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사회복지직 채용 확대 - 주택자금 융자 4000억 투입 - 하반기 3% 성장률 회복 기대
- 재원 대부분 국채발행 충당 - 세입결손분 충당 12조 사용 - 재정건전성 악화·효과 논란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17조3000억 원 규모의 '추경 카드'는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의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4·1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경기부양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상 '나라 빚'으로 볼 수 있는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 대부분을 마련하는 데다 전체 추경 중 12조 원도 세입 결손을 메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슈퍼추경', 경기회복 마중물 되나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9000억 원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13조9000억 원)을 제외할 경우 최대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총 8번의 추경 편성이 이뤄졌지만 2009년과 올해를 빼고는 2003년 7조5000억 원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2조~4조 원 안팎으로 편성됐다.
유로존 위기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고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슈퍼 추경'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추경은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간경제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충족되고 부동산 경기에 기여하면 하반기 3%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체 추경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3조 원을 일자리 확충과 민생안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자리 확충에만 2000억 원이 지원된다. 이를 통해 경찰관(2955명)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466명) 등 공공부문 채용에서 4000명을 확대,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민생치안 서비스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자율형 사회서비스와 노인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기존의 18만5000명에서 20만4000명으로 확대되며 저소득층·노인·장애인 등에 특화된 일자리도 기존의 26만2000명에서 2만8000명 늘어난 29만 명으로 증가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올해 추가적으로 총 4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생활 안정화 방안으로 '4·1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융자지원에 4000억 원이 투입되며 전세임대 주택 8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6000억 원이 지원된다.
북한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접적지역 경계·방호시설을 기존의 3216억 원에서 4307억 원으로 1091억 원 늘리고 K-9 자주포 등 주요 무기체계도 보강할 예정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정부는 이 같은 추경재원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17조3000억 원의 전체 추경 중 15조80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재부는 이번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당초 464조6000억 원에서 480조4000억 원으로 15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도 -0.3%에서 -1.8%로, 재정수지 적자는 4조7000억 원에서 23조5000억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와 함께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기금 여유자금 활용과 불필요한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한편, 근본적인 재정지출 구조개혁과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통해 추가 세입을 확충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회 통과 여부도 현재로선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조속한 추경 투입'을 강조하며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세출 확대 규모가 5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번에 편성된 17조3000억 원 중 12조 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세입결손분을 충당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경기부양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5조3000억 원의 추경은 민생경제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 이석준 2차관은 "추경은 내용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국회를) 통과한다는 전제하에 집행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추경 통과보다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