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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옥액(金波玉液)
금의 물결 옥의 액 같은 좋은 물이라는 뜻으로, 더없이 아주 좋은 술을 비유한 말이다.
金 : 쇠 금(金/0)
波 : 물결 파(氵/5)
玉 : 옥 옥(玉/0)
液 : 진 액(氵/8)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036回
이 성어는 유비(劉備)의 군사(軍師)로 있던 서서(徐庶)가 유비와 작별하는 송별연에서 한 말이며,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갔다.
유비(劉備)가 단복(單福; 徐庶)을 군사(軍師)로 삼았을 때다. 조조(曹操)가 조인(曹仁)을 대장 삼아 유비가 있는 신야(新野)를 공격했으나 서서의 계책에 의해 대패하고, 조인이 돌아가 단복(單福)의 계책에 말려 패퇴하였다고 조조에게 보고했다.
조조가 참모들에게 단복(單福)에 대해 물으니, 정욱(程昱)이 단복(單福)은 가명이며 서서(徐庶)가 본 이름이고 서서(徐庶)는 자신보다 열 배는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욱은 조조에게 서서의 노모를 데려오고 아들을 부르면 효자인 서서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정욱은 서서의 노모가 조조를 욕하며 아들을 불러 들이지 않자, 서서 모친에게 잘 보여 편지를 얻고, 이 글씨체를 연습하여 거짓 편지를 서서에게 보냈다.
노모의 가짜 편지를 받은 서서는 거짓인지도 모를 눈물을 흘리며 현덕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모친에게 돌아 가야한다고 했다. 현덕은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허락을 하고 송별연을 열었다.
현덕이 서서를 청해 술을 마시는데 서서가 말했다. '지금 노모가 잡혀있다는 것을 듣고는 비록 금파옥액(金波玉液)이라도 목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玄德請徐庶飲酒, 庶曰: 今聞老母被囚, 雖金波玉液, 不能下咽矣.
유비도 맞장구쳤다. '나도 공이 간다는 소리를 들으니 수족을 잃은 것 같습니다. 비록 용간봉수(龍肝鳳髓;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 같은 진귀한 음식)라도 달지 않습니다.'
玄德曰: 備聞公將去, 如失左右手. 雖龍肝鳳髓, 亦不甘味.
삼국지에 보인 서서(徐庶)의 효(孝)
현덕은 형주의 주인 유표의 장자 유기를 배웅해 주고 적로마를 타고 성으로 돌아오는데 노래 소리가 들렸다. 웬 사람인가 하여 현덕이 자세히 보니 갈건 쓰고 무명도포를 걸쳤다. 허리에 검은 띠를 띠고 검정 신을 신었다. 예사 사람과는 다르게 보인다.
그는 장터 골목을 걸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하늘과 땅이 뒤엎어지려 하네. 불기운이 스러진다. 큰집이 무너지려하네. 나무 하나로 버티기 어려워라. 산골짜기에 어진이 있네. 밝은 주인을 찾고자하네. 밝은 주인은 어진 이를 구한다 말은 하지만, 도리어 나를 알아보지 못하네.'
현덕은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수경선생이 말한 복룡일까? 봉추일까? 내가 만나봐야지.'
의지를 세우고 적로마에서 내려 그 사람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실례인줄 압니다만 잠깐 뵙고자 합니다. 저는 유비 현덕이라 합니다.' 그리 말하고 장터 주점으로 가기를 청하자 쉽게 따라왔다.
현덕은 주모에게 먹을 것을 청하고 자리에 앉으니 노래하는 이가 말하기를, '저는 유황숙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길이 없어 아직 저의 부족한 이름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영상 사람으로 단복이라 합니다. 사실은 황숙께 의지하여 일하고자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단복의 스스럼없는 말을 듣고 현덕은 크게 기뻤다. 둘은 술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덕이 느낀바 있어 단복을 처소로 데려가 상빈으로 대우하고 공경하였다.
하루는 단복이 현덕에게 청하기를 애마 적로를 끌어오게 하였다. 단복은 현덕의 애마의 안장을 내리고 이리저리 살펴 보더니, '이 말은 바로 적로마가 아닙니까? 비록 천리 준총이나 주인에게 해롭게 할 말입니다. 타지 아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덕이 '선생은 염려 마시오. 이미 시험해 보았습니다'고 단계를 뛰어넘은 일을 말하고 적로마를 아끼어 말하자,
단복은 또 덧붙여 적로마의 단점을 말하기를, '말이 주인을 구하는 것과 주인을 해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결국 이 말은 사람을 해치고 말 것입니다. 저에게 예방하는 방법이 있으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현덕이 이르기를 '선생께 고견이 있다면 말씀해 보시오.'
단복이 이르기를 '황숙께서 의중에 원망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에게 이 말을 잠시 주었다가 궂은 일이 지나간 후에 다시 타시면 무탈할 것입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선생이 처음 나를 만나 바른 길을 가르치지 아니하고 나의 이로움을 위하여 남을 해치는 길을 먼저 가르치니 감히 선생의 말씀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현덕이 얼굴빛까지 변하여 그리 말하자 단복은 크게 감동하여 옷깃을 여미고 말하기를, '제가 영상에서 신야로 올 때 농부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얼럴럴 상사디야, 신야원님 유황숙, 이곳에 오신 후로 해마다 풍년드네, 얼럴럴 상사디야, 유황숙!' 이렇게 불렀습니다. 과연 황숙의 어지신 큰 덕은 온 세상을 화락하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제가 황숙을 황송하게도 한번 시험해 본 것입니다. 하오니 괘념치 마십시오.'
단복은 진심으로 현덕의 넓은 마음에 탄복했다. 현덕은 단복을 군사를 삼고 수하 군마를 교련케 했다. 단복이 그 기재를 펼칠 장이 마련된 것이다. 어쩜 현덕에게도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길이 열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때 조조는 업군에 동작대를 세우고 허도로 돌아왔다. 관도대전을 마무리한 것이 동작대 완공이다. 원씨를 멸절시킨 표상이 동작대다. 동작대는 조조의 기념비와 같다.
조조는 그토록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형주를 쳐서 수중에 넣을 생각으로 불타고 있었다.
조조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조인, 이전과 항복한 장수 여광, 여상 등에게 3만 군사를 주어 번성에 진을 치게 하였다. 그리고 형주와 양주의 허실을 호시탐탐 노리게 하였다.
그런 어느 날 여광과 여상이 조인에게 말했다. '지금 현덕이 신야에서 군마를 사들이고 군사를 모집하고 군량미와 양초를 많이 확보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현덕이 기반이 생기기 전에 손을 쓰지 않고 그냥 두면 화를 입을 것입니다. 저희가 항복해 왔으나 아직 공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군사 5천을 주시면 현덕의 목을 베어 승상께 바치겠습니다.'
조인은 이들의 성심에 감동되어 군사 5천을 주어 신야로 가게 하였다.
여광과 여상이 군사를 몰고 쳐들어 온다는 급보가 현덕에게 알려졌다. 현덕은 곧 군사 단복에게 대책을 묻기를, '지금 조조의 장수 여광과 여상이 5천군마를 거느리고 쳐들어온다 하니 어찌하면 좋겠소.?'
단복이 '주군! 적병을 경내에 들어오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운장에게 일대군마를 주어 좌편으로 나가 적을 막게 하고, 장비에게 일대군마를 주어 우편으로 나가 적의 후미를 치게 하십시오. 그런 후에 주군과 자룡이 적을 정면에서 맞아 싸운다면 쉽게 물리칠 것입니다.'
현덕이 단복의 계책을 믿고 그대로 군사를 나누어 주고 자신과 단복 그리고 자룡이 2천군을 이끌고 적을 맞으러 성 밖으로 나갔다.
적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말굽소리가 가까워지자 적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여광과 여상의 무리다. 양군은 활 한바탕 거리로 접근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활시위가 당겨졌다. 화살이 빗발치듯 난무했다.
이 때 현덕이 대장기를 앞세우고 나타나 소리치기를, '너희들은 어떤 놈이기에 남의 땅을 함부로 침범하느냐!'
여광이 이르기를 '나는 대장 여광이다. 조승상의 명을 받들고 네 놈의 목을 베러왔다.'
여광이 지지 않고 크게 악을 지르자 현덕이 노하여 자룡을 나가 싸우게 했다. 자룡이 말을 타고 튀어나가더니 곧장 여광과 서로 어우러져 싸웠다.
그러나 여광은 자룡의 적수가 아니었다. 한 합을 견디지 못하고 자룡의 창에 찔려 말 아래 떨어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현덕이 군사를 진격하니 여상은 겁을 먹고 후퇴 명령을 내리고 달아났다.
여상이 무작정 달아나는데 웬 장수가 앞을 가로 막는다. 그는 운장이다. 여상은 운장과 싸워 군사를 태반이나 잃고 도망쳤다. 그러나 10리를 못가서 다시 장비를 만났다.
장비가 이르기를 '이놈 여상아! 연인 장비를 몰라보느냐!'
소리치고 장팔사모 긴 창을 휘두르며 달려오더니 맨손으로 여상을 사로잡았다. 여상은 독수리에게 끌려가는 병아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여상을 이번에는 팔을 쭉 뻗어 밀어내더니 창을 휘둘러 낙엽을 쓸어버리듯 휘둘러 버린다. 여상이 목을 잃고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죽었다.
조조의 군사들은 두 장수가 허무하게 죽자 쥐새끼 흩어지듯 사방으로 달아났다. 장비는 뒤따라온 현덕의 군사와 더불어 달아나는 조조군을 추격하여 다수를 사로잡았다.
현덕의 군이 크게 이겼다. 단복의 계책대로 된 것이다. 현덕은 성으로 들어와 단복의 공을 치하하고 군사들에게 크게 상을 내렸다.
한편 간신히 목숨을 건지어 돌아온 패잔병이 조인에게 알리기를, '여광은 관우의 한칼에 죽고 여상은 장비의 한창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군사의 태반이 항복하거나 죽었습니다.'
조인은 크게 놀라 이전을 불러 대책을 묻자 이전이 말하기를, '두 장수는 적을 기만하다가 오히려 당한거요. 이 사실을 승상께 아뢰어 더 많은 지원을 받아 복수전을 벌리는 것이 상책이라 믿소.'
조인이 이르기를 '아니요. 장수가 두 사람씩이나 죽고 군마가 태반이 꺾였는데 원수를 갚지 않고 보고를 하는 것은 바보짓이요. 또 신야같이 작은 고을을 두고 승상의 대군을 요청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소.'
이전이 이르기를 '조인장군! 유비는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얕잡아 보지 마시오.'
조인이 이르기를 '이전장군! 그게 무슨 말이요? 어찌 미리 겁부터 먹는단 말이요!'
이전이 이르기를 '병법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소. 유비와 싸우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싸워서 승리치 못할까 두려워 하는 것이요.'
이전이 그리 말하니 조인은 화를 버럭 내면서 이전을 우회적으로 말하기를, '이장군은 참 순진한 사람이구려. 나는 꼭 유비를 잡고 말테요. 두고 보시오.'
이전이 이르기를 '조인 장군께서 딱히 싸우러 가신다면 번성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조인이 이르기를 '장군이 나와 함께 싸우러 가지 않겠다는 말은 두 마음을 품고 있다는 말로 들리오.'
조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격하자 이전은 할 수 없이 조인과 함께 2만 5천 군사를 이끌고 강을 건너 신야로 쳐들어 갔다.
지난번 싸움으로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으나 조인은 이를 계산치 아니 했다. 다만 설욕할 욕심만 을 앞 세워 군사를 마구 질타했다.
이 무렵 한차례 승리를 하고 돌아온 단복은 현덕에게 말하기를, '지금 번성에 있는 조인은 지난 싸움으로 여광과 여상을 잃었으므로 머지않아 대군을 이끌고 복수전에 나설 것입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군사! 그렇게 큰 군사가 쳐들어오면 어찌해야 합니까?'
단복이 이르기를 '만일 조인이 신야를 쳐들어 온다면 전군을 다 몰고 올 것이 예상됩니다. 큰 군사겠지요. 그러나 그리되면 번성은 텅텅 빈 공성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틈을 노려 번성을 공격하면 되겠지요.'
현덕이 단복에게 그 싸움의 계책을 묻자 단복은 귀에 말로 속삭였다. 현덕은 단복 군사의 계책을 듣고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단복이 말한 대로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시켰다.
전쟁준비가 완료되고 며칠 후, 탐마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조인이 대군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군사의 생각과 같이 조인이 강을 건넌다 합니다.'
현덕이 단복의 선견지명을 칭찬하자 군사 단복이 말하기를, '주군은 적을 맞아 힘껏 싸우십시오.'
현덕은 단복의 계책대로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진을 쳤다. 조인도 현덕을 맞아 진을 쳤다. 양군이 둥글게 진을 치게 되었다.
자룡이 먼저 말을 달려 뛰어 나가 싸움을 돋우었다. 그러자 조인은 이전을 시켜 자룡을 맞아 싸우게 했다. 자룡과 이전은 10여 차례를 불꽃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이전은 자룡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차츰 밀리기 시작하더니 자룡을 당하지 못할 것을 알고 급히 말머리를 돌려 본진으로 달아났다. 자룡이 이를 보고 쫓아갔으나 화살이 집중적으로 자룡에게 퍼부으므로 전진하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이전은 필사적으로 도망쳐 본진으로 돌아와 조인에게 고하기를, '유비의 군사를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됩니다. 번성으로 퇴군하는 것이 옳을까 하오.'
조인이 이르기를 '이장군은 출전할 때부터 군심을 어지럽게 하더니 이제는 진지마저 적에게 팔아먹으려 하는군. 내 그대의 목을 베리라. 도부수들은 들어라! 내 군사의 사기를 꺾은 이전을 끌어내어 목을 쳐라!'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황급히 말려 말하기를, '장군은 참으시오. 적과 싸우는 이 마당에 명장 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적을 돕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조인은 여러 장수들의 말을 들어 이전을 후군으로 보내고 자신이 전군이 되어 전열을 다졌다.
다음 날 조인은 북을 치고 행군하며 기묘한 진을 치고 현덕에게 사자를 보내 진법을 자랑케 했다. '현덕은 이 진이 무슨 진인지 포진 법을 알기나 하느냐?'
사자가 전하는 말을 듣고 현덕은 군사 단복과 함께 높은 곳으로 올라가 진세를 바라보았다. 조인의 진세를 바라본 단복이 현덕에게 말하기를, '이 진을 팔문금쇄진이라 합니다. 팔문이란 휴생상두경사경개(休生傷杜景死驚開)의 8문을 말합니다. 그런데 생문, 경문, 개문으로 들어가면 길하고 상문, 경문, 휴문으로 들어가면 죽고, 두문, 사문으로 들어가면 망하는 법입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과연 군사는 아는 것이 많구려. 오늘 현덕은 크게 깨우침을 받았소. 그러면 어떻게 공격해야 하겠소?'
단복이 이르기를, '제가 보니 적진이 정비된 듯 보이나 다만 가운데 주지가 비었습니다. 그러하므로 우리가 동남방의 생문으로 들어가 서쪽을 공격하여 경문으로 나온다면 적을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덕은 군사의 뜻에 따라 자룡에게 군사 5백을 주어 생문으로 쳐들어 가게 하였다. 자룡은 군사 5백을 거느리고 아우성치며 적의 중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덕의 본진에서도 곧 북을 크게 울리고 적진을 쳐들어갈 기세를 보였다.
자룡은 무서운 기세로 중진 속을 파고 들어가 공격하자 조인군은 크게 어지러워졌다. 군사가 대오를 이탈하고 혼란에 빠지자 조인은 크게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조인은 갈팡질팡하다가 무작정 달아났다.
자룡은 눈앞에서 조인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도 추격하지 아니하고 진을 깰 법도대로 서문을 뚫고 나가 적군을 후려쳤다. 그리고는 방향을 바꾸어 경문으로 돌아 나왔다.
이렇게 자룡이 조인의 팔문금쇄진을 한바탕 휘저어 놓으니 적은 크게 혼란에 빠져버렸다. 현덕은 이런 적진을 보자 즉시 군사를 휘몰아 진격하여 적을 철저하게 격파했다.
조인은 현덕군사가 대단히 센 것을 깨닫고 이전장군을 불러 참패를 만회할 대책을 내어 말하기를, '이장군! 오늘밤 야습을 하여 설욕전을 펼치면 어떻겠소?'
이전이 이르기를, '아니됩니다. 현덕이 팔문금쇄의 진을 간파한 것을 보면 그에게 반드시 유능한 모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야습한다고 준비가 없겠소.'
이전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조인은 동의하기를 거부하고 말하기를, '장군과 같이 그리 겁이 많아서야 어찌 용병을 한단 말이요.'
조인은 모처럼 생각을 고쳐먹으려 했으나 이전의 말에 오히려 격동되었다. 그래서 이전의 말을 묵살하고 자신은 앞에 서고 이전을 뒤에 두어 밤을 도와 신야를 습격했다.
한편 단복군사는 현덕과 진중에서 앞일을 의논하는데 밖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크게 일었다. 단복은 자신만이 느껴지는 예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 조인이 반드시 군사를 몰고 습격해 올 것입니다.'
현덕이 단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놀라움을 표하며 이르기를, '패한 적들이 다시 쳐들어 오다니요?'
단복은 빙그레 웃으며 , '저만의 예감입니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옳습니다'며 이미 암암리에 다 준비해 두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이경이 되자 조인은 강을 건너 야습을 감행했다. 조인이 현덕의 진으로 가까이 오니 별안간 현덕의 진에서 불길이 오르며 진을 막아 놓은 목책이 불타기 시작했다.
조인은 방비가 있는 줄 알자 급히 군사를 물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 대장이 어둠을 뚫고 군사를 거느리고 나오며 호통을 치기를, '조인은 거기 목을 두고 가거라!'
조인이 횃불 가운데 보이는 장수를 자세히 보니 자룡이다. 조인이 겁을 먹고 급하게 북쪽 강을 바라보고 달아났다.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강가에 도착하여 군사와 함께 배를 타고 건너려할 때다. 한 대장이 갈대 속에서 한 무리의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나 불시에 달려들었다.
조인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아아! 저놈이 여기서 나타나다니...!'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장비가 아닌가!
장비가 큰 소리로 꾸짖기를, '이놈 조인아, 너 어디로 달아나느냐? 하늘로 오를 테냐? 강물로 뛰어 들 테냐? 연인장비가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조인은 얼이 빠져 어찌할 줄 모른다. 넋을 잃을 지경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후미를 바치고 따라온 이전이 죽을힘을 다하여 조인을 보호하고 배를 태워 겨우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날이 밝아 강 언덕에서 전황을 살펴보니 강물에 빠져죽은 군사가 태반이 넘었다. 조인은 어렵게 목숨을 보전하여 몇 명되지 않은 패잔병을 거느리고 강둑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번성으로 돌아 왔다.
조인이 '드디어 살아서 번성에 왔구나!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고 중얼거리며 성문 앞에 당도하여 굳게 닫힌 성문을 열라 소리치니,
누각에서 천둥 같이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이놈아! 내가 오래전에 여기 와서 너를 기다렸다.' 모두 놀라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누각에는 긴 수염을 자랑하고 운장이 서 있었다.
조인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저놈이 언제 왔지!? 아아! 내 탓이다. 나는 이제 번성까지 잃고 말았구나!'고 탄식을 금치 못하여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을 놓아 달아났다.
그러나 운장이 가만히 두겠는가! 조인의 뒤를 쫓으며 죽고 남은 상처 입은 패잔병을 만나는 족족 다 쳐 죽이며 조인을 쫓았다. 조인은 얼마 되지 않은 패잔병마저 다 잃었다.
이제 조인은 번성을 잃고 보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부하도 잃고 성도 잃고 어디로 갈 것이냐?'
조인은 앞이 캄캄했다. 갈 곳이라고는 허도 밖에 없었다. 허도로 가서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을 일밖에 달리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가자! 허도로... 승상에게 벌을 신청하러 가자!'
조인은 어렵게 작정하고 쓸쓸하게 허도로 통하는 길을 잡았다. 그는 허도로 가는 도중에 현덕에게 군사 단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단복을 원망하고 억울해 하며 가슴을 두드리며 허도로 돌아갔다.
한편 현덕은 조인을 크게 이기고 군사를 거느려 번성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맛 본 승리다. 줄기차게 전장을 누볐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이것은 군사단복의 승리다.
수경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관우. 장비. 조자룡과 같은 만인을 대적할 수 있는 장수를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현덕은 수경선생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덕은 '만인을 대적할 수 있는 장수를 쓸 줄 아는 모사가 단복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번성문을 들어섰다. 현령 유필이 나와 맞았다. 유필은 장사사람으로 현덕과는 한실의 종친이다.
현덕은 불안해하는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유필을 따라 아문으로 들어갔다. 유필은 잔치를 베풀어 현덕 일행을 후하게 대접했다.
번성의 잔치를 마치고 현덕은 단복과 의논하여 자룡에게 1천군마를 주어 번성을 지키게 하고 대군을 이끌고 신야로 돌아왔다.
한편 조인은 이전과 함께 허도로 돌아가 조조를 뵙고 땅에 엎드려 통곡하며 죄를 청하기를, '장수가 둘이나 죽었습니다. 군사들도 죽고 상한 자가 반 이상입니다. 죽어 마땅합니다. 처분대로 따르겠습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에 흔히 있는 일이다. 거론할 일이 아니다. 허지만 유비 진중에 누가 있어 팔문금쇄진을 격파할 줄 알더란 말이냐! 대관절 누가 있는지 알아봤느냐?'
조조가 의외의 질문을 하고 죄를 묻자 조인이 단복이라는 군사가 현덕에게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정욱이 웃으며 조조에게 아뢰기를, '그의 본래 이름은 단복이 아니라 서서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칼싸움을 좋아하고 의협심이 강했습니다. 지난 중평 말로 기억됩니다. 남의 원수를 갚아주다가 살인을 하였지요. 쫓기는 몸이 되니 머리를 풀고 얼굴에는 검게 칠을 하고 다녔으나 관리에게 붙잡혔습니다. 관리는 죄인이라고 잡았으나 그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시장을 다니며 물었으나 말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의 의협심을 존경하여 아는 이들이 입을 다문 까닭이었지요. 그런데 관리 한사람이 그를 풀어주어 그 때부터 변성명을 하고 도망 다니며 학문을 한 것입니다. 듣자하니 고명한 스승을 만나 일취월장했습니다. 그의 학문이 이토록 경지에 이르자 양양의 수경선생 사마휘 같은 분과 소통하며 담소를 나눌 정도라 들었습니다. 그는 본래 영주사람으로 성명이 서서이고, 자는 원직이며 단복은 그의 변성명입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그럼 서서는 그 재주가 그대 정욱에 비하면 어느 정도인가?'
정욱이 이르기를, '어림잡아 저보다 열배 정도 윗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정욱 보다 더 윗길의 선비가 현덕에게 갔다니...! 참으로 아깝구나! 현덕이 이제 날개가 돋친 셈이구나!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조조가 길게 탄식하고 마음아파하자 정욱이 다시 입을 열어 아뢰기를, '서서가 유비에게 있으나 승상께서 쓰신다면 불러오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그 사람이 쉽게 올 리 있겠나?'
정욱이 이르기를, '서서의 노모가 다행히 고향인 영주에 있습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그래. 함께 있지 않았구나.' 조조의 눈동자가 빛났다.
정욱이 이르기를, '그렇습니다. 서서의 아우가 모시고 있었습니다. 서서는 효자입니다. 효자 중에서도 지극히 드문 효자입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노모를 동생 서강이 모시고 살았으나 지난해에 서강이 죽었습니다. 지금 서서의 편모는 봉양할 사람이 없어 고향에 홀로 계십니다. 이런 형편이니 승상께서 영주에 사람을 보내시어 서서의 노모를 데려오게 하십시오. 이곳에 따로 거처를 정해주고 사람을 붙여서 후하게 대접하십시오. 그런 후에 노모의 필적을 얻어 서서에게 어머니의 편지와 승상의 편지를 동봉하여 보낸다면 서서는 올 것입니다. 그리하면 서서를 반드시 승상의 곁에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그날로 사람을 영주로 보내 서서의 모친을 모셔왔다. 조조의 집요한 성격을 짚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하 기재를 다 차지하겠다는 배포다.
조조는 서서의 모친을 우선 집을 정해 주고 종자를 붙여 주었다. 노인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모시라는 엄명을 주어 편히 지내게 하고 후하게 대접했다.
그리고 서서의 노모가 안정이 된 연 후에 정욱과 함께 친히 찾아가, '자제분 서원직의 재주가 아주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제분은 지금 신야에 있습니다. 역신 유비를 도와 조정을 배반하고 있습니다. 이일은 마치 아름다운 구슬이 더러운 진흙에 떨어진 것이나 같습니다. 노부인께서 편지 한 장을 쓰시어 자제분을 불러 오십시오. 그러면 저는 천자께 고하여 자제분을 후한 상을 내리게 하고 벼슬자리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조조는 말을 다하고 시자에게 지필묵을 노부인께 드리게 했다. 노부인은 지필묵을 받아두고 묻기를, '유비란 어떤 사람인가?'
조조가 이르기를, '패군 누상촌이란 곳에서 돗자리를 짜던 보잘 것 없는 사람인데 망령되이 황숙이라 자칭하는 신의가 조금도 없는 놈입니다. 겉으로는 군자인 채 하나 속은 소인배랍니다.'
조조가 거침없이 현덕을 깎아 말하자 서서의 어머니는 별안간 큰 소리로 조조를 꾸짖기를, '이놈 조조야! 거짓말이 너무 심하구나! 소문에 듣기에 유비는 중산정왕의 후손으로 효경황제 각하의 현손이라 하였다. 그는 몸을 굽혀 선비를 우대하고 공경하여 사람을 아껴서 쓰므로 어진 이름이 천하를 진동하였다. 너는 거짓을 말하지만 어린이나 백발노인도 그가 당세 영웅이라 아는데 감히 역신이라 거짓을 말하느냐? 내 아들이 만약 그를 돕는다면 바른 주인을 얻었다고 안심할 것이다. 조조 너는 비록 한나라 승상이라 하나 이 나라 백성이 다 아는 역적이다. 어찌 네놈 입으로 유비를 역적이라 말하느냐? 네 이놈, 내 아들은 유비를 도와야지 너와 같은 역적은 도울 수 없다. 내 귀를 더럽히지 말라!'
서서의 노모는 말을 마치고 벼루를 집어 조조의 면상을 향하여 던졌다. 이를 보고 격노한 조조는 무사에게 '서서의 노모를 끌어내어 목을 베라' 하였다.
곁에서 이 모양을 지켜보던 정욱이 뛰어들어 간절하게 만류하기를, '서서의 노모가 승상께 무례한 것은 스스로 죽고자 원한 것입니다. 승상께서 노인을 죽인다면 승상은 불의한 사람으로 추락하고 노인은 의로운 인물로 추앙받게 될 것입니다. 또 서서가 승상이 노모를 죽였다고 알게 되면 노모의 원수를 갚고자 기를 쓰고 유비를 도울 것입니다. 불편하시지만 참는 것이 상책일까 합니다. 참으시고 서서의 노모를 이곳에 붙들어 두어 후대하면 서서가 제대로 처신을 못할 것이며 유비를 적극적으로 돕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뒤에 달리 계책을 세워 서서를 제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여 승상을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조는 머리를 크게 끄덕이고 정욱의 계책을 따라 노모를 별당으로 모시라 명했다. 그 후 정욱은 매일 자식처럼 서서의 노모를 문안하며 서서와 의형제라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정욱은 지성으로 노모를 대하여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의복을 구해 주었다. 그리고 편지를 써서 성의를 표했다. 정욱의 수준 높은 간계를 모르는 노모는 고맙다는 답서를 정욱에게 주었다.
서서 노모의 필서를 손에 쥔 정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편지가 서서를 끌어오는 미끼가 될 것이다.'
편지를 가진 정욱은 노모의 답서를 보고 필체를 흉내 내어 가짜 편지를 만들어 심복에게 신야에 있는 서서에게 전하게 했다.
한편 현덕의 진지에 있던 단복은 어머니의 편지를 가져온 사람을 만나니, '소인은 영주 관하의 편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노부인의 말씀을 받들어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서서가 편지를 급히 뜯고 보니 반가운 어머니의 필적이다. 편지에 쓰기를, '서야! 그간도 잘 지냈느냐? 너는 아는지 모르나 내 아우 강이 나를 버리고 저 세상으로 가버리니 나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게 되었구나. 이런 비참한 가운데 있는 나를 조승상이 사람을 시켜 허도로 나를 데려왔다. 와서 보니 네가 조조를 배반하고 유비의 편을 들었다하여 나를 옥에 가두었다. 다행히 정욱의 도움으로 목숨만은 부지하고 있다. 만일 네가 조승상에게 투항해 오지 않는다면 죽음을 면할 수 없게 되었구나. 이 편지가 도착하자마자 어미가 너를 길러준 은공을 생각하여 밤을 새워 달려오기 바란다. 너의 효심이 지극하다면 모든 일을 다 밝히고 자유로운 몸이 되어 고향에 돌아가 전답을 가꾸며 한가로운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실오라기에 매인 목숨과 다를 바 없다. 모든 일을 다 제쳐놓고 속히 나를 구해주기 바란다. 서서야 부탁이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난 서서는 눈에서 눈물이 샘물 같이 솟아났다. 그는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현덕을 찾아가 말했다.
서서가 이르기를, '저는 본래 영주의 서서라는 사람으로 자를 원직이라 합니다. 난을 피해 숨어 살다보니 변성명을 썼습니다. 전에 유경승이 현사를 쓴다하여 찾아가 담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경승은 쓰레기와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자의 글을 남기고 나와 수경선생의 장원을 찾아가 그간의 자초자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수경선생은 주인을 잘못 찾아간 저를 책망하시고 말하기를, '유현덕께서 여기 계시는데 왜 그를 받들지 않느냐?' 하시기에 황숙의 시선을 끌고자 시장바닥에서 미친척하고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황숙께서 지나치지 않으시고 저를 불러 주었습니다. 하여 황숙의 큰 은혜를 입고 오늘과 같은 중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조조는 저의 노모를 간사하게 꾀여 허도로 불러다가 옥에 가두었습니다. 노인을 옥에 가두고 협박하고 죽이려는 고약한 판국입니다. 그런 노모의 편지를 받고 보니 아니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황숙을 도와 큰일을 이룩하고 싶었으나 노모께서 이 지경이니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제 책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잠시 갔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황숙께서는 널리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서의 말을 듣고 현덕은 눈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모자간의 정리란 하늘이 내린 천륜인데 이 사람으로 하여금 천륜을 끊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가신 후에라도 다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를 소원할 뿐이요.'
서서가 현덕을 떠나가기가 죄스러워 허리를 깊게 굽혀 절하고 떠나려 하니 현덕이 아쉬움을 털어 놓기를, '서선생! 비록 가시더라도 하루 밤만 더 보내시고 내일 떠나십시오.'
서서가 이르기를, '황숙! 그것이 은혜에 대한 만분지일이라도 보답이 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그럼 하루 밤만 더 묵고 가겠습니다.'
서서가 아쉬움을 달래려고 밖으로 나가자 곁에 있던 손건이 현덕에게 말하기를, '서서는 천하 기재입니다. 그는 신야의 속사정을 손금 보듯 다 압니다. 그가 조조에게 중하게 쓰이면 우리는 아주 난처하게 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꼭 붙드시고 놓아 보내지 마십시오. 서서가 만약 가지 않으면 조조는 서서의 노모를 죽일 것입니다. 이리되면 서서는 조조를 원망하며 어머님의 원수를 갚고자 할 것입니다. 보내지 마시고 붙드소서.'
현덕이 이르기를, '손건! 그대는 어찌 그대답지 않은 말을 하오. 남의 어머니를 죽게 해서 그 아들을 쓴다는 것은 불인한 일이오. 그리고 내가 가지 못하게 해서 모자의 정을 끊으면 그것은 불의한 일이라 생각하오.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불인, 불의한 짓은 못하겠소.' 곁에서 들은 사람이 다 현덕의 말에 탄복했다.
밤이 되자 현덕은 서서를 청하여 작별하는 잔치를 베풀고 술을 권하자 서서가 술잔을 받으며 말하기를, '허도에 갇혀 있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기가 막혀 ��️금파옥로(金波玉露)와 같은 술이라 하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갈지 모르겠습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선생이 나와 작별하게 되니 양손과 양발을 다 잃은 것 같습니다. 이러하니 내 입에는 옥로금파(玉露金波)는 커녕 용간봉수(龍肝鳳隨)라도 달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야기 소리는 목이매어 잘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정한 밤은 지나가고 날이 밝았다. 두 사람에게 충분히 고뇌를 준 밤이었다.
날이 밝았다. 현덕이 서서를 이별해야 하는 날이 밝은 것이다. 현덕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게 아팠다. 왜냐하면 지난 조인과의 싸움에서 기적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덕의 상식선을 넘는 전쟁의 결과라서 그랬다.
서서의 용병술은 마치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내었다 넣었다 하듯 자유자재한 것이었다. 그의 선견지명이란 것도 우주를 압도할만한 것이었다.
'천하에는 기재가 있다. 우주를 뒤엎을 기재가 있다. 서서는 그런 기재다. 그가 내 곁에 있다면 조조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현덕의 머리를 차지한 서서의 위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조조에게 보내야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현덕은 속으로 탄식을 하면서 눈물로 이별을 해야 했다. '나와는 인연이 여기뿐이란 말인가!'
모든 장수들은 성 밖에서 전별의 연회를 배설하고 서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서서가 현덕과 말을 나란히 타고 전별식장에 이르자 현덕이 술잔을 들어 서서에게 권하며 말하기를, '내가 운이 박하여 선생과 인연이 이것뿐인 모양이요. 진정 하늘이 원망스럽소. 가슴을 찢는 한이 되오. 하지만 가시면 새 주인을 잘 섬기어 공명을 얻으시오.'
서서가 이르기를 '재주도 없는 저를 중하게 써 주신 은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불행히 어머님의 일로 중도에 헤어지게 되어 큰 죄를 지었습니다. 비록 이곳을 떠나 다른 데로 갈지라도 종신토록 어머님을 이용한 자를 돕지 않을 것입니다.'
유비가 이르기를 '선생께서 이렇게 가시니 유비는 깊은 산곡에 묻혀버리고 싶습니다.'
서서가 이르기를 '제가 황숙을 도와 왕업을 이루고자 한 것은 오직 황숙의 깊은 마음을 믿고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어머님 일로 마음이 이같이 심란하니 곁에 있을지라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황숙께서는 달리 높으신 선비를 구해서 대업을 성취하실 분이니 오늘 일로 상심치 마십시오.'
현덕 이르기를 '천하에 높은 선비라 한들 선생보다 나은 분이 또 있겠습니까?'
서서가 이르기를 '황숙! 저는 말씀하신 바와 같은 인물이 못됩니다. 그런 칭송을 듣기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서서는 현덕에게 이렇게 말하고 여러 장수들을 바라보며 부탁하기를, '여러분은 황숙을 도와 위업을 완수하여 청사에 이름을 새기십시오. 부디 못난 저와 같이 중도에서 그만 두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모든 장수들은 서서의 말을 듣고 눈물을 머금고 비창한 표정이 되었다. 현덕은 더욱 헤어짐이 아쉬워 서서의 뒤를 따르다가, '선생! 우리 영원한 이별이란 말이오?'
서서가 이르기를 '황숙 사람이란 만나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 아닙니까? 삶 뒤에 죽음이 있듯이 말이요.'
현덕은 차마 헤어지기가 아쉬워 한발 한발 서서를 따라간 것이 오리 쯤 따라가고 말았다.
그러자 서서가 가던 말을 멈추고 내려서 말하기를, '황숙! 너무나도 감격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더 따라오시지 마십시오. 서서는 이제 여기서 고별코자 합니다.'
현덕도 말에서 내려고 서서의 손을 잡아주며 말하기를, '선생과 이제 헤어지면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만나 뵙지 못하겠습니다.'
현덕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서서는 현덕의 손을 꼭 쥐고 깊게 허리를 굽혀 마지막 인사를 드리더니 펄쩍 말위에 뛰어 올라 허도를 바라고 달려갔다.
현덕은 점점 멀어지는 서서를 바라보다가 숲이 있어 서서가 보이지 않게 되자, '나의 대 스승이 가셨으니 장차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눈물이 가득 찬 눈을 들어 저편 숲을 바라보더니 서서가 영영 보이지 않으니 소리쳐 말하기를, '서서를 가리는 저 숲의 나무들을 다 베어라!'
군사가 이르기를 '주군 왜 그리 말씀하십니까?'
현덕이 이르기를 '서서의 가는 모습마저 이제 보이지 않는구나!”
탄식하는데 갑자기 숲을 뚫고 서서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현덕은 반가워하며 중얼거리기를, '혹 허도로 갈 마음을 버리고 돌아온 것이 아닐까?'
현덕은 급하게 서서를 맞으러 말을 달려서 말머리가 서로 가까워지자, '선생은 마음을 돌리셨소? 다시 돌아 오시는데 무슨 깊은 뜻이 있습니까?'
서서는 현덕의 물음과는 상관없이 숨을 고르며 입을 열어 말하기를, '제가 마음이 심란하여 꼭 드려야 할 말씀을 잊을 뻔 했습니다. 양양성 남문에서 20리 쯤 가시면 산 아래 강가에 아주 좋은 터가 있습니다. 이곳을 융중이라 부릅니다. 이곳에 가시면 아주 빼어난 선비가 한분 계십니다. 황숙께서는 반드시 그분을 찾아 곁에 두시고 쓰십시오. 이 서서는 황숙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현덕이 이르기를 '그럼, 선생께서 바쁘시더라도 유비를 위하여 그분을 만나 저와 함께 있게 도와 주십시오.'
서서가 이르기를 '황숙! 죄송합니다. 그 선비는 그렇게 불러서 세상에 나올 사람이 아닙니다. 황숙께서 직접 찾아가셔도 데려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그를 얻는다면 주나라 문왕이 여망을 얻은 격이나 한고조가 장량을 얻은 격이라 하여 부족치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여망은 여상 즉 강태공을 말하고 장량은 장자방을 말한다. 이 두 사람은 각기 주나라와 한나라를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던 사람이다.
현덕은 서서가 여망과 장량에 비견될 선비를 추천하자 서서에게 묻기를, '그분의 재주는 선생과 비교하면 어떠합니까? 번거롭지만 나를 위하여 말해 주시오.'
서서가 이르기를, '서서는 그분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지 꼭 비교해야 한다면 그분이 기린이라면 서서는 비루먹은 조랑말에 불과합니다. 그분이 봉황이라면 서서는 한 마리 까마귀에 불과한 몸입니다. 그분은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을 말하기를 관중이나 악의에 비교하지만 관중이나 악의도 그분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 분은 경천위지할 재주를 가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금천하에서 그분과 비교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봉추가 있다 하나 저의 견해로는 복룡이 훨씬 윗길이라 감히 말씀 드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중은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환공이 패업을 이루게 하는데 크게 도운 사람이고 악의는 같은 시대의 연나라 명장이다.
현덕은 서서가 추천한 선비가 경천동지할 기재라는 말을 듣고 크게 관심을 가지고 묻기를, '그분의 존함은 어떻게 되는지요?'
서서가 이르기를, '그분은 낭야의 양도사람으로 성명은 제갈양이고 자는 공명입니다. 봉추는 양양의 방통을 말하고 복룡은 제가 말씀드린 제갈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덕 이르기를, '선생 고맙소. 이제야 비로소 복룡과 봉추를 알게 되었소. 그런 훌륭한 선비가 있음을 어찌 아직도 몰랐을까요? 선생이 아니었다면 눈뜨고도 앞 못 보는 장님으로 살 뻔 했소이다.'
현덕은 기쁨 반 두려움 반을 지닌 채 서서와 작별했다.
서서가 현덕과 작별하고 허도에 들어오니 조조는 서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순욱과 정욱 등 몇 사람의 모사에게 서서를 맞이하라 명했다. 서서는 그들을 따라 승상부로 들어가 조조를 뵈었다.
조조는 서서를 향하여 미소를 지으며 묻기를, '공같이 고명하신 선비가 어찌 유비 같은 이를 주인으로 섬기었소?'
서서가 이르기를, '어려서부터 난을 피하여 떠돌아다니던 중 신야에서 우연히 현덕과 교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귀어보니 정이 들어 교분이 두터워졌습니다. 그러나 멀리 객지에 있어도 늘 노모의 걱정이더니 승상께서 저의 노모를 극진히 보살펴 주셨다 하니 고맙고 부끄러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조가 이르기를, '이제 공이 여기 오셨으니 조석으로 노모님을 만나시오. 그리고 나에게도 가르침을 주시기를 잊지 마시오.'
서서는 조조를 만난 후 노모의 집을 찾았다. 오래 만에 뵙는 어머니는 너무 초라하였다. 90이 넘은 높으신 연치라. 피골이 상접하다. 가죽과 뼈만 남은 어머니다. 별당아래 엎드려 목이 멘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그녀는 아들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몇 번인가 만지고 말하기를, '네가 여기 어인 일이냐?'
서서가 이르기를, '어머니! 제가 신야에서 유황숙을 돕고 있는데 어머님의 서신을 받아보고 이렇게 달려 왔습니다.'
서서의 꾸밈없는 말에 노모는 갑자기 책상을 주먹으로 치면서 꾸짖기를, '못난이라니...! 가문을 욕되게 하고 강호를 떠돌더니 아직도 별 수 없는 모양이구나. 어미는 공부가 되어 세상물정을 알겠거니 했더니 헛일이 되었구나. 허나 충과 효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그래 조조가 황제를 속이는 간신임을 몰랐더냐? 유황숙은 인과 의로 이름이 사해에 진동한 인물이다. 또 황실의 후손이다. 네가 황숙을 주인으로 섬긴다는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그런데 위조된 편지 한 장을 보고 그 진위도 탐색해 보지 않은 채, 경거망동을 했더란 말이냐? 밝은 주인을 버리고 스스로 악명을 얻다니 어리석은 놈이다. 너 같은 어리석은 놈을 낳은 나는 어미의 자격도 없는 여인이 되었다. 너는 세상에 나와서 조상을 욕되게 한 놈이다.'
당 아래 엎드려 꾸중을 듣는 서서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감히 어머니의 얼굴을 우러러 볼 수조차 없어 탄식하기를, '어머니...! 어머니...!'
혀를 짓누르며 불렀다. 그런 아들을 그대로 두고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서서의 눈에서는 이따금 어머니라는 한숨이 터져 나 올 뿐 달리 할일이 없었다. 노한 어머님을 바로 볼 용기가 없는 때문이다.
서서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온몸에서는 땀이 솟아 베옷을 흥건히 적셨다. 불효막심한 자신을 책망하기를 그치지 못했다.
그 때 시녀의 외마디 비명이 방에서 귀를 때렸다. '애그 머니나! 이 일을 어쩌나 마님께서 목을 매셨어!'
서서가 신발을 신은 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보니 어머님은 흰 천으로 목을 매어 자진하여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 金(성씨 김, 쇠 금)은 ❶형성문자로 钅은 간자(簡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今(금)의 생략형과 흙(土) 속에 광물(두 개의 점)을 담고 있다는 뜻을 합(合)하여 쇠나 금을 뜻한다. 金(금)은 처음에 주로 銅(동)을 가리켰으나 나중에 금속의 총칭이 되고 또 특히 황금만을 가리키게 되었다. 또한 한자의 부수가 되어 광물, 금속, 날붙이 따위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金자는 '금속'이나 '화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예전에는 金자가 금(金)이나 은(銀), 동(銅), 석(錫), 철(鐵)과 같은 다섯 가지 금속을 통칭했었다. 그러나 후에 다양한 금속이 발견되면서 지금은 모든 금속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금문에 나온 金자를 보면 상단에는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는 연통과 아래로는 불을 피우던 가마가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金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금속'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金(김, 금)은 ①성(姓)의 하나, 그리고 ⓐ쇠(금) ⓑ금(금) ⓒ돈, 화폐(貨幣)(금) ⓓ금나라(金--)(금) ⓔ누른빛(금) ⓕ귀하다(貴--)(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돈의 융통을 금융(金融), 금전의 액수를 금액(金額), 금붙이나 쇠붙이를 금속(金屬), 빌려 준 돈의 이자를 금리(金利), 쇠붙이로 만든 돈을 금전(金錢), 돈과 물품을 (金品), 돈이나 재물을 넣어 두는 창고를 금고(金庫), 생활의 본보기로 할 만한 귀중한 내용을 지닌 짧은 어귀를 금언(金言), 금을 파내는 광산을 금광(金鑛), 벼가 누렇게 익은 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금파(金波), 단단하기가 황금과 같고 아름답기가 난초 향기와 같은 사귐이라는 뜻으로 두 사람간에 서로 마음이 맞고 교분이 두터워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 나갈 만큼 우정이 깊은 사귐을 이르는 말을 금란지교(金蘭之交), 쇠로 만든 성과 끓는 물을 채운 못이란 뜻으로 매우 견고한 성과 해자 또는 전하여 침해받기 어려운 장소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금성탕지(金城湯池), 사이 좋은 벗끼리 마음을 합치면 단단한 쇠도 자를 수 있고 우정의 아름다움은 난의 향기와 같다는 뜻으로 아주 친밀한 친구 사이를 이르는 말을 금란지의(金蘭之誼), 금 가지에 옥 잎사귀란 뜻으로 임금의 자손이나 집안을 이르는 말이나 귀한 자손을 이르는 말 또는 아름다운 구름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금지옥엽(金枝玉葉), 금이나 돌과 같이 굳은 사귐을 이르는 말을 금석지계(金石之契), 금석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쇠와 돌처럼 변함없는 굳은 사귐을 이르는 말을 금석지교(金石之交), 전쟁의 고난을 일컫는 말을 금혁지난(金革之難), 술자리에서 받는 벌주를 이르는 말을 금곡주수(金谷酒數), 친목의 뜻으로 친한 친구끼리 모은 계를 일컫는 말을 금란계(金蘭契), 금과 돌같은 굳은 언약이라는 뜻으로 서로 언약함이 매우 굳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금석뇌약(金石牢約), 쇠와 돌같이 굳게 맹세하여 맺은 약속을 일컫는 말을 금석맹약(金石盟約), 금옥과 같은 법률이라는 뜻으로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할 규칙이나 교훈을 이르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 귀중한 말을 할 수 있는 입을 다물고 혀를 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침묵함을 이르는 말을 금설폐구(金舌蔽口), 이집트의 피라밋을 번역한 말로 그 모양이 금金자와 비슷한 데서 온 말임 또는 길이 후세에 전하여질 만한 가치가 있는 불멸의 업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금자탑(金字塔), 진중의 종소리와 북소리가 하늘을 뒤흔든다는 뜻으로 격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금고진천(金鼓振天), 금종이에 정신이 미혹되고 취한다는 뜻으로 사치스런 생활을 비유하는 말을 금미지취(金迷紙醉), 쇠와 돌을 열리게 한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금석위개(金石爲開), 귀중한 말을 할 수 있는 입을 다물고 혀를 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침묵함을 이르는 말을 금구폐설(金口閉舌), 집을 화려하게 꾸며 놓고 총애하는 미인을 살게 함을 이르는 말을 금옥저교(金屋貯嬌), 흠집이 전혀 없는 황금 단지라는 뜻으로 외침을 받은 적이 없는 당당한 국가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금구무결(金甌無缺), 금까마귀와 옥토끼란 뜻으로 금오는 태양이고 옥토는 달을 가리키는 말을 금오옥토(金烏玉兔), 천리 땅에 걸친 견고한 성이라는 뜻으로 진시황이 그 나라의 튼튼함을 자랑한 말을 금성천리(金城千里), 훌륭한 언설로 사회를 가르치고 이끌어 나가는 사람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금구목설(金口木舌), 태평한 세월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금옥지세(金玉之世), 가장 훌륭하고 안전한 계책을 일컫는 말을 금석지책(金石之策), 돈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금권만능(金權萬能), 후세에 남겨 전할 만한 훌륭한 공적을 이르는 말을 금석지공(金石之功), 몸가짐이 금옥과 같이 깨끗하고 점잖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금옥군자(金玉君子),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을 금은지국(金銀之國), 신선하게 부는 가을 바람과 구슬과 같은 이슬을 이르는 말을 금풍옥로(金風玉露), 쇠줄로 단단히 봉하여 비서를 넣어두는 상자라는 뜻으로 억울하거나 비밀스런 일을 글로 남겨 후세에 그 진실을 전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말을 금등지사(金縢之詞),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으로 껍질은 그대로 있고 몸만 빠져나가는 것처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허세를 꾸며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금선탈각(金蟬脫殼) 등에 쓰인다.
▶️ 波(물결 파, 방죽 피)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皮(피, 파)로 이루어졌가. 皮(피, 파)는 동물로 부터 벗긴 껍질을, 波(파)는 강이나 바다 등의 물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움직이다의 뜻을 나타낸다. 전(轉)하여 파도, 파도가 일다, 움직이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波자는 '물결'이나 '주름'을 뜻하는 글자이다. 波자는 水(물 수)자와 皮(가죽 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皮는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波자는 이렇게 가죽을 벗기는 모습을 그린 皮자를 응용해 일렁이는 파도를 표현한 글자이다. 일렁이는 물결은 서서히 주위로 흩어져 나가게 된다. 그래서 波자는 '물결'이라는 뜻 외에도 '진동하다', '주름지다', '요동치다'와 같은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波(파, 방죽 피)는 (1)파동(波動), 물결 따위를 뜻하는 말 (2)계속하여 되풀이하는 공격(攻擊), 또는 기복이 있는 것의 횟수(回數)를 나타내는 말. (3)파란(波蘭) (4)바람 따위로 일어나는 수면(水面)의 고저 운동(運動) (5)물체가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는 상태 (6)파동(波動) (7)주름, 등의 뜻으로 ①물결 ②진동(振動)하는 결 ③흐름, 수류(水流), 물갈래(강물이나 냇물 따위가 갈라져서 흐르는 가닥) ④눈빛, 눈길 ⑤눈의 영채(映彩) ⑥은총(恩寵), 혜택(惠澤) ⑦주름 ⑧파임, 서법(書法)의 이름 ⑨내의 이름 ⑩(물결이)일다(겉으로 부풀거나 위로 솟아오르다), 일어나다 ⑪움직이다, 요동(搖動)하다 ⑫달리다 ⑬(발로)땅을 파다, 그리고 ⓐ방죽(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둑(피) ⓑ(물을)따라가다(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결 랑/낭(浪), 물결 련/연(漣), 물결 도(濤), 물결 란/난(瀾)이다. 용례로는 어떤한 일의 여파나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차차 넓어짐을 파급(波及), 물결의 움직임을 파동(波動), 작은 물결과 큰 물결을 파랑(波浪), 큰 물결을 파도(波濤), 큰 물결이 지나간 뒤에 남는 잔물결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남아 미치는 그 영향을 여파(餘波),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로 분란이나 분쟁 특히 인생 사회를 살아가는 데서 생기는 곤란이나 고통 따위를 풍파(風波), 겨울철에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는 현상을 한파(寒波), 따뜻한 공기가 움직여 나가는 흐름을 온파(溫波), 많이 모여 움직이는 사람의 모양이 물결같이 보이는 상태를 인파(人波), 머릿골에서 연약하게 주파를 띠고 나오는 전류를 뇌파(腦波), 벼가 누렇게 익은 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금파(金波), 푸른 물결을 창파(滄波), 잔물결로 자잘하게 이는 물결을 세파(細波), 생활이나 일을 진행함에 있어 많은 곤란과 변화를 겪음을 일컫는 말을 파란곡절(波瀾曲折), 파도의 물결 치는 것이 만장의 길이나 된다는 뜻으로 일의 진행에 변화가 심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파란만장(波瀾萬丈), 물결 위에 물결이 일다라는 뜻으로 일의 진행에 있어서 온갖 변화나 난관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파란중첩(波瀾重疊), 물결이 끝없이 흘러가고 차차로 변천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추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파류제미(波流弟靡), 물결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듯이 한 공격 대상에 대하여 단속적으로 하는 공격을 이르는 말을 파상공격(波狀攻擊) 등에 쓰인다.
▶️ 玉(구슬 옥)은 ❶상형문자로 세 개의 구슬을 끈으로 꿴 모양으로, 중국 서북에서 나는 보석을 말한다. 처음에는 王(왕)으로 썼으나 나중에 丶(점)을 더하여 王(왕)과 구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구슬이란 호박이나 옥을 뜻했다. 옛사람들은 옥도 가공해야 장신구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구슬을 뜻하는 玉자는 가공된 여러 개의 보석을 끈으로 연결해놓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갑골문에 나온 玉자를 보면 지금의 王(임금 왕)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王자와의 구별이 어려워지게 되어 점을 찍은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玉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옛 글자인 王자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珍(보배 진)자나 班(나눌 반)자처럼 王자가 부수로 쓰여 있다 할지라도 모두 '구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玉(옥)은 (1)빛이 곱고 아름다운 광택(光澤)이 나며 모양이 아름다워 귀(貴)하게 여기는 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구슬 ②옥(玉) ③아름다운 덕(德) ④미칭(美稱), 상대편의 것을 높여 이른 말 ⑤옥(玉)과 같은 사물의 비유 ⑥아름답다 ⑦훌륭하다 ⑧가꾸다 ⑨소중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주(珠), 구슬 원(瑗), 구슬 경(瓊), 구슬 선(璿), 구슬 벽(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돌 석(石),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옥으로 만든 도장을 옥인(玉印), 옥으로 만든 패물을 옥패(玉佩), 옥으로 만든 함을 옥함(玉函), 옥과 같이 보배롭고 귀한 그릇을 옥기(玉器), 임금이 앉는 자리를 옥좌(玉座), 옥으로 만든 술잔을 옥배(玉杯), 옥과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옥계(玉溪), 옥에도 티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도 한 가지의 흠은 있다는 옥하(玉瑕), 옥같이 희고 고운 팔이라는 옥완(玉腕), 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을 애옥(愛玉), 구슬과 옥을 주옥(珠玉), 옥을 갊으로 지덕을 닦음을 공옥(攻玉),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옥과 돌이 함께 부서진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동쇄(玉石同碎), 옥계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일컫는 말을 옥계청류(玉溪淸流), 옥과 돌이 한 궤짝 속에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나 혹은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한데 섞여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옥석동궤(玉石同匱), 귀한 분의 걸음걸이와 몸이란 뜻으로 남의 건강을 비유하는 말을 옥보방신(玉步芳身), 빛이 썩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뛰어난 풍채와 골격을 일컫는 말을 옥골선풍(玉骨仙風), 아주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러한 의복과 음식을 일컫는 말을 옥의옥식(玉衣玉食), 옥녀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말을 옥녀가인(玉女佳人), 아름다운 얼굴에 영걸스러운 풍채를 이르는 말을 옥안영풍(玉顔英風), 아름답고 얌전한 신랑이나 젊은이를 일컫는 말을 옥인가랑(玉人佳郞), 맑고 깊은 바다와 단단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상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을 옥해금산(玉海金山) 등에 쓰인다.
▶️ 液(진 액, 담글 석)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夜(야)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液(액, 석)은 물이나 기름과 같이 유동(流動)하는 액체(液體)로 된 물질의 뜻으로 ①진, 진액(津液) ②즙(汁) ③겨드랑이 ④곁, 옆 ⑤성(姓)의 하나 ⑥(얼음이)녹다 ⑦(윤기가)나다, 그리고 ⓐ(물에)담그다(석) ⓑ흩어지다(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즙 즙(汁)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부피는 있으나 일정한 모양은 없이 유동하는 물질을 액체(液體), 액체와 결정과의 중간 상태에 있는 물질을 액정(液晶), 기체나 고체가 액체로 변함을 액화(液化), 액체의 분량을 액량(液量), 껍질을 깨뜨리어서 쏟아 놓은 알을 액란(液卵), 설사할 때 나오는 물기가 많은 묽은 똥을 액변(液便), 액체로 된 상태나 액체와 같은 상태를 액상(液狀), 사람 또는 동물의 몸 안에 돌며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붉은빛의 액체를 혈액(血液), 침으로 입속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끈기 있는 소화액을 타액(唾液),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서 균질하게 되어 있는 액체를 용액(溶液), 땅속에서 빨아 올리어 나무 속에서 양분이 되는 액을 수액(樹液), 얼었던 땅이 풀림을 지액(地液), 난초에서 짜 낸 액체라는 뜻으로 좋은 술을 이르는 말을 난액(蘭液), 단은 선단의 뜻으로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장생하는 약을 단액(丹液),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즙액을 순액(純液), 약을 타거나 달이거나 우린 물을 약액(藥液), 액체를 부어 넣음을 주액(注液), 농도가 짙고 걸쭉한 액체를 농액(濃液), 금의 물결 옥의 액 같은 좋은 물이라는 뜻으로 더없이 아주 좋은 술을 일컫는 말을 금파옥액(金波玉液), 신선이 마시는 음료라는 뜻으로 좋은 술을 이르는 말을 옥액금장(玉液金漿)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