것이 좋다. 만일 상대가 내 문제부터 먼저 이야기하자고 강경하게 나온다면 내 문제를 대화한 후에 상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의 대화에서 한쪽만이라도 여유와 부드러움을 유지한다면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장파장의 오류는 자신의 미성숙을 표출하며 인간관계에도 해를 끼친다. 그러므로 층고를 받았을 때 감정적,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며 성숙해지려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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