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 선택의 득과 실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42201016 조은비
나는 사실 매사에 굉장히 직관적으로 행동했었지만, 나의 그런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직관적으로 학업이나 업무를 수행하면서 별로 그렇게 큰 이득이나 성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은 나이가 점점 들면서 커졌고,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진 계획을 세워서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 같은 느낌? 그런데 교육공학 수업을 듣고 아 직관적인 행동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의 하나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2 때 미대 입시를 선택할 때도, 학부 때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아르바이트하고 공부하고 1년을 투자한 것도,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남미여행을 계획한 것도 모든 일이 있고 난 후, ‘아 시간이 남들보다 뒤처졌나, 이 돈을 여행을 안 가고 모았다면 얼마를 모았을까?’ 하는 후회를 조금씩 했다. 여행을 갈 때도 급히 계획 없이 떠난 후, 돌아왔을 때 아 거기도 가 볼걸, 계획을 좀 더 촉박하게 짜서 많은 것을 해볼 걸 하는 회한이 남았다. 그런데 만약 그때 좀 더 신중하고 계획을 많이 세웠다면…. 이런 경험을 내가 해볼 수 있었을까?
-미대 입시
고2 여름방학 시절, 여느 고등학생들의 진로 결정의 방황 시기에 공부론 어디 뭐……. 내놓을 성적이 안 되겠다, 미술 조금 잘하고 관심 많겠다, 부모님께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당연히 부모님 반대부터 하셨다. 공부나 할 것이지!! 라고 구박하시던 부모님.. 근데 성적을 보니.... 뭣도 안될 것 같으셨는지 보내주셨다 미술학원^.^ 좋아하는 것을 하면 또 열심히 하는 성격에 미술학원에서는 탑5에 드는 학생이 되었다.
득 : 그걸로 벌써 15년을 미술로 돈을 벌고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내 인생을 책임져 줄 미술아 잘 부탁해.
실 : 미술을 전공한 데 돈이 너무 많이 듦.
-필리핀 어학연수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나는 C모 기업의 방송국에 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학과 특성상 미술작가를 양성하는 학과여서 취업에 별로 큰 도움이나 학생들의 노력이 없었다. 졸업이나 겨우 하면 다행. 근데 작가로 나가기엔 작가적 마인드나 고정적이지 못한 수입에 대한 불안함이 컸다. 그래서 어학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진짜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어단어 끝말잇기를 하다가 영어를 포기했다. “오렌지(orange)”면 “지”로 끝나는 단어인데 왜 “엘리펀트(elephant)”가 오는가..... 직관적으로 포기!
그리하여 대학생 때 다시 영어공부 시작할 때 정말 be동사부터 공부했다. 이에 한계를 느껴 필리핀 어학연수 한창 막 유행이었을 때 또 급 떠나게 되었다. 결론은 편하게 영어공부 정말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득 : 영어를 잘하게 되니 자신감도 막 생겨서, 외국에 가면 너무 즐겁고, 외국인 남자도 만날 수 있었다. 최고의 득은 작년 봄에 태국여행에서 만난 독일 남성 DAOOO 이었다.(익명보장ㅎㅎ) 정말 잘생기고 키 크고 영어도 잘하고 직업도 좋은 잘사는 친구였는데, 같이 있던 내 친구들보다 영어를 잘하니 자연스레 더 친해지고...그랬다^.^ 그리하여 독일로 시집가는 줄 알았지만.... 뭐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났다^.ㅜ 그래도 너무 좋은 언포게터블 메모리다. 갑자기 영어공부 시작한 은비야 칭찬해! 영어공부 최대 아웃풋!!
원하던 기업엔 취직을 못 했지만,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여행 가서 간단한 의사소통을 막 하는 모습을 일행에게 보여주면 그 뿌듯함은 크흐.....
실 : 너무 갑자기 계획한 어학연수여서 학기가 꼬였다. 복학하고 혼밥했다 정도?
-남미여행
중학교 때 우유니 사막 사진을 보고 언젠가 떠날 거야! 하고 다짐하고 있었다.
29살에 다니던 직장에서 정말x1000 안 맞는 동료로 인해 직!관!적!으로(충동적으로;;;)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돈도 좀 생겼겠다, 시간도 좀 많겠다 정말 큰맘 먹고 남미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남미는 너무 위험하고 언어도 영어로 잘 안 통한다고 해서 인솔자 포함한 여행을 선택했다. 패키지여행에 큰 거부감이 있어서(맘에 안드는 사람들과 같이 가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 돈이 더 많이 듦) 혼자 갈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귀찮음 반, 두려움 반으로 남미사랑 인솔자 여행을 선택했다.
실 : 당시에는 굉장히 합리적인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거의 100세 라이프 플랜A, B, C를 다 짜놓고 계획하는 스타일의 금융공기업 사원으로, 내 재정계획도 단기, 중기, 장기로 짜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당시 미술학원 강사였다. 미술학원이야 금방 재취업이 가능해서 쉽게 관둔 것도 있었는데 동료가 너무 너무 힘들게 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책임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여행경비 얘기했더니 “그 돈이면 냉장고 살 수 있겠네?” 하는 말을 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왜 니 냉장고를 사주니? 그렇다. 결국엔 헤어졌다. 내 직관적인 선택으로 인해 남자친구를 잃었다.
득 : 너무 많아서 넘버링 한다.
1. 멋진 사람들
남미까지 여행을 온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벌써 햇수로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행에서 만난 멋진 언니들과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 자신감
혼자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 왔는데 못 갈 데가 어딨고, 못할게 어딨어? 나에게 있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지역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 여행 중에 생기는 많은 문제를 잘 해결하고 돌아왔다는 것! 그 성취감이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왔는데 못할 게 뭐야!’
3. 작업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어반스케치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졸업 후에 개인 작업을 하지 않았다. 졸업을 하고 나니 졸업 전시라는 목적성이 사라지고, 내가 딱히 작가의 길을 갈건 아니어서 그림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에 여행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났다. 여행지의 풍경을 그자리에서 슥슥 그려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나도 하고싶었다. 오랜만에 작업의지!! 오!이거다!!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그려보며 여행을 회상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고, 어반스케치를 주로 하는 성인미술수업도 진행 하고 있다.
여행지 사진을 그냥 보는 것과 다르게 그리기 위해 사진을 고르고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여행에 대한 기억도 새록 나고 다시 여행을 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동기부여도 생기게 된다.
수업내용 중에 포스터 고르기 실험에서 즉흥적으로 맘에 드는 포스터를 고르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결과를 듣기 ‘전엔 재고 따지고 꼼꼼한 사람이 더 행복할 것 같아’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들은 선택에 이유가 있으니까 후회도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한 직관적 선택의 득과 실을 비교해 보고자 했다. 이렇게 열거를 하고 보니,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만일 내가 너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서 미술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유니 사막을 직접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이득이지 하고 합리화했다면??? 빨리 졸업해야 해! 하면서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다면?!! 하고 돌아보니 꽤 괜찮은 방식으로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들면서 행복해졌다. 앞으로도 나의 선택에 불신을 갖지 않고 신나고 당차게 살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