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박 인조 지음 『행복, 웰다잉에서 배우다』
엔딩플랜상담사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교육받았던 엔딩플랜상담사 과정을 수료하는 날...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준비해 천안으로 달려가는 길....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나간다.
열심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함이 미덕이라 여기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은
어느 날, 어느 순간, 낯선 길 위에서 방향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바라보게 했고...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미래의 행복이 아닌 현재의 행복으로 머물게 만들었고..그즈음 배우기 시작한 웰다잉은 인연과 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웰다잉
‘오늘이 나의 삶의 마지막이라면’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죽음에 대한 이해가 오늘 나의 삶의 길을 바로잡고 올바른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 책은 삶의 의미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행복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웰다잉(Well-Dying)의 정의와 필요성으로 죽음을 자연스러운 생명 활동의 일부로 보며, 이를 받아들일 때 삶이 더 충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행복한 죽음은 단순히 고통 없는 죽음을 넘어서,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의미 있는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미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남길 수 있다.
웰다잉을 위한 실천적인 준비
첫째, 삶의 의미 재발견이다.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삶의 목적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죽음 일기 작성을 통해 매일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기록하며, 현재 삶을 충실히 사는 방법을 탐구한다.
둘째, 재정적 준비이다. 죽음 이후 가족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미리 계획한다. 생전 유언장 작성으로 자신의 재산과 관련된 분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고 가치 있는 곳에도 분배하는 것이 좋다. 경제적 준비는 물질적 안정뿐 아니라, 가족 간 갈등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의료적 준비이다. 생명 연장과 관련된 결정을 사전에 명확히 정리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으로 본인의 의료적 선택을 미리 기록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예방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이용 계획도 세운다.
넷째, 정서적 준비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오해를 풀고 관계를 정리한다. 가족과 화해하고 사랑을 표현하며, 감사와 미안함을 전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죽음 이전에 '사랑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특별한 추억이나 감동적인 편지를 준비하는 것을 권장한다.
다섯째, 영적 준비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신앙적 믿음, 명상,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초월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탐구와 깨달음은 불안을 줄이고,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삶의 완성으로서의 죽음
저자는 웰다잉의 철학적, 사회적 의미는 삶의 완성으로서의 죽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죽음을 준비하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웰다잉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와 함께 준비해야 하는 주제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적 유대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결국 웰리빙(Well-Living)은 웰다잉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웰다잉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재를 충만하게 사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지금의 삶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웰다잉의 과정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에도 평화와 희망을 선사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삶의 자연스러운 주제를 직시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죽음을 준비하며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책으로,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책익는 마을 안 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