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이 물건처럼 쓰이는 나라,
여기는 와와랜드!
툭하면 물건들을 걷어차며 분풀이를 하고
싫증 난 물건은 몰래 내다 버리기 일쑤인 수호.
와와랜드에 빨려 들어가 옴짝달싹 못 하는 인형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들의 역습이 시작된다!
물건이 된 수호와 주인이 된 물건들의
황당하고 짜릿한 와와랜드 모험기!
기획 의도
물건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물건이 되는 수상한 나라 ‘와와랜드’
그야말로 물건 귀한 줄 모르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차고 넘치게 만들고, 함부로 쓰고, 멀쩡한 물건을 사소한 이유로 트집 잡아 거리낌 없이 버린다. 쓰임과 목적을 위해 물건을 산다기보다는 물건 또는, 물건을 산다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요즘의 풍경이다. 아이들의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상한 물건들이 사는 나라》는 이렇게 물건을 함부로 쓰고 마구 버리는 아이들을 ‘물건들이 주인인 나라, 와와랜드’로 불러들여 한바탕 짜릿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와와랜드는 물건과 사람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세계로, 물건이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고 사람은 물건처럼 쓰이는 이상한 곳이다. 평소에 물건을 험하게 쓰고, 아무렇게나 버리고, 늘 새것만 찾던 아이들은 이곳에서 물건들의 재판을 받는데, 아끼고 소중하게 간직했던 물건의 변호를 받지 못하면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벌을 받아야만 한다.
주인공 수호는 공부는 좀 못해도 농구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잘하고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이다. 그러나 화가 날 때면 주변의 물건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싫증 난 물건은 몰래 내다 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참다못한 물건들의 단합으로 와와랜드에 빨려 들어간 수호는 자기가 했던 못된 행동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으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뼈아프게 깨닫고, 물건의 소중함과 가치를 배운 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정신을 일깨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건을 기능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추억과 성장의 순간이 깃들어 있다는 정서적인 측면을 흥미로운 서사 속에 녹여 내어 보여 주면서 ‘입장 바꿔 생각하기’라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까지 전달하기 때문이다. 수호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찔끔했던 독자들은 책장을 덮는 순간, 안도감과 함께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간략한 소개
물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점검해 보다
화창한 봄날, 집에 돌아온 수호는 학교에서 코 찔찔이 기철이에게 당한 창피에 분통이 터진 나머지, 농구공 점프와 운동화 멋쟁이를 내던지고 걷어차며 분풀이를 한다. 그리고 이 일의 원인이 모두 농구 때문이라는 생각에 점프를 분리수거 통에 버린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서 컴퓨터 왕년이의 자판을 내동댕이치고, 가방 덜렁이를 책상 밑에 처박고, 일기장 백치미의 종잇장을 찢어 버리기까지 한다. 사실 수호는 화가 나면 주변에 있는 물건을 내던지거나 짓밟는 것도 모자라, 싫증이 난 물건을 몰래 내다 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물건들은 자신들을 막 대하고 상처 주는 수호에게 본때를 보여 주리라 마음먹고, 와와랜드로 가는 문을 활짝 연다.
숙제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다짜고짜 와와랜드에 빨려 들어간 수호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인형이 되어 진열대에 놓인 채 수많은 물건들로부터 모진 평가와 구박을 받는다. 수호는 물건들과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어리둥절한 가운데 자기처럼 인형이 된 슬기와 기철이를 만나 와와랜드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 와중에 자기가 쓰던 익숙한 물건들을 손님으로 다시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척척이와 왕년이는 수호를 본체만체 가 버리고, 점프와 덜렁이는 수호를 사 가서는 거칠게 다루며 상처를 준다.
우여곡절 끝에 인간 세상에서 형제처럼 지낸 강아지 예삐를 만난 수호는 와와랜드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 줄 만한 물건이 필요하다는 말에 일기장 백치미를 떠올린다. 예삐의 도움으로 백치미를 만난 기쁨도 잠시, 수호는 멋쟁이에게 꽁꽁 묶인 채 다이아몬드 성으로 가서 재판을 받는다. 슬기와 기철이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내심 기대를 하지만, 변호는커녕 점프와 덜렁이의 폭로 때문에 위기에 빠지고 급기야 둘과 함께 쓰레기 사막으로 보내지는 벌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수호 인생 최대의 위기였던 쓰레기 사막행은 뜻밖에도 물건들과의 애정 어린 교감을 이끌어내고, 물건들과 완전히 화해한 수호는 그들과 힘을 합쳐서 쓰레기 사막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수상한 물건들이 사는 나라》는 이렇듯 물건과 사람의 입장을 완전히 뒤바꿈으로써, 평소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신경하고 거친 태도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와와랜드라는 판타지 세계를 신나게 모험하고 현실로 돌아온 뒤에는 물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솔직한 속내를 점검해 보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다. 물건을 쓰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차게 사용했는지, 정말로 필요해서 사는지, 단순 변심이나 변덕 때문은 아닌지 등을 독자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건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하게 물건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삶을 위하여
물건과 주인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와와랜드 모험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활 습관을 되짚어 본 뒤 보다 현명하게 물건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 준다. 또한 물건과 관련해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일례로 물건을 함부로 쓰고 버리는 습관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오래 사용하는 개인의 행동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연결된다는 깨달음은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뿌듯함을 선사할 것이다. 또 물건에 애정을 주고 아끼며 그 처지를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자세는 관용과 배려의 마음을 키워 주는 작은 씨앗이 되기도 한다.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들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왜 물건을 계속해서 필요로 하고 갖고자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물건을 아무리 채워도 허전한 마음은 메워지지 않는 법이다. 물건을 막 대했던 수호가 쓰레기 사막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물건들과 나누었던 교감과 따뜻한 추억의 힘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물건이나 새 물건이 아니라, 애틋하게 사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물건들과 그 속에 담긴 추억 그리고 특별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부디 우리 독자들이 오래된 물건의 가치와 의미를 알고, 현명하게 물건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용 소개
수호와 일곱 친구들
화창한 봄날, 수호는 학교에서 코 찔찔이 기철이에게 창피를 당한 뒤 집에 돌아와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분풀이를 한다.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다짜고짜 내동댕이치고 걷어차는 나쁜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물건들은 수호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다가 참다못해 수호를 와와랜드로 데려가 혼쭐을 내 주기로 마음먹는다. 숙제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은 수호는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의문의 하얀빛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가 물건들이 주인인 나라, 와와랜드로 빨려 들어간다.
슬픈 얼굴로 점프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멋쟁이도 한마디 했다.
“수호가 우릴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찢긴 상처를 매만지던 백치미도 가세했다.
“오늘 유난히 심하긴 했어.”
“오늘뿐만이 아니야. 수호는 화가 나면 항상 애꿎은 우리들에게 발길질하며 화풀이를 한다고.”
“맞아. 게다가 늘 제멋대로야. 저렇게 못된 애가 또 있을까?”
덜렁이와 멋쟁이가 불평을 늘어놓자, 이불 더미에 처박혀 있던 척척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참으면 안 될 것 같아.”
“맞아, 맞아.”
물건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중략)
수호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 그런데 화면에서 눈부실 정도로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조그맣게 방울진 빛이 물결처럼 퍼지면서 거대한 빛 웅덩이를 만들었다. 빛 웅덩이는 마치 살아 움직이듯이 출렁거렸다. 수호는 너무 신기해서 자기도 모르게 컴퓨터 화면 속의 빛 웅덩이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바로 그때였다. 손가락이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온몸이 빛 웅덩이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어어어어어?”
수호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소리마저 커다란 빛 웅덩이 속으로 빙그르르 빨려 들어가 버렸다. ―28~31쪽에서
와와랜드에서 생긴 일
와와랜드에 간 수호는 옴짝달싹 못 하는 인형이 되어 진열대에 전시된다. 슬기를 만나 와와랜드가 물건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이 물건처럼 쓰이는 이상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도망칠 수도 없다. 인간 세상에서 쓰던 물건인 휴대폰 척척이와 컴퓨터 왕년이를 만나지만 가차 없이 외면당하고, 가까스로 농구공 점프에게 팔려 가지만 거칠게 함부로 다루어진 뒤 다시 반품당해 깊이 상처받는다.
수호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쭉 끼쳤다. 수호는 가위 점원에게 소리쳤다.
“난 인형이 아니야! 사람이라고, 사람!”
가위 점원은 수호의 말을 못 들었는지 다른 쪽으로 가 버렸다.
수호는 이곳이 무진장 꺼림칙했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팔다리가 꼼짝도 안 했다. 수호는 겁이 더럭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줘요!”
그때 귀에 익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질러 봤자 소용없어. 여기 사는 물건들은 네 목소리를 못 들으니까.”
슬기가 고개를 돌려 수호를 보고 있었다.
“너 슬기 맞구나!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야? 우리가 왜 인형처럼 진열돼 있어?”
“여긴 와와랜드야. 물건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은 물건처럼 쓰이지.”
슬기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또박또박 설명했다.
“뭐라고? 말도 안 돼.” ―38~39쪽에서
수호를 팝니다
거친 점프에게서 풀려난 수호는 한시름을 놓지만, 인간 세상에서 홀대했던 가방 덜렁이에게 팔리면서 다시 고난을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형제처럼 지낸 강아지 예삐를 만나 물건들이 자신을 막 대한 이유를 알게 된 수호는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리고 와와랜드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 줄 만한 물건이 필요하다는 말에 마음을 툭 터놓고 지냈던 일기장 백치미를 떠올린다. 수호는 예삐의 도움으로 백치미를 만나지만, 푹 쉬었다가 재판을 받으라는 백치미의 말에 덜컥 겁을 먹는다.
“와와랜드에서는 물건들이 돌아가면서 1년씩 왕이 되는데, 지금은 척척이가 여왕이야. 나를 특사로 임명한 것도 척척이고.”
“척척이를 만난 적이 있어. 근데 나를 못 알아보더라. 점프랑 덜렁이도 만났는데, 날 기억하기는커녕 괴롭히기까지 했어.”
수호가 볼멘소리로 말하자 예삐가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수호야, 물건들도 상처를 받아. 인간 세상에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물건들은 무척 난폭해져. 그건 다 인간 세상에서 네가 한 행동 때문이야.”
수호는 뜨끔했다. 돌이켜 보니 물건을 막 대한 적이 많았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괜히 주변에 있는 물건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내동댕이쳐서 부수거나 산산조각이 나도록 짓밟은 적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물건들에게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찌르르 아파 왔다.
―68~69쪽에서
이상한 재판
수호는 멋쟁이의 끈에 꽁꽁 묶인 채 다이아몬드 성으로 끌려가 재판을 받는다. 슬기와 기철이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내심 기대를 하지만, 물건들의 변호는커녕 오히려 그동안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당하며 위기에 처한다. 와와랜드의 판결을 어기고 탈출을 시도한 수호와 인형이 된 수호를 괴롭힌 점프와 덜렁이는 쓰레기 사막으로 가라는 벌을 받기에 이른다.
수호는 물건들이 자신의 잘못을 속속들이 들추며 몰아세우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러다가 영원히 와와랜드에서 못 나가는 거 아냐?’
두려움에 떠는 수호를 구하기 위해 변호에 나서는 물건이 단 하나도 없었다.
척척이가 판결을 내렸다.
“수호는 와와랜드에 남아서 100일 동안 봉사하라.”
수호는 눈앞이 캄캄했다. 슬기도, 기철이도 모두 인간 세상으로 돌아갔는데 자기만 이곳에 100일이나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이곳에 단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난 여기 있기 싫어!”
수호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다이아몬드 벽에 나타난 빛 웅덩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는커녕 오히려 튕겨져 나왔다. 수호는 뒤로 벌러덩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수호가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며 고통스러워하자, 시계 배심원들이 째깍거리며 ‘쓰레기 사막’을 외쳤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물건들도 함께 ‘쓰레기 사막’을 외치며 술렁거렸다. ―84~8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