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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설명으로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상온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함께 섞여 있어도 절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혼합 기체에 백금 분말을 넣어 주면 폭발적으로 반응하면서 물이 생성된다. 열역학적으로 수소와 산소의 반응은 발열 반응이므로 쉽게 일어나야만 하지만, 촉매가 없으면 구체적인 반응 경로가 없기 때문에 반응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렇듯 촉매는 구체적인 반응의 경로를 개척하여 실제로 반응물을 생성물로 인도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그러면, 촉매가 연탄 가스 중독 사고를 예방하는 데 아직도 실용적으로 이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탄 가스 중독에 대한 예방 대책은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한데, 첫번째는 연탄을 사용할 때 일산화탄소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생성된 일산화탄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번째 방법은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극히 미량의 일산화탄소가 성되어도 인체에 위험하고, 또한 일산화탄소의 생성을 100% 막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단 생성된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려면 산소와 반응시켜야 한다. 일산화탄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반응도 발열 반응이며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이 반응도 역시 촉매를 넣어 주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자동차가 공기 정화 촉매 장치를 달고 다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아궁이나 보일러마다 촉매 장치를 설치하기에는 이 장치의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도 의심스럽기 때문에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909년에 독일의 화학자 F. 하버는 질소와 수소로부터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191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에서도 중요한 발견은 역시 촉매라고 할 수 있다. 당시는 엄청난 양의 질소 비료 수요를 주로 칠레 초석(질산나트륨)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하버는 공기 중의 질소와 수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성공시켜 당시 식량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당시 나치 독일 정권이 하버에게 유태인 하버라는 낙인을 찍어 괄시하자 영국으로 건너갔고 1934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하버 공정이 질소 비료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공정에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콩과식물은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상온, 상압에서도 질소 고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즉, 고온이나 고압 조건 없이도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쉽게 질소 화합물로 변환시킨다.
그래서 하버 공정이 개발된지 85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온, 상압 조건에서 효과적으로 질소-수소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촉매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을 분해하는 효율적인 촉매계를 개발하여 값싸게 질소 화합물을 제공하는 연구자에게는 노벨상을 몇 개씩 수여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