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46.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 기말고사를 끝낸 연이와 지안은 오랜만의 여유로움에 기분좋다는 듯 웃어보인다.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란히 학교를 나온 두사람은 세찬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약속한 카페로 향한다.
"아~ 박교수님 시험은 너무 어려워."
"그러게. 나도 사례 자체를 시험으로 내실지는 몰랐다."
"끝난 일은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여행갈 계획이나 생각하지?"
"응. 바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카페에 도착한 세명은 예약된 비지니스 룸으로 들어가 먼저 와있는 기하를 만난다.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방학이 시작된 아이들이 오랜만에 뭉쳐 여행가기로 약속해 오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차율이와 지민이의 방학기간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전부 모여야한다.
"정민언니는 휴가낼 수 있으려나?"
"에이~ 내면 내는거지. 정민누나는 노현이 형이 간다하면 회사 그만두고서라도 갈껄?"
"왜?"
"응? 아, 이건 비밀인데... 정민언니가 노현오빠 좋아하거든."
세찬이와 연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지안이 모르겠다는 듯 묻자 목소리를 낮춰 비밀을 말해주는 연이.
사실 비밀이랄것도 없이 정민이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내기는 하지만, 나름 예의상 비밀이라고 말을 붙인다.
지안은 전혀 몰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와 동시에 노현과 정민이 룸 안으로 들어온다.
"깡세~~~ 나 데리러 오라니까 왜 안왔어!!!"
"아, 형~ 정민누나랑 점심먹는다고 해서 같이 올 것 같았거든."
"응!! 김정민이 웬일로 회전초밥을 사준거야!!! 내가 완전 싸랑하는 초밥을!"
"또, 누나한테 김정민이 뭐야?"
"에이~ 1살차이 가지고 빡빡하게 굴기는. 나이도 어려보이고 좋지!"
내심 좋으면서도 티 안내려 투덜거리는 정민이. 연이는 다정하게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단순한 이노현은 알랑가몰라. 바쁜 회사일들을 다 재쳐두고 늘 점심을 같이 먹는 정민의 마음을.
"어린 고딩들은 아직인거야? 이거야 원, 언니 오빠들이 놀아주기도 힘드네."
"어쩌겠어, 학교가 붙잡고 안 놔주는데."
"그럼 일단 우리끼리 대충 계획을 잡아볼까?"
"바다가자, 여름이니까."
"바다? 좋지~"
지안이 아까부터 바다를 가자며 어디서 사왔는 지 지도를 꺼내든다. 그러자 좋다며 박수치는 이노현.
처음 지안을 이 아이들에게 소개시켜줬을 때도 바다여행가자는 빌미였는데. 결국 바다를 가게 되는 구나.
연이는 신이 나서 어느 바다로 갈지 서로 골라대는 아이들을 보며 기분 좋은 설레임을 느낀다.
"해운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왕 가는 거 좀 한적하고 우리끼리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래그래~ 내가 좀 유명해서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으로 가면 안돼~"
"하여간 자랑은. 그럼 태안 바다 어때? 갯벌도 있고, 근처에 기하네 삼촌이 팬션하잖아."
"오~ 좋다!! 갯벌체험도 할 수 있으려나?"
"가보면 알겠지. 어차피 우린 계획 다 짜봤자 이 환상의 콤비때문에 충동 여행이 절반이상이잖아."
정민이 신나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세찬이와 노현을 보며 말한다. 환상의 콤비란 바로 강세찬과 이노현을 가리키는 말.
여행을 떠났다하면 늘 계획과는 다르게 이거하자, 저거하자며 졸라대던 이 콤비때문에 늘 충동적으로 놀다왔었다.
대충 장소와 기본적인 계획들을 다 세워갈 쯤에 학교 끝나자마자 온 지민이와 차율이가 합세했다.
"태안 좋네. 그럼 우리 2박 3일인거야?"
"시간 맞으면. 지민이는 고 3이라 방학때도 학교가지 않아?"
"응. 어차피 난 수시합격해서 학교 안나가도 돼."
"그래도... 괜찮을까?"
"아후~ 걱정하지마, 언니! 이미 엄마, 아빠도 다 허락했잖아."
정민이는 친동생인 지민이 걱정되는 지 자꾸만 물어보지만 걱정하지 말라며 예쁘게 웃는 지민.
놀고 싶어서 안달인 동생에게 무슨 말을 한들 들을까. 정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연이는 오랜만에 보는 친동생, 차율이를 보며 예쁘게 웃는다. 기숙사에 살아서 얼굴보기 참 힘든 동생.
"주말에 집에 좀 오라니까."
"아, 요즘 대회 때문에 난리였잖아. 나 금메달 딴거 봤어? 봤지?"
"당연히 봤지. 아빠가 직접 촬영하신거 집에서 봤어. 할아버지께서 엄청 자랑스러워하시더라."
"그렇지? 이런 동생이 어디있겠어~ 이제 대회도 끝났고, 자주 집에 갈게."
어렸을 때부터 강하게 자라야했기에 검도, 태권도, 복싱 등등 여러가지를 섭렵했던 연이와 차율이.
어느 날 갑자기 태권도에 눈이 뜬 차율은 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학교 대표를 시작으로 도 대회, 전국 대회까지 나가 상을 휩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빠 사업을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학교다닐 때 실컷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차율이.
"자자~ 이제 계획도 대충 다 짰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볼까? 저녁은 복불복!!!"
노현이 지도를 접으며 말하자 다들 신나서 자리에 일어나 카페를 나온다. 먹는 거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하는 아이들.
차율이와 이야기하느라 지안에게 소홀했던 연이의 어깨를 감싸며 지안이 차율에게 눈짓한다.
"아, 왜~ 우리 누나잖아!"
"내 여자친구다."
"치사하다, 진짜. 아무리 내가 매형으로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동생인데!!!"
"처남은 주말에 실컷 보시지? 시험때문에 제대로 얼굴도 못봤어."
하여간, 동생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저 욕심쟁이. 연이는 차율에게조차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안이 귀엽다는 듯 웃는다.
자신을 보며 예쁘게 웃는 연이가 좋아 지안도 눈을 마주치며 다정하게 웃어준다.
"좋다, 이거."
"응?"
"이렇게 눈을 마주하고 웃는 거. 한눈팔지 말고 나만 봐. 안 그럼 죽어."
"당연하지. 나 또한 만만치 않아. 조심해, 걸리면 방 안에 가둬놓고 나만 볼거야."
연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작게 소유욕을 드러내자 지안이 지지 않는 다는 듯 낮게 속삭인다.
서로를 향해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내는 두사람을 보며 차율은 혀를 끌끌 차며 노현과 세찬, 기하 사이를 파고든다.
"질투나, 정말. 우리 누나도 누나지만, 매형도 참 대단해."
"그러게나 말이다. 강 연이 어떤 여자인지 알면서도 지지 않는 남자는 참으로 오랜만인데."
"........진짜 오랜만이네. 이제 연이는 괜찮은걸까?"
"윤기하, 딱 보면 몰라? 옆에 저런 녀석이 자리잡고 있는데, 안 괜찮을리가 없지. 안그러냐, 강차율?"
"......응. 그렇지~ 제대로 마음 잡은 것 같은데, 내가 까짓거 양보한다!!"
누나에 대한 애착이 은근 강한 강차율이 양보할 정도로 지안은 연이에게 정말 듬직한 기둥이 되고 있다.
누가 봐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게 눈에 확 들어오는 두사람. 정민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지민의 손을 꼭 잡는다.
"보기 좋다."
"응, 언니. 그런데 연이 언니는 정말 괜찮은 거겠지?"
".....그럼. 시간이 약은 아니더라도, 무뎌지게 만들기는 하잖아. 연이가 마음을 연 거 보면 괜찮은 거겠지."
"다행이다. 그럼 이제 우리 언니가 남은 건가?"
"어? 아, 무슨 말이야~ 얼른 가자!"
지민이 장난스럽게 정민에게 말하자 당황한 듯 정민이 지민을 끌고 아이들에게로 간다.
그들 뒤에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던 연이와 지안은 멀어지는 아이들을 보며 웃으며 뛰기 시작한다.
연이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런 행복함정도는 잠시 만끽해도 되지 않을까?
멜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