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상봉에서 조망, 앞은 지나온 능선이고 건너편이 천보산맥이다
잔잔한 파도는
결코 노련한 뱃사공을 만들지 못한다
――― 영국 속담
▶ 산행일시 : 2014년 2월 15일(토), 맑음, 포근한 날씨
▶ 산행시간 : 8시간 12분
▶ 산행거리 : 도상 18.2㎞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시간별 구간
07 : 48 - 양주시청, 산행시작
08 : 32 - △366.4m봉
08 : 45 - 불곡산 상봉(佛谷山, 470.7m)
09 : 00 - 상투봉(431.8m)
09 : 32 - 임꺽정봉(449.5m)
10 : 00 - 청엽굴고개
10 : 40 - 도락산(道樂山, △440.8m)
11 : 34 - 청엽굴고개
11 : 48 - 광백저수지 전망대
12 : 10 - 거북바위 쉼터
12 : 32 - 임꺽정봉 아래, 점심(20분)
13 : 08 - 임꺽정봉
13 : 25 - 악어바위
14 : 08 - 불곡산 상봉
14 : 58 - 임꺽정 생가터
15 : 43 - 양주시청
16 : 00 - 양주역, 산행종료
1. 불곡산 상봉에서 조망, 오른쪽 맨 뒤는 천마산, 그 앞은 철마산, 왼쪽은 주금산
▶ 불곡산 상봉(佛谷山, 470.7m)
전철 1호선 양주역, 2번 출구로 빠져나와 대로 건너서 버스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불곡산 들
머리인 양주시청이다. 양주시청 왼쪽 옆 건물인 양주시의회로 들어가자마자 이정표가 안내
한다. 파고라 아래 장의자 놓인 너른 쉼터에서 산행복장 추스르고 데크계단 올라 아치문에 드
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예전에 채석장이었는지 절개지 석벽 왼쪽의 둘레길로 간다.
둘레길은 산자락 돌아가고 불곡산 가는 길은 가운데 얕은 골짜기 소로로 오른다. 등로 마사토
가 단단하게 얼어 있어 가파른 오르막길이 걷기에 퍽 수월하다. 이런 솔향 그윽한 숲속 길은
심호흡하며 천천히 걷는 것이 제격이겠으나 번번이 촌각을 다투는 잰걸음 한다. 아침햇살의
꾸준한 직사(直射)로 옅은 안개가 박사(薄紗)의 휘장 젖히듯 점점 걷히자 마침내 드러나는 산
해만리 운무기경을 놓칠까봐 서두른다.
긴 산릉 돌출한 봉봉이 고구려적 석축 쌓은 보루다. 삼각점이 보여도 지도 들여다볼 겨를 없
이 오르내린다. △366.4m봉 넘어 제법 뚝 떨어졌다가 길게 오른다. 새로이 산을 간다. 십자고
개 지나서 바윗길이 이어진다. 왼쪽 사면의 절벽을 염려한 목책 길 지나고 슬랩에서는 바위펭
귄을 앞지른다. 이윽고 불곡산 상봉. 숨이 멎을 듯한 사방가경이 펼쳐진다.
서울근교의 산에 이만한 경점이 또 있을까? 북한산 백운대, 도봉산 신선대, 수락산 주봉, 관
악산 연주대 등도 사방이 일망무제로 트였지만 거기는 대기가 탁하여 여기에서처럼 맑고 뚜
렷한 경치를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상봉 표지석 곁에서 발아래 넘실거리는 만경창파가 잦
아지기를 기다린다. 나 혼자서.
불곡산 상봉 북서릉 내리는 길. 암봉 슬랩을 잔도로 돌아서 데크계단으로 내린다. 계단참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불곡산이 불암산과 꽤 닮았다. 암봉인 상봉의 모습이 서로 비슷하고, 암
릉 내리고 오른 암장 위의 상투봉과 석장봉도 비슷하다. 험하기는 불곡산이 더하다. 상투봉에
서 불곡산 북사면 바라보노라니 석장봉에서 불암산 바라보는 줄로 착각한다.
상투봉 내리는 V자 계곡은 실은 W자 계곡이다. 밧줄 잡고 대슬랩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임
꺽정봉을 한껏 높여놓고 오른다. 밧줄 달린 바윗길을 두 피치로 오른다. 100m 한 피치 오른
425m봉 전망바위에 들려 숨 돌린다. 과연 ‘수락기운(水落起雲)’이 양주팔경의 하나일 만하다.
의정부와 유양은 심해이고 백석은 해저도시다. 다시 바윗길 한 피치 올라 임꺽정봉이다. 정상
남쪽은 절벽 위라서 다가가기 겁난다.
2. 천보산과 수락산(오른쪽)
3. 도봉산
4. 불곡산 상봉
5. 임꺽정봉
6. 펭귄바위
7. 지나온 능선, 멀리 오른쪽은 수락산
8. 가운데는 천보산맥
9. 가운데는 천보산맥
10. 칠봉산, 그 뒤로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이다
11. 가운데는 천보산맥, 어하고개가 해협이다
12. 백석면 은봉산
13. 가운데가 천보산맥
14. 불곡산 상봉
▶ 도락산(道樂山, 439.8m)
임꺽정봉 내리는 북사면은 빙판이거나 눈길이다. 설벽을 내린다. 굵은 밧줄이 달렸으나 발 디
딜 곳이 마땅하지 않아 애 먹는다. 야트막한 안부. 능선마루 직진은 군부대 철조망으로 막혔
다. 오른쪽 골로 간다. 사면의 수북한 낙엽을 함부로 지치다 낙엽 밑 얼음장에 된통 미끄러진
다. 산자락 돌아 ┫자 갈림길. 직진은 부흥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이 능선을 타고 내려 청
엽굴고개를 지나고 샘내로 가는 한북정맥 길이다.
능선마루로 올라 목장 철조망 따라간다. 도로로 내려서 하늘안 추모공원 정문을 지나고 청엽
굴고개로 올라선다. 능선마루는 비포장도로가 뚫렸다. 경고판에 도로 옆 산속은 군부대 위수
지역이니 넘나보지 말란다. 다소곳이 도로로 간다. 청엽굴고개에서 12분 진행하여 Y자 갈림
길이다. 오른쪽이 한북정맥 샘내로 가는 도로이고, 왼쪽이 도락산을 가는 김삿갓 풍류길이다.
숲길. 완만하여 뒷짐 지고 느긋이 간다. 도락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장의자 놓인 곳
곳의 쉼터마다 휴식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옷차림에서 따스한 봄기운을 느낀다. 오른쪽
으로 지장사 가는 ┣ 갈림길을 지나고 긴 오르막을 이마에 땀 배이게 오르면 도락산이다. 노
송 아래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그 옆에 아담한 정상 표지석이 있다.
동쪽으로 조망이 좋다. 칠봉산과 그 너머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이 겹병풍을 쳤다. 그런데 실
제 도락산 정상은 서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한다. 약간 내린 안부에서 왼쪽 골짜기 타고 오르는
군사도로와 합류하여 자갈 깔린 대로를 오르고 전차 주차장 지나면 그 위가 도락산 정상이다.
국가재산 보호한다는 안테나 달린 무인감시시스템이 있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포천
24, 1982 재설.
사방 나무숲으로 가려 별 조망 없다. 이곳 도락산의 이름 유래가 여럿이다. 돌로 이루어진 앞
산이라는 ‘돌앞산’이 변해서라느니, 돌이 많은 악산이어서 ‘돌악산’이라느니, 산의 머리가 떨
어졌다 하여 ‘두락산’이라느니. 해동지도 등 옛 지도에는 돌압산(突壓山), 돌압산(突押山)이란
기록이 보인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단양의 도락산과는 풍치가 전혀 다르다. 단양의 도락산은
바위투성이인 골산인데 반해 이곳 도락산은 육산이다.
이대로 까치봉 넘어 그만 덕정으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치기에는 너무 아쉽다. 불곡산을 다시
가자! 올 때 본 경치와 갈 때 볼 경치는 다를 것이니 어찌 똑같은 산이라고 하랴.
15. 불곡산 북사면 일부
16. 임꺽정봉 남릉, 왼쪽 끄트머리 뒤쪽에 악어바위가 있다
17. 수락산과 도봉산(오른쪽)
18. 백석면
19. 멀리 오른쪽은 수락산
20. 임꺽정봉 남릉, 오른쪽 끄트머리 앞쪽에 악어바위가 있다
21. 멀리 수락산과 도봉산(오른쪽)
22. 임꺽정봉 서릉 부분
23. 도락산 정상 표지석
24. 불곡산 상봉과 임꺽정봉
25. 불곡산 상봉과 상투봉
▶ 임꺽정봉, 악어바위, 불곡산 상봉, 임꺽정 생가터, 양주역
온 길로 도락산을 내린다. 내심 도락산 남릉을 타고 내리고 싶지만 26사단 군부대의 철조망
이 성가셔 얌전히 이정표 등로 따른다. 내림 길이 미끄럽다. 기온이 올라 땅거죽이 녹았다. 몇
번이나 주르륵 미끄러졌으나 내 날래기 볼썽사나운 넉장거리는 피했다. 근경의 불곡산 모습
살피려 하늘안 추모공원에 들렸다가 청엽굴고개 지나 이번에는 광백저수지 쪽으로 간다.
고갯마루 넘고 진창길 대로를 가는데 잣나무 숲속 산으로 가는 둘레길이 보인다. 냉큼 둘레길
따른다. 엄연한 산길이다. 지능선 넘고 넘는다. 둘레길은 잠깐 광백저수지를 들렸다가 방성천
위쪽 산자락을 돈다. 경사 느슨한 능선에는 위도 아래도 군부대이니 아무쪼록 둘레길만 따르
라는 경고판이 지키고 있다. 자작나무 숲길 지나고 제법 굴곡진 구릉을 넘는다.
거북바위 쉼터다. 산굽이를 돌만큼 돌았다. 생사면이지만 한바탕 치고 오르면 능선에 이르고
일반등로가 지날 것 같다. 더킹 모션하여 잡목 숲 헤친다. 마른 솔잎이 우수수 떨어져 목덜미
로 들어온다. 그랬다. 인적 뜸하지만 분명한 등로와 만났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내 하는 일이 매양 그렇다. 교통호로 일로직등하였더니 능선마루 접근을 군부대 철조망이 막
는다.
한참 철조망 따라 비스듬히 사면을 돌다 슬랩에서 짜릿한 손맛 본다. 어렵사리 군부대 앞 정
문에 이르고 길이 풀린다. 임꺽정봉이 올려다 보이는 그늘진 암반에다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
다. 자린고비 굴비 쳐다보듯 임꺽정봉 암봉 또한 건 한 반찬이다. 오른쪽으로 대교아파트로
내리는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대슬랩 덮은 데크계단을 오른다.
예전에 한북정맥 종주할 때는 이 슬랩을 밧줄 잡고 내렸었지. 오가는 등산객들이 많다. 밧줄
구간에는 정체다. 더구나 빙판이다. 임꺽정봉. 운해는 다 빠졌다. 인간사 그다지 볼품없는 경
치다. 이제는 줄서서 임꺽정봉 바윗길을 내린다. 420m봉 ┣자 갈림길. 오른쪽 암릉 끄트머리
에서 놀고 있을 악어바위 보러간다.
임꺽정이 갖고 놀았다는 공기돌바위 만져보고, 돌담 건너 코끼리바위 들여다본다. 슬랩 내리
고 암릉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악어바위가 나온다. 애기 악어다. 기물(奇物)이자 명물이다.
어느 솜씨 좋은 장인이 조각한 걸작이다. 다시 주릉으로 올라서고 등산객들 대열에 낀다. 산
악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멘 젊은이들의 푸념이 우습다.
괜히 여기를 올랐다며 사면 돌거나 안부로 내리는 길이 어디쯤 나오는지 묻는 그들의 망연자
실한 표정이 마치 험로의 책임을 나에게 묻는 것 같다. V자 계곡도 정체다. 상투봉에서 불곡
산 북사면을 또 들여다보고 데크계단 오른다. 불곡산 상봉. 다른 산이다. 아침의 발아래 산해
만리 가경이 환상이고 거짓말 같다.
십자고개 지나고 ┣자 갈림길. 오른쪽은 임꺽정 생가터로 간다. 1.2㎞. 그리로 내린다. 산비탈
중턱에 보이는 백화암이 대찰이다. 암만 귀 기우려도 ‘화암종성(華庵鐘聲)’은 들리지 않는다.
너럭바위에서 일광욕하다가 숲길을 내린다. 백화암 오르는 길과 만나고 조금 더 내리면 둘레
길 100m 전방에 임꺽정 생가터가 있다.
너른 잔디밭 공터 가장자리에 큼직한 ‘임꺽정 생가 보존비’가 있다. 비명에 ‘터’자가 탈자가 아
닐까? 둘레길을 간다. 산굽이 돌고 돈다. 둘레길은 양주 별산대 놀이마당도 들린다. 별산대
놀이마당이 오늘은 쉬는 날이다. 양주향교 지나고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예전에 산불 크게
난 산자락 돌아 산모롱이에 이르면 불곡산 오르는 주등로 만난다.
양주시청. 어지간히 미적거렸는데도 일당(8시간 산행)에 딱 5분이 빠진다. 그렇다면 양주역
까지 걸어가자. 17분 걸린다.
26. 광백저수지, 건너편은 도락산
27. 둘레길 자작나무 숲길
28. 임꺽정봉 북서릉
29. 불곡산 상투봉과 그 너머 상봉
30. 임꺽정봉 남릉의 코끼리바위
31. 악어바위
32. 불곡산 상봉
33. 도봉산, 임꺽정 생가터 가는 도중 너럭바위에서
34. 임꺽정 생가터
35. 오후의 천보산
36.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