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만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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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의 초보일기~ ^^ (3)
이런 답답한 노릇이 있나! 상향등을 켤 수가 없었다.
아니, 켤 수는 있는데 방향지시기를 당긴 손을 놓으면 꺼져 버렸다.
이것 참... 그렇다고 계속 방향지시기를 잡은 채 운전할 수도 없고...
원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저녁을 먹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쫓기듯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가 부담스러워 고민하다가
결국 내비게이션에 국도를 선택했다.
그런데 원주 시내를 벗어나자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주 뜸뜸이 지나는 차만 있을 뿐 가로등조차 시원찮은 국도는 너무 어두웠다.
그래서 상향등을 생각해내긴 했는데 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차를 산 후 남편이 상향등 켜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뭐 켤 일이 있을라구’ 하며 귀담아 듣지 않았더니 그만 동티가 난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앞뒤가 일자로 트인 국도변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고
이리저리 조작해 보았지만 여전히 당긴 손을 놓으면 상향등은 꺼져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고정시키는 방법이 있었는데...
결국, 차를 산 이후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은 자동차 매뉴얼을 꺼내
등화조작법에 나온 대로 해봤지만 영 되질 않았다.
짜증은 나고, 실내등을 켜도 어두침침한 차 안에서 그 조그만 글씨를 읽자니
눈은 빠질 지경인데 갑자기 운전석 차창 두드리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돌아보니 웬 남자가 차창에 코가 눌리도록 들여다보며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문을 열라니 안 될 말씀!
그런데 찬찬히 보니 교통경찰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인가도 없는 휑한 국도변에 혼자 서있는 것도 불안한데
암만 경찰관 옷을 입었기로 덥석 열어줄 수 있는가.
일단 차창을 아주 조금만 내리고 웃으며 상냥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차 안에 동행이 있습니까?”
“아무 일도 없는데요. 그리고 저 혼자에요.”
“그럼 왜 계속 상향등을 껐다 켰다 하면서 신호를 보내신 겁니까?”
“신호요? 무슨 신호요??”
아하~! 이 교통경찰관은 내가 상향등을 켜지 못 해
방향지시등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깜빡깜빡거리자 응급상황이거나
구조신호를 보낸 것쯤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러나 상향등 켤 줄 몰라 그랬다는 말을 차마 어찌 할 수 있으랴...
아무 일 없으니 그냥 가시라 해도 이 양반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계속 뒤차창에까지 얼굴을 대고 정말 동행이 없는지 차 안을 열심히 살폈다.
어쩌랴,
에라~ 모르겠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솔직히 말하는 수밖에...
경찰아저씨는 처음엔 안 믿는 듯하다가 내 표정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는지
그때서야 굳었던 표정이 풀어지고 빙그시 웃으며 켜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창문을 내리란다.
그래도 내가 경계심을 선뜻 풀지 못 해 배시시 웃기만 하자
그는 포기한 듯 조금만 더 내려 달라고 하더니 팔만 집어넣은 채
상향등을 몇 번이나 껐다 켰다 하며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못 믿겠는지 내게 직접 해 보라고 몇 번 복습까지 시켜 보고는
걱정 많은 친정엄마처럼, 조심해서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고마운 교통경찰관 아저씨...
배우고나니 이리 쉬운 걸 처음엔 왜 그렇게 안 되었을까?
상향등 때문에 혼쭐이 난 후, 매뉴얼도 읽어보고,
차 안에 돋보기도 비치해 두었다.
기본적 작동법조차 익히지 않고 야간운전을 감행한 나는 역시
「김여사」다 !!!
------- Let me see
첫댓글 경찰관 아저씨 처음에 아기 만들다 위급상황이 있는줄 알아던 모양 인데
ㅋㅋ 난 박여사네~~~
내 이야기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ㅎㅎㅎ 불법 유턴하는거 어케 봤지????
20년 전 처음 운전 배울 때, 밤엔 길이 한결 호젓하다는 이유로 겁도 없이 야간운전을 마구 감행했다는...그러다가 비오는 어느날 겨우 윈도 브러쉬 조작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어둠 속에서 비는 좍좍~ 브러쉬는 왔다갔다~ 정신줄 놓을 뻔...히유~ 그 길로 익숙해질 때까지 야간운전은 두려움 자체란 걸 지대루 알게 됐다는 장여사. ㅡㅡ;
장하다 너 그 때 술 마시고 운전 했자나
와~ 같은사람 있었네..전 3년간 손으로 잡고 다녔었었습니다. 10년전 일이었지만요..ㅎㅎ
미티~! 그런 사람이 더러 있구낭...ㅋㅋ 난 메뉴얼 한 번 안 보고 걍 대충대충 지금까지 운전 중...^^
그넘의 서방이 술먹고 불러대는 통에..밤 운전 잘했는디...츠녀적엔 아부지 옆에 태우고 연습하다 또랑에 처박을뻔도 하공.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