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의 아침을 여는 #꽃이야기
#샐비아(깨꽃)
※ '사루비아'는 일본식 발음입니다
꽃말. 정열, 지혜, 타는 생각,
나의 마음은 불타고 있습니다.
=== 전설 ===
온통 피범벅이 된 사나운 헤롯 왕의 백정들이 어린 아기들을 목따 죽이기 위해 베들레헴 지역을 뒤지는 동안, 동정녀 마리아는 떨리는 가슴으로 갓 태어난 아기를 끌어안고 유태 산맥으로 달아났다. 요셉과 마리아는 한 마을을 발견하고 아기를 목욕시킬 약간의 물과 환대를 요청했다. 아, 그러나 이 우울한 지방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물도, 숨을 곳도, 심지어 좋은 말조차도 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가엾은 어머니가 그렇게 홀로 어린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길가에 앉아 있을 때, 그리고 그 남편이 마을 우물로 나귀에게 물을 먹이려 데려갈 때, 지척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가까워진 말들의 구보 소리에 땅이 흔들렸다.
-헤롯 왕의 병사들이로군! 어디로 달아날 것인가? 동굴도 없고 작은 종려나무조차 한 그루 없었다.
마리아의 곁에는 장미 한 송이가 꽃을 피우고 있는 가시덤불밖에는 없었다. "장미야, 아름다운 장미야," 하고 가엾은 어머니는 애원했다. "활짝 피어나서, 사람들이 죽이려 하는 이 아기와 절반은 죽은 목숨인 이 가엾은 엄마를 너 꽃잎으로 숨겨다오." 장미는 코대신 뾰죽한 봉우리를 찌푸리며 대답했다. "젊은 부인, 빨리 지나가세요. 백정들이 내 향기를 맡으면 날 해칠 수도 있으니까요. 바로 옆에 있는 저 꽃무우를 보세요. 그 꽃무우에게 숨겨달라고 말하세요. 꽃무우는 부인을 숨겨줄 꽃들이 충분히 있답니다."
"꽃무우야, 친절한 꽃무우야," 도망하는 여인은 간청했다. "활짝 피어나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 아이와 지친 엄마를 네 우거진 덤불로 숨겨다오." 꽃무우는 다발의 작은 머리들을 흔들면서, 설명조차 하지 않고 거절해버렸다. "가세요, 길을 지나가세요, 가엾은 부인. 저는 부인의 말을 들어줄 시간이 없답니다. 사방에 꽃을 피우느라고 너무 바빠요. 바로 옆에 있는 샐비어에게 가보세요. 샐비어는 이웃사랑밖에 할일이 하나도 없답니다."
"아! 샐비어야, 착한 샐비어야,"하고 불행한 여인은 간청했다. "활짝 피어나서, 목숨이 위험한 이 무고한 아기와 굶주림과 피로와 두려움으로 반은 죽은 엄마를 네 잎사귀로 숨겨주려무나." 그러자 착한 샐비어는 활짝 피어나서 그 지역 전체를 온통 뒤덮고, 그 무성한 잎사귀로 빽빽한 나뭇잎을 만들어 아기 예수와 그 어머니는 몸을 숨길 수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 백정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에 마리아는 공포감에 몸을 떨었으나, 잎사귀에 몸이 간지러운 아기는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병사들은 가버렸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마리아와 예수는 초록색 잎사귀와 꽃으로 만발한 은거지에서 나왔다.
"샐비어야, 거룩한 샐비어야, 정말 고맙구나. 내가 너의 선행에 너를 축복하니, 이제부터는 모두가 너를 기억할 거야."
요셉이 돌아왔을 때, 요셉은 나귀가 어떤 사람이 준 커다란 보리를 한 접시나 먹어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바람에 나귀를 몰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마리아는 살아난 아기를 가슴에 꼭 부여안고 나귀에 올라탔다. 하느님의 대천사 미가엘이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을 동반했고, 그들에게 이집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장미에는 가시가 생겼고, 꽃무우 꽃에는 역겨운 냄새가 났으며, 샐비어는 사람의 병을 낫게 하는 많은 미덕을 지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