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장한(張翰) 강동(江東)애 추풍(秋風)을 만나신들
편주(遍舟) 곳 아니 타면 천청해활(天淸海闊)하다.
어늬 흥(興)이 졀로 나며,
삼공(三公)도 아니 밧골 제일강산(第一江山)애,
부평(浮萍) 갓흔 어부 생애(漁夫生涯)을 일엽주(一葉舟) 아니면,
어디 부쳐 다닐는고.
일언 닐 보건댄, 배 삼긴 제도(制度)야
지묘(至妙)한 덧하다마는,
엇디한 우리 물은 노는 듯한 판옥선(板屋船)을 주야(晝夜)의 빗기 타고,
임풍영월(臨風영月)호되 흥(興)이 전혀 업는게오.
㉠석일(昔日) 주중(舟中)에는 배반(杯盤)*이 낭자(狼藉)*터니,
금일(今日) 주중(舟中)에는 대검 장창(大劍長槍)뿐이로다.
한 가지 배언마는 가진 배 다라니,
㉡기간(其間) 우락(憂樂)이 서로 갓지 못하도다.
시시(時時)로 멀이 드러 북신(北辰)을 바라보며,
상시 노루(傷時老淚)를 천일방(天一方)의 디이나다.
오동방(吾東方) 문물(文物)이 한당송(漢唐宋)애 디랴마는,
국운(國運)이 불행(不幸)하야 해추(海醜) 흉모(兇謀)*애
만고수(萬古羞)*을 안고 이셔, 백분(百分)에 한 가지도 못 시셔 바려거든,
이 몸이 무상(無狀)한들 신자(臣子) 되야 이셔다가,
궁달(窮達)이 길이 달라 몬 뫼옵고 늘거신들,
㉢우국 단심(憂國丹心)이야 어뉘 각(刻)애 이즐넌고.
강개(慷慨)* 계운 장기(壯氣)는 노당익장(老當益壯) 하다마는,
됴고마는 이 몸이 병중(病中)애 드러시니,
설분 신원(雪憤伸寃)*이 어려올 듯하건마는,
그러나 사제갈(死諸葛)도 생중달(生仲達)을 멀리 좃고,
발 업슨 손빈(孫빈)도 방연(龐涓)을 잡아거든,
하물며 이 몸은 수족(手足)이 가자 잇고 명맥(命脈)이 이어시니,
서절 구투(鼠竊拘偸)*를 저그나 저흘소냐?
㉣비선(飛船)에 들려드러 선봉(先鋒)을 거치면,
구시월(九十月) 상풍(霜風)에 낙엽(落葉)가치 헤치리라.
칠종칠금(七縱七擒)*을 우린들 못 할 것가?
준피 도이(蠢彼島夷)*들아 수이 걸항(乞降) 하야스라.
㉤항자 불살(降者不殺)이니 너를 구퇴 섬멸(殲滅)하랴.
오왕(吾王) 성덕(聖德)이 욕병생(欲竝生) 하시니라.
태평천하(太平天下)애 요순(堯舜) 군민(君民) 되야 이셔,
일월광화(日月光華)는 조부조(朝復朝) 하얏거든,
전선(戰船)타던 우리 몸도 어주(漁舟)에 창만(唱晩)하고
추월추풍(秋月秋風)에 놉히 베고 누어 이셔,
성대(聖代) 해불 양파(海不揚波)*를 다시 보려 하노라.
- 박인로, ‘선상탄’
* 배반 : 술잔과 쟁반.
* 낭자 : 마구 흩어져 있어 어지러움.
* 해추 흉모 : 왜적의 음흉한 모략.
* 만고수 :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
* 강개 :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픔.
* 설분 신원 : 분함을 씻고 원한을 풀어 버림.
* 서절 구투 : 쥐나 개와 같은 도적.
* 칠종칠금 : 마음대로 잡았다 놓아주었다 함을 이르는 말.
* 준피 도이 : 꾸물거리는 섬나라 오랑캐.
* 해불 양파 : 바다의 잔잔한 파도.
41. 윗글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것은?
① ‘나’는 판옥선을 타면서 지내는 중이다.
② ‘나’는 임금이 계신 곳을 바라보며 나라의 상황을 근심한다.
③ ‘나’는 우리나라의 문물이 한, 당, 송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④ ‘나’는 자신이 나이는 들었지만 건강하기 때문에 오랑캐를 물리칠 수 있다고 여긴다.
⑤ ‘나’는 오랑캐의 항복을 받아 내고 풍류를 즐기면서 살고자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42.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여 대립적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② ㉡ : 과장된 표현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 주고 있다.
③ ㉢ :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자조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 : 감정을 절제한 표현으로 화자의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⑤ ㉤ : 의인화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4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박인로는 가사 문학을 발전시킨 조선 중기의 문장가로서, 임진왜란 때 무인으로도 활약하였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상탄」에서 왜적에 대한 적개심과 무인으로서의 자신감, 평화를 희구하는 마음 등을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임금에 대한 마음이나 개인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 등 서정성에 초점을 둔 당대의 많은 작품과 달리, ‘배’라는 사물에 대해 개성적이고 분석적인 통찰을 하면서 전란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① ‘배 삼긴 제도야 지묘한 덧하다’는 것은 배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군.
② ‘해추 흉모애 만고수을 안고’ 있다는 것은 임진왜란으로 인한 왜적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이 몸은 수족이 가자 잇고 명맥이 이’었다는 것은 임금에 대한 충성심보다 전란 속에서 개인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④ ‘칠종칠금을 우린들 못 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태평천하애 요순 군민’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평화로운 사회적 상황을 소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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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3] 박인로, 「선상탄」
http://snustudy.com/220723736069
http://9594jh.blog.me/220408799454
해제 조선 중기의 문장가인 박인로의 대표작으로, 임진왜란 후의 무인의 소회를 읊은 작품이다. 제시된 부분에서는 배가 풍류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탄하면서 비록 자신이 젊은 몸은 아니지만 우국의 마음으로 왜적의 무리를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왜적들이 항복한 후의 태평성대에 대한 소망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전쟁의 비애와 태평성대의 희구
내용 흐름
장한 강동애 ~ 어디 부쳐 다닐는고: 풍류를 위한 배의 쓰임
일언 닐 보건댄, ~ 서로 갓지 못하도다.: 전쟁을 위해 배가 쓰이는 현실
시시로 멀이 드러 ~ 어뉘 각애 이즐넌고.: 왜적에 대한 적개심과 우국단심
강개 계운 장기는 ~ 우린들 못 할 것가?: 왜적에 대한 원한을 씻고자 하는 마음
준피 도이들아 ~ 다시 보려 하노라.: 태평성대를 희구하는 마음
41 작품의 내용 파악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
‘나’는 ‘됴고마는 이 몸이 병중애 드러시니, 설분 신원이 어려올 듯하건마는’이라고 말하고 있다. 늙고 보잘것없는 몸에 병까지 들었으니 분함을 씻고 원망을 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가 건강하기 때문에 오랑캐를 물리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엇디한 우리 물은 노는 듯한 판옥선을 주야의 빗기 타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시시로 멀이 드러 북신을 바라보며’와 ‘우국 단심이야 어뉘 각애 이즐넌 고.’의 구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③ ‘오동방 문물이 한당송애 디랴마는’이라는 구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⑤ ‘준피 도이들아 수이 걸항 하야스라.’와 ‘추월추풍에 놉히 베고 누어 이셔, / 성대 해불 양파를 다시 보려 하노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2 표현상 특징 파악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
㉠은 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에 서는 지난날의 배와 오늘의 배를 비교하면서 배가 풍류의 수단이었던 상황과 배가 전쟁에 사용되는 지금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②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이므로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없다.
③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단 한순간도 잊을 수 없다는 것으로 설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자조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④ 비유적 표현을 통해 소망하는 상황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감정을 절제한 것이 아니라 과장된 비유를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여 보여 주고 있다.
⑤ 항복하는 자는 구태여 섬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왜적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의인화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43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
‘이 몸은 수족이 가자 잇고 명맥이 이’었다는 것은 자신은 수족도 갖추어져 있고 목숨까지 이어 있다는 것으로, 왜구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란 속에서 개인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배 삼긴 제도야 지묘한 덧하다’는 것은 배가 아니면 흥이 나지 않고, 배가 아니면 어부 생애를 살기 어렵다는 등의 배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② ‘해추 흉모’는 왜적을 추하고 흉악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므로, 임진왜란으로 인한 왜적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칠종칠금을 우린들 못 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적을 일곱 번 잡았다 일곱 번 놓아줄 수 있을 정도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므로, 무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⑤ ‘태평천하’와 ‘요순 군민’은 평화로운 시절과 그 속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평화로운 사회적 상황을 소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