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아)
물방아 도는 내력(1955)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
1.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길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 보련다.
2.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역사 알아 보련다.
3.사랑도 싫다마는 황금도 싫어
새파란 산기슭에 달이 뜨며는
바위 밑 토끼들과 이야기하고
마을에 등잔불을 바라보면서
뻐꾹새 우는 곡절 알아 보련다.
60년대 초반 충청도 어느 산골을 가서 진짜 물레방아 돌아가는 걸 봤는데 당시는 거기 별 관
심이 없을 때니 그냥 보고 지나쳤을 뿐이었다. 이렇다 할 큰 동력이 없던 시절에 이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번득이는 놀라운 창작물이 아닐 수 없으리라. 다만 물이 많이 흐르는 지역에
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물방아 도는 내력 ㅡ 이 노래 언제 들어도 싫지 않은 곡이다.
우리들 고향 마을의 아름다운 정경이 한눈에 가득 들어오고 그 속에 사는 이들의 소박한 마음
씨가 곱게도 피어 오르고 있다. 특히 객지 생활하는 이들의 마음을 한없는 향수에 젖게한다.
지금 나오는 이 노래는 유성기판 초판이다. 그 후에 2절까지만 부른 재판이 나와 그것이 크게
유행되어 이 노래는 2절까지만 있는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저 위에서 말한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갔을 때, 이웃 친구들이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해서
갔었지. 가보니 그리 넓지 않은 사랑방에 등잔불 하나 켜 있고 한 대여섯 될까 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데 방에선 진한 흙냄새가 나고 있었다. 보꾹엔 서까래가 들어난 채로 있고 벽면
은 흙벽 맨 그대로요 바닥엔 볏짚을 깔아 놓고 그 위에들 앉아 있는데 한 구석엔 꼬다 만 새끼
사리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나도 촌놈이긴 마찬가지지마는 우리 게에서는 그래도 엉성하
게나마 신문지 도배라도 하고 살았다만.
그때 집 주인이라고 하는 친구가 막걸리통에 술잔을 갖고 들어왔는데 술은 저 물레방아 개울
건너 산 속에 묻어 논 것을 퍼오느라고 좀 늦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자리를 본다.
당시는 쌀로 술을 못 하게 해서 산간 오지에서도 술 빚어 먹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는 얘
기였다.
통치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저 백성을 억압해야 살맛이 나는 건지, 어떤 건지?
주인은 바닥에 되는대로 술잔을 늘어놓고 술을 딴다.
한 사발(술잔이 사발이다) 들이키니 삥ㅡ 취기가 금새 돈다. 술이 들어가자 말이 많아지고 노
래가 나온다. 그것도 자연스런 흐름이다.
그때 거기 17세에 조혼을 했다는 친구가 바로 지금 이 노래를 구성지게도 잘 부르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내가 그 일을 기억하는 것은 그 친구가 저 3절을 부른 것 때문인데(3절엔 뻐꾹새
가 나온다), 그땐 저 친구가 노래를 맘대로 져서 부른다고 생각하곤 말았었지. 헌데 지금 이
노래를 찾아 보니 아, 정말 3절 가사까지 있는 것이라!
어찌 옛 생각이 아니 나랴.
참, 발도 없는 노래가 어떻게 방방곡곡 그리도 잘 퍼지는 것이었는지?
헌데 노래에서 '물방아'는 '물레방아'로 해야 옳다. 물방아는 물받이가 상하로만 움직일 뿐 돌
지는 않는다. 도는 것은 물레방아 쪽이다. 낙차 큰 물발이 물레를 돌려 그 힘으로 방아를 찧게
되는 원리인 것이다.
또 한가지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에서 '길쌈'은 잘못된 것으로 그냥 '김(기음)'이라야
뜻이 통한다.길쌈은 피륙을 짜는 일 아닌가.
이 노래 작사한 분이 시적 분위기에 빠져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작사는
제대로 된 것을 가수가 잘못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노래를 찾다 보면 이렇게 잘못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유행을 타고 세상에 다 퍼진 걸 고칠 수도 없다. 그건 더 어색하다. 감상하는 이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으로 본다.
그건 그렇고 술 한잔 해야겠다. 마침 어제 밖에 나갔다가 포천 무슨 막걸리가 보이길래 사왔
는데 그거 아주 잘 됐다. 어서 한사발 마셔야겠다. 그래야 이 노래 듣는 맛이 제대로 날 것 같
으니............. (2014.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