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進學解 - (韓愈)
國子先生 晨入太學 招諸生立館下 誨之曰
국자선생신입태학 초제생입관하 회지왈
業精于勤 荒于嬉 行成于思 毁于隨 方今聖賢相逢 治具畢張
업정우근 황우희 행성우사 훼우수 방금성현상봉 치구필장
拔去凶邪 登崇俊良
발거흉사 등숭준량
국자선생이 아침 일찍 태학에 들어가
학생들을 불러 교사 아래에 세워 놓고 훈화하셨다.
“학업은 부지런한 데서 정진되고, 노는 데서 황폐해진다.
행실은 생각하는 데서 이루어지고, 마음대로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
지금 성군과 현명한 재상이 서로 만나 법령을 고루 펼쳐
흉악하고 사악한 무리들은 제게 해내고
영준한 인재들을 등용하여 우대하고 있다.
占小善者 率以錄 名一藝者 無不庸
점소선자 솔이록 명일예자 무불용
爬羅剔抉 刮垢磨光 蓋有幸而獲選 孰云多而不揚
파라척결 괄구마광 개유행이획선 숙운다이불양
諸生 業還不能精 無患有司之不明 行患不能成 無患有司之不公
제생 업환불능정 무환유사지불명 행환불능성 무환유사지불공
조그만 장기라도 가진 자는 모두 수록되고,
한 가지 재주라도 이름이 난 자는 쓰이지 않음이 없다.
손톱으로 긁어내고 그물질하기도 하고 척결하기도 하여
때를 닦아내고 문질러 광을 내듯이 하고 있다.
대개 요행으로 선택된 자도 있겠지만
누가 재주는 많은데 드날려지지 않았다고 하겠는가?
제군들은 학업이 정진되지 않음을 근심할 것이지
관리가 현명하지 못함을 근심하지는 말고
행실이 완성되지 못함을 근심할 것이지
관리가 공정하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라.”
言未旣 有笑于列者曰 先生欺余哉 弟子事先生 于玆有時矣
언미기 유소우열자왈 선생기여재 제자사선생 우자유시의
先生口不絶吟於六藝之文 手不停披於百家之編
선생구불절음어육예지문 수부정피어백가지편
記事者必提其要 纂言者必鉤其玄
기사자필제기요 찬언자필구기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열중에서 웃는 자가 있었는데 말하기를
“선생님은 저희를 속이시는군 요.
제자로서 선생님을 섬긴 지 지금까지 이제 오래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입으로는 끊이지 않고 육예의 문장을 읊조리셨고
손으로는 쉴 새없이 백가의 책을 펼치고 계셨습니다.
사실을 기록한 것은 반드시 요점을 파악하셨고
사상을 기록한 것은 반드시 현묘한 이치를 규명하셨습니다.
貪多務得 細大不捐 焚膏油以繼晷 恒兀兀以窮年
탐다무득 세대불연 분고유이계귀 항올올이궁년
先生之業 可謂勤矣 ○排異端 攘斥佛老 補○○漏 張皇幽○
선생지업 가위근의 저배이단 양척불노 보저하루 장황유묘
尋墮緖之茫茫 獨旁搜而遠紹 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
심타서지망망 독방수이원소 장백천이동지 회광란어기도
많은 것을 바라고 얻기를 힘쓰시며
적은 것 큰 것 할 것 없이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기름을 태워 낮을 이어 항상 쉬지 않고 한 해를 보내셨습니다.
선생님의 학업은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단을 배척하고 부처와 노자의 사상을 물리치셨고
틈과 새는 곳을 보완하셨고
오묘한 이치를 확대하여 밝히셨습니다.
희미하게 쇠퇴한 서업을 찾아
홀로 널리 뒤져 멀리 이었습니다.
온갖 냇물을 막아 동쪽으로 흐르게 하고
이미 엎어진 데서 세 찬 물결을 회복시켰습니다.
先生之於儒 可謂勞矣 沈浸○郁 含英咀華 作爲文章 其書滿家
선생지어유 가위노의 심침농욱 함영저화 작위문장 기서만가
上規姚○渾渾無涯 周誥殷盤 佶屈○牙 春秋謹嚴 左氏浮誇
상규요사혼혼무애 주고은반 길굴오아 춘추근엄 좌씨부과
易奇而法 詩正而○
역기이법 시정이파
선생님은 유자로서 노고를 다하셨다고 할 만 합니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글에 푹 젖어서 그 묘미를 머금고 씹으며
문장을 지으니 저서가 집에 가득합니다.
위로는 순임금과 우임금 때의 한없이 큰 문장,
주서의 고와 상서의 반경은 문장이 읽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
<춘추>의 근엄한 문장,
<좌전>의 허식적이고 과장된 문장,
<역경>의 기이하면서도 법식에 맞는 문장,
<시경>의 바르고 아름다운 문장을 본받으셨습니다.
下逮莊騷 太史所錄 子雲相如 同工異曲
하체장소 태사소록 자운상여 동공이곡
先生之於文 可謂○其中 而肆其外矣
선생지어문 가위굉기중 이사기외의
아래로는 <장자>와 <이소>, 사마천의 <사기>,
양웅과 사마상여의 공교함은 같으나 취향이 다른 문장에까지 미치셨습니다.
선생님은 문장에 내용을 넓히고
표현을 자유롭게 하셨다고 할 만합니다.
少始知學 勇於敢爲 長通於方 左右具宜 先生之於爲人 可謂成矣
소시지학 용어감위 장통어방 좌우구의 선생지어위인 가위성의
然而公不見信於人 私不見助於友 跋前○後 動輒得咎
연이공불견신어인 사불견조어우 발전체후 동첩득구
暫爲御史 遂竄南夷 三年博士 冗不見治
잠위어사 수찬남이 삼년박사 용불견치
어려서부터 학문을 알기 시작하여 행하는데 용감하셨고
바른 도리에 통달하셔서 좌우 모든 일이 합당합니다.
선생님은 사람됨에 있어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으로는 남에게 신임 받지 못하고
사적으로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도 넘어지고 뒤로 가도 자빠지며
움직이면 곧 허물을 얻게 됩니다.
잠시 어사가 되었다가 마침내 남쪽 오랑캐 지방으로 유배되고
삼년 동안 박사로 계셨지만 한 일 없이 아무 치적도 보일 수 없었습니다.
命與仇謀 取敗幾時 冬暖而兒號寒 年登而妻啼飢
명여구모 취패기시 동난이아호한 년등이처제기
頭童齒豁 竟死何裨 不知慮此 而反敎人爲
두동치활 경사하비 부지려차 이반교인위
운명은 원수와 모의하였으니 실패한 적이 몇 번입니까?
겨울이 따뜻해도 아이들은 춥다고 울부짖고
풍년이 들어도 사모님께서는 배고파 우셨으며
머리가 벗겨지고 이도 빠지셨으니
마침내 죽으면 무슨 보람이 있게 되겠습니까?
이것을 생각할 줄 모르시고
도리어 남들에게 교훈을 하시는 것입니까?
先生曰 ○子來前 夫大木爲○ 細木爲○ ○○侏儒○○○楔
선생왈 우자래전 부대목위망 세목위각 박로주유외얼점설
各得其宜 以成室屋者 匠氏之功也
각득기의 이성실옥자 장씨지공야
선생이 말하였다.
아! 자네 앞으로 오게 무릇 큰 나무는 들보가 되고
가는 나무는 서까래가 되며
박로, 주유, 문지도리, 문지방, 빗장, 문설주가
각기 마땅함을 얻어 집을 이루는 것은 목수의 공이라네
玉札丹砂 赤箭靑芝 牛○馬勃 敗○之皮 俱收幷蓄 待用無遺者 醫師之良也
옥찰단사 적전청지 우수마발 패고지피 구수병축 대용무유자 의사지량야
登明選公 雜進巧拙 紆餘爲姸 卓○爲傑 較短量長 惟器是適者 宰相之方也
등명선공 잡진교졸 우여위연 탁락위걸 교단양장 유기시적자 재상지방야
옥찰, 단사, 적전, 청지나 소 오줌과 말의 똥이나
찢어진 북의 가죽을 모두 거두어 저축해 놓고 쓰일 때를 기다려
버리는 일이 없는 것은 의사의 현명함이로다.
벼슬의 등용이 공명하고 선발이 공정하며
잘난 자와 못난 자를 뒤섞어 관직에 나아가게 하고
재능이 풍부하여 여유 작작한 자를 훌륭하다고 하고
탁월한 자를 준걸이라 하는데
장단점을 비교하고 헤아려
능력에 적합하도록 임영하는 것은 재상의 도리이다.
昔者孟軻好辯 孔道以明 轍環天下 卒老于行
석자맹가호변 공도이명 철환천하 졸노우행
荀卿守正 大論是弘 逃讒于楚 廢死蘭陵
순경수정 대론시홍 도참우초 폐사난능
是二儒者 吐詞爲經 擧足爲法 絶類離倫 優入聖域 其遇於世何如也
시이유자 토사위경 거족위법 절류이륜 우입성역 기우어세하여야
옛날에 맹자는 변론을 좋아하여 공자의 도를 밝혔으나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니다 마침내 길에서 죽었다.
순자는 바른 도리를 지켜 위대한 언론을 흥성시켰으나
참소를 피해 초나라로 도망하였다가 난릉에서 죽었다.
이 두 유가는 말을 뱉으면 경전이 되고 일거일동이 법도가 되었으니
범상한 무리를 떠나 성역에 들어섰지만 세상에서의 조우는 어떠하였는가
今先生 學雖勤 而不繇其統 言雖多 而不要其中 文雖奇 而不濟於用
금선생 학수근 이불요기통 언수다 이불요기중 문수기 이불제어용
行雖修 而不顯於衆 猶且月費俸錢 歲靡○粟
행수수 이불현어중 유차월비봉전 세미름속
지금 나는 학업은 부지런히 하지만 도통을 계승하지 못했고
말은 많지만 중심을 체득하지 못했고
문장은 비록 기이하지만 세상에 쓰이지 않고
행실은 닦아졌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달마다 봉급만 낭비하고
해마다 창고 속의 곡식을 소비하고 있다.
子不知耕 婦不知織 乘馬從徒 安坐而食
자부지경 부부지직 승마종도 안좌이식
踵常途之役役 窺陳編以盜竊 然而聖主不加誅
종상도지역역 규진편이도절 연이성주불가주
宰臣不見斥 ○非幸歟 動而得謗 名亦隨之 投閑置散 乃分之宜
재신불견척 자비행여 동이득방 명역수지 투한치산 내분지의
아들은 농사지을 줄을 모르고 부인은 베를 짤 줄 모른다.
게다가 말을 타고 종자를 따르게 하며 편안히 앉아서 밥을 먹고 지낸다.
애쓰면서 평범한 길을 따라가며
옛날 책이나 보고 훔치는 짓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명하신 천자께서는 벌주지 않으시고
재상도 배척하지 않으니 이는 다행이 아닌가.
결핏하면 비방을 듣고 불명예도 따라 붙고 있으니
한산한 직분에 처신하는 것이 분수에 맞는 일이다.
若夫商財賄之有亡 計班資之崇○ 忘己量之所稱 指前人之瑕疵
약부상재회지유망 계반자지숭비 망기량지소칭 지전인지하자
是所謂詰匠氏之不以○爲楹 而○醫師以昌陽引年 欲進其○○也
시소위힐장씨지불이익위영 이자의사이창양인년 욕진기희령야
만약 재물의 있고 없음을 헤아리고
지위와 봉록의 높고 낮음이나 계산하면서
자기 역량에 적합한 자리를 잊고서
상관의 잘못이나 꼬집고 있다면
이것은 이른바 말뚝으로 기둥을 삼지 않는다고 목공을 힐난하고,
의사가 창양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려 하는 것을 비평하며,
독초힌 희령을 추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