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옮김 / 재인
잘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주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의 이익과 관련이 있을 때 주저하게 된다. 손익을 따질 때도 그렇지만 잘못을 시인하고 죗값을 물었을 때 내 인생의 행로가 바뀔 것 같거나, 성장의 싹이 잘릴 것 같을 때 과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내 잘못도 잘못이려니와 타인의 잘못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타인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대라면 더더욱 바른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영향력은 자라고 자라 화인을 맞은 것처럼 감각을 잃어버리고 양심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야기는 실업자가 된 비정규직 청년이 동거녀와의 통화 내용을 통해 독자를 미궁으로 이끈다.
48. "어떡하지? 나, 일을 저질렀어." / "일이 좀 잘못된 것 같아. 어떡하면 좋지?"
추리 소설의 성격의 작품이라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플롯을 짐작할 수 있을지라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내용은 언급해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의 의도가 내 생각과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작품을 쓴 사람과 읽은 후 해석하는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란 환경이 다르고, 배운 바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므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바는 동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너무나 쉬운 주제이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고 새 삶을 살아라! 민족, 국가, 단체 혹은 개인을 망라해서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다. 어른, 아이, 직업을 막론하고 그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향하여 과거에 그들이 범한 많은 만행에 대해서 의견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돌아보았는가! 우리가 타국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입을 닫는다. 우리 내부는 어떠한가!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대해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잊히기를 기다리는 사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잘못을 지적하고 값을 치러 해결하고 마디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그를 아픈 과거를 파헤치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잠잠해지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시간은 그들의 편으로 그들의 잘못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 버린다. 잊지 말 것이며 값을 요구해야 한다.
396. 아빠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하라. 라고.
397. "용케 그런 사실을 깨달았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
411. "굳이 옛날 일을 들춰서 아이들 마음에 새삼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 명 모두 간신히 그 일을 잊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당신은 아직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왜 스기노가 아오야기 씨를 칼로 찌르고도 자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그래서 스기노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거야. 아오야기 씨는 당신이 잘못 교육한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그르치려고 했어. 그것도 모르면서 당신이 무슨 선생이야. 당신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어."
아이들이 걱정된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않았으며, 조그만 잘못은 묵과하고 지나쳐 버리고는 그것이 지혜로운 삶인 것처럼 가르친 모든 것이 걱정이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또 나와 같은 삶의 방식을 취해 살아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소설처럼 내가 조금이라도 대신 할 수 있다면 감사할 텐데. (2017.12.16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