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소비심리 하락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9월 유류할증료 11단계 적용
국제선 유류할증료 한 달새 최대 약 5만 원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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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에 여행객들의 부담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날씨, 환율, 유가 상승 등에 따라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어 항공업계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더팩트|박지성 기자] 날씨, 환율, 유가 상승 등에 따라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류할증료까지 인상이 예고돼 여행객들의 부담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악재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된다면 항공업계 3·4분기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4∼7월 국내 민간소비가 지난 1∼3월보다 월평균 0.5% 감소했다는 내용을 담은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동력·동인)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음식·숙박, 여행 등의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소비가 부진한 것은 코로나19로 지연됐던 소비가 빠르게 회복하던 것에서 속도가 둔화하는 것과 함께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7월은 평년 수준을 웃도는 강우로 음식·숙박, 레저, 여행 등 대외활동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재화·서비스 소비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환율까지 1300원 대를 웃돌면서 여행 심리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만약 여행 예산을 500만 원으로 책정하고 이날 환율 기준 달러로 환전할 경우 3772달러다. 올해 최저 환율을 기록한 지난 2월 2일에 500만 원을 환전 할 경우 4075달러로, 약 40만 원(303 달러) 차이가 난다.
엎친데 덮친격 국제 유가 상승세 흐름에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까지 인상돼 해외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부담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소식을 종합해보면 다음달부터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3단계 상승한 11단계로 적용된다.
다음달 한국 출발 편도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대한항공 2만800원~16만3800원, 아시아나항공 2만3300원~13만4600원으로 책정됐다. 이달 대한항공 1만5600원~11만4400원, 아시아나항공 1만6900원~9만6000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최대 약 5만 원 가량 오르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날 기준 오는 10월 1일 대한항공 인천~애틀랜타 노선 일반석 스탠다드 편도 가격은 185만1000원으로 유류할증료는 11만4400원이 부과된다. 다음달 유류할증료 인상 뒤 같은 노선을 발권한다면 대략 190만400원이다.
항공사들은 이동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은 할증료를 내는 '거리비례 구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운항 거리에 따라 총 10개 구간, 아시아나항공은 총 9개 구간으로 나눠 유류할증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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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라 항공권 체감 금액이 높아져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업계 3·4분기 실적에 타격이 가해질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별도로 부과하는 요금을 의미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의 경우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싱가포르 항공유 갤런(1갤런=3785L)당 평균 가격이 150센트 이상일 때 총 33단계로 나눠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그 이하면 받지 않는 방식이다. 다음달 국제선 유류할증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7월16일~8월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은 갤런당 258.75센트였다.
유류할증료 단계 나누는 기준은 150~159센트 1단계를 시작으로 10센트 당 1단계씩 올라간다. 최대 33단계는 470센트 이상부터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5353억 원(별도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이 중 여객 부문 매출이 2조2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1%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1조5691억 원 중 여객 부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1.7% 증가한 1조676억 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각종 악재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라 여행 심리가 위축된다면 항공업계 3·4분기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계 고정비용 중 30% 가량이 유류비다. 여기에 더한 할증료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유류할증료가 높아지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으며, 여행 계획을 축소·취소하는 경우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사실상 9월~10월 여행 일정을 계획한 승객들의 대부분은 이미 항공권을 예약해 놓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보복 심리'가 지속되고 있어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은 아직 걱정할 땐 아니다"고 전했다.
capta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