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0일, 발도르프교육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신 분께서 우리학교에 방문하신다고 하여 가볍게 스케치 영상을 담기 위해서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과 선생님들 모두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학교 전체가 다소 긴장되고 상기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나나 괴벨 선생님께서 학교에 도착하시고 아이들과 선생님들께서 강당에서 환영식을 열기 위해 모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 선생님을 사랑하니?”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독일어 통역을 해주시는 이은하 선생님께서 동행하셨음에도 나나 선생님께서는 환영식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도 선생님과도 영어로 직접 소통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듣고, 알고, 말해야 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을 위해 스위스 전통음악 리코더 공연을 준비한 아이들로부터 직접 영어로 설명을 듣고 싶으셨던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직접 설명을 해냈습니다. 각 학년의 학생 수와 몇 개의 반으로 운영되는지 등 규모에 대해 물어보셨고, 독일에는 1000명이 다니는 발도르프학교도 있다고 말씀을 하셔서 아이들이 많이 놀랐고, 한 반에는 36명 정도가 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의 입이 쩍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언젠가 우리도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기는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저요^^)
이후 학교를 전부 둘러보시고 교사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학교 규모, 합반, 교육, 홍보 방향 등 진솔하고 깊은 대화가 오갔고,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이유가 사실은 심사의 한 요소일 텐데, 모든 이야기가 '아이들을 위함'으로 귀결되는 부분이 저에게는 꽤나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간담회에 원래 예정된 참석자는 아니었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선생님들과 함께 착석하여 간담회에 참여 할 수 있었고 질문을 할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주변 사람들이 ‘발도르프학교는 무엇이 다른지’를 묻는다면 어떻게 간단하게 답을 해줘야하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발도르프학교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선생님의 한 마디 답변은 “교사”였습니다. “모든 것이 교사”.
요약을 하자면, 발도르프학교란 교사를 통해서 배우는 곳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교육과정보다는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곳이다. 발도르프교육은 관계학이다.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움을 가져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배움을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처음 하는 질문이 “너희 선생님을 사랑하니?”이다.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저는 발도르프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교육과정보다도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 아이를 보내기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들. 제가 학창시절에 가장 필요했던 교사가 바로 발도르프학교에는 있기 때문에 보냈던 것과 저의 주변 친구들에게 우리학교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을 때도 항상 선생님들 자랑을 먼저 늘어놓곤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나의 학창시절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나나 괴벨 선생님께서는 학교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조언들도 나누셨습니다. 우리 학교가 무엇을 가르치는지, 어떻게 다르게 가르치는지, 무엇이 특별한지, 어떠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하고 아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공개수업, 기자들 초빙 등등 제가 상상했던 단어들이 아니어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저는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전에 발도르프교육이 시대에 뒤쳐진 교육은 아닐지 걱정했던 기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를 통해서 느낀 것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들의 진심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발도르프교육이 10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사정에 맞게 절충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있는 교육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발도르프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한 뜻밖의 응원을 받게 되어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오구오구 우리 하다아버지 미션클리어👏🏻👏🏻
🤣🤣🤣
진솔한 후기 감사합니다~~^^ 감동이네요!ㅎㅎ
왜지, 간증글 같네요...;;
경윤이가 나나 괴벨 선생님이 <해리엇>이란 책의 해리엇같다하여 너무 궁금했는데, 그 자리에 함께 하지못해 더욱 아쉬워지는 후기네요 후기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의 웅장한 후기!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며 저도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교사가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에 오늘 하루 또 돌아보게 됩니다. :)
진솔한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나나 괴벨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시는데
못 가뵈어서
정말 정말 아쉬웠는데
아버님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저도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멋진 후기 감사해요~~👍🙏
오랜만에 올라온 부모님 후기!! 너무 좋네요~
교사회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홍보위 기대가 됩니다.(긴장 긴장;)
예전 죽동학사에서 장승규 선생님이 특강을 시작하며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죠.
"(발도르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때 결국 '누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나는 교사하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하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되었어요.
간담회 시간에 하다아버님이 함께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나나 선생님께서 애정어린 시선(대견한 학부모.. 의 느낌으로^^)으로 아버님을 바라보던 모습이 떠올라요.
나나 선생님이 다녀가시고 긍정적인 여운이 기분 좋게 남아 있습니다.
귀한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아이들, 동료교사, 부모님들을 더 많이 사랑하리라~~!^^
후기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날의 떨림이 느껴지는것 같네요. 에너지가 차곡 쌓이는 기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