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벌써 발렌타이데이 분위기다.
나고야 시내 곳곳이 쵸코렛 광고로 번쩍인다.
아침에 나고야역으로 티켓팅을 하러 나갔더니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알바생?같아 보이는 어떤 남자는 '오늘 티켓 완료'라는 표지판을 들고 서 있었다. '스노우'라는 쵸코렛을 살 수 있는 예약표가 동이 났다는 뜻이겠지?
나고야역 빌딩에 들어있는 그 백화점은 아직 문도 열기 한참 전인데...
내가 Chinease New Year Day로 통용되는 '설날'이 불편한 것과 유사한 이유로 발렌타인데이만 되면 맘이 편치 않다.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3세기 때의 성인 발렌티노 Valentino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 당시 결혼을 하려면 황제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신부였던 밸런티노는 황제의 허락 없이 사랑하는 두 남녀의 혼인을 승낙해줬다.
황제는 노발대발.
발렌티노를 죽여버렸다.
이렇게 순교한 사제 발렌티노는 가톨릭의 성인이 됐고,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로 가톨릭의 축일이다.
이 뜻있는 날을 일본은 젊은 남녀가 쵸코렛을 주고받는 날로 둔갑시켰고,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수입된 발렌타인데이는 매달 14일이면 포틴데이(fourteen days)로 발전했다.
1월 14일은 젊은이들이 일기장을 주고 받는 다이어리데이(Diary day),
2월14일은 쵸코렛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한테 사탕을 주는 화이트데이(White Day),
4월 14일은 블랙데이(Black Day).
2월과 3월에 쵸코렛도 사탕도 받지 못 한 남녀가 고독을 상징하는 검정색 옷이나 구두, 양말, 악세사리 등을 걸치고, 음식도 검은 카레나 자장면 또는 블랙커피를 마신단다.
그렇게 4월, 5월, 등등
12월까지 쭉 이어진다.
일명 14일이 매달 계속되는 것.
왕서방도 울고 갈
나까무라 상술이다.
반일감정으로 무장된 한국인들에게 발렌타인데이가 성행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컬하지만...
일본 상인들의 상술로 시작된 포틴데이, 발렌타인데이가
부디 사랑하는 남녀들이
화촉을 밝히는 혼인율 증가로
쭈욱 이어지면 좋으련만...
결혼은 다들 안 하겠다니...
2천 년 전의 성인 발렌티노는
21세기 쵸코렛 파동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