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와 어제 잠수교를 걸어서 퇴근했다. 그제는 한강변으로 쭉 걸어가다가
마포역까지 갔고, 어제는 동빙고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데 산꼭대기
주택은 골목길천지다. 가다보니 보광동이 나오는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건너편 버스정거장으로 갔다.
그러자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라고 쓰여 진 건물이 보인다. 내가 1973년
8월 15일 목공예과로 1년간 기숙사에 입소했는데 그때는 정수직업훈련원이었다.
입학식에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이 오셔서 축사를 하셨고 나로서는 고마운 곳이다.
정문은 도로와 연결되어 있고 그 옛날 수위실이었던 곳은 7층 높이의 기숙사동
으로 변해있다.
겉에 보이는 밀집한 건물에 가려 옛날 구호를 외치며 구보하던 운동장도
잘 안 보인다. 청와대 주방장 식당 밥을 먹고 무려 10kg이 쪄 비쩍 마른 몸매를
감출 수 있었는데 그것도 간이식당으로 변해 기숙사동에 있다.
어쨌든 2년 과정에 이어 4년 과정도 생겨서 상전벽해를 느낀다. 정문 앞 상가들은
그대로이되 그렇게 부러워했던 전기구이통닭집은 사라졌다. 그 골목으로 해서
이태원 거리 맞은 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쪽으로 올라갔다. 시청역에서 전철 타기
전 밤 9시경의 남대문시장은 다 철시해서 을씨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