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 헤어질 결심 (노 스포일러)

[theo]

 * 마녀2

 박훈정이라는 감독은 여러모로 참 복잡한 사람입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가로 널리 이름을 알렸고, 이후 신세계의 감독으로 다시 한번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부당거래의 경우 각본에 감독인 류승완의 지분이 더 크다고 하더라도, 악마를 보았다의 파격적인 내용을 생각하면 각본가로서의 역량을 기대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자기가 감독하는 모든 작품의 각본도 자기가 쓰고 있고요. 

 그런데 감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인 신세계 부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애초에 무간도 없이는 나올수가 없는 영화였죠. 각본가 출신이 이런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는다고? 뭐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였고,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많은 대사들이 있을 정도로 대사빨은 살아있는 느낌이였죠. 하지만, 그 이후가 대호-VIP-마녀-낙원의 밤입니다. 제가 대호는 못봐서 패스하고, 어느 영화에서도 우리가 기대하던 날카로운 각본, 대사빨 이런건 없었죠. 그나마 평이 제일 좋은 마녀도 초능력을 사용하는 초인 액션 쪽으로 기대를 받은거지, 그 귀공자(최우식) 패거리가 사용하던 중2 보그병신체 대사 꼬라지 생각하면 박훈정에 대한 기대는 접는게 맞는거 같았죠. 

 아뭏든 그 기묘한 감독이 또 영화를 만들어냈는데, 어떻게 이 감독은 가면 갈수록 더 형편없다는 느낌이네요.

 제가 너무 아무 정보도 없이 갔나 싶기도 한게, 마녀2는 마녀3의 예고편 입니다. 영화가 길기는 더럽게 긴데, 정작 영화 내에서 해결 정리 된건 하나도 없고 떡밥만 잔뜩 뿌리고 "3에서 봅시다 ㅎㅎ" 하면서 끝내버렸죠. 마녀2는 2자체로는 형편없는 영화이고, 3의 예고편으로 보자면 미리 예고편이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야 합니다. 

 진짜 쌍욕을 하고 싶지만, 꾹 참고 굳이 장점을 말하자면.. 김다미의 뒤를 이은 두번째 주인공은 귀엽습니다. 설산과 피투성이 소녀의 대비 장면은 공들여서 찍은 티가 납니다. 그냥 예고편만 보여주고 끝내면 관객들에게 돌맞아 죽을것 같아서 쑤셔넣어준, 토우 패거리와의 전투는 나름 볼만합니다. 

 이제 박훈정이라는 이름은, 이름 확인하고 피해야할 감독 리스트에 넣어야겠습니다. 사실 vip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녀 때부터 넣었어야 되는 감독인데, 그노무 미련이 뭔지... 

 * 헤어질 결심

 사실 지난 주말에 마녀2를 보고, 이번 주말에 헤어질 결심을 보고, 같은 영화인데 이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뭐 애초에 장르도 다르고 비교가 성립이 안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제 느낌이 그랬습니다. 

 내용은 하나도 말도 안되고, 마구 소비되어 버리는 등장인물에, 그저 폼잡기 위한 아무 의미 없는 대사들, 관객들한테 돌맞을까봐 등장시킨 조연들,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예고편으로 꼬라박는 미친 짓을 보고 와서. 대사 하나, 눈짓 하나, 아니 더 나아가 배경에 있는 벽지까지도 의미를 가지고 연결되고, 다른 감독들은 아무 생각없이 붙이는 컷씬 연결에만 한 3년은 고민 하지 않았을까 싶은 퀄러티, 별거 없는 이야기를 집중력 있게 풀어내고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연출력을 보고 오니 글을 안 쓸수가 없더라고요.  

 미안합니다. 비교하면 안되는데, 지난 주에 너무 빡이 쳤는데다가, 이번 주에는 또 너무 감탄을 해서.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중에 가장 재미있게 본거 같습니다. 

 이상하게 전 이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보고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라는 영화, 정확하게는 그 영화에서 전도연씨의 한복 소복 거리는 소리가 떠오르더라고요. 무심코 들으면 흘려지나갈수도 있는 작게 들리는, 빳빳하게 풀먹은 한복이 스치며 나는 그 작은 소리. 하지만 너무나 귀를 잡아 끌어 집중하게 만들고, 나아가 상상하게 만들던 그 묘한 소리가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보기드물게 좋은 영화이고, 마녀2를 보고 나서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무슨 영화인들 안 그렇겠냐만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박찬욱 감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내가 평론가라면 별점 5개 때려박고 싶은 영화,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꼭, 보세요. 

[한가한 강태공]

신세계는 뻔하디 뻔한 무간도 클리셰 덩어리였지만 나름의 한국화 패치도 잘 됐고 무엇보다 재미는 있었죠.

사실상 박훈정은 브이아이피, 낙원의 밤으로 능력이 뽀록난 감독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브이아이피는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의 졸작이고, 낙원의 밤은..친구라는 작품을 평생 놓지 못하는 곽경택 감독처럼 신세계의 스타일과 성공을 재현하고픈 처절한 몸부림이라 느껴졌네요. 낙원의 밤도 졸작이긴 마찬가지고요.

마녀는...이것도 작품성은 기대하긴 힘들지만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장르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었는데 2편이 역시나 우려대로 나온건가 싶네요. 지금같아선 마녀 트릴로지라도 제대로 마무리 했으면 하는 심정이네요. (박훈정 감독 최근 행보를 보면 그게 가능할지는...)

그리고 신세계 후속편은 안 내는게 좋을지도..

[Eden]

신세계는 무간도빨이라고 봤고 그 이후의 작품들은 본인 연출력의 밑천이 드러난거죠 솔직히 마녀도 저는 너무 유치해서 못봐주겠던데 흥행 자체가 이해 안되더군여

[칼라피플]

낙원의 밤과 마녀 시리즈를 재밌게 본 사람도 여기 있어요. ㅎㅎ 마녀2가 스토리는 없는데 그럼에도 상영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금방 지난걸로 봐서 중타 이상은 했구나 하고 느낍니다. 낙원의 밤은 제주 풍경과 마지막 장면이 좋아서 넷플릭스로 수십번은 돌려본것 같아요.

[스테판처리]

박훈정은 뛰어난 감독은 아닐지라도 능력있는 이야기꾼은 맞는것 같습니다 전 VIP, 낙원의밤도 나름 볼만했어요 ㅎㅎ

[김천박]

전 박훈정 팬인데도 마녀2는 약간 아쉬웠네요ㅎ V.I.P 같은 경우도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박훈정이 전반적인 평은 안좋은데 저같은 소수팬층은 가지고 있어요 확실히 ㅎ

[인터넷리]

저는 VIP를 주변에 많이 추천했습니다.
수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평타 이상이구요.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 이종석..
그 외 조연들까지 다 살아 있었구요.
5번쯤 본 거 같은데..
평론가들이 하도 욕을 해서..ㅎ
평론가들이 칭찬한 영화랑
논리적으로 비교해보면 더 놀랍죠ㅋ

[비하인드]

헤결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ㅎㅎ

[욕하지말자]

그냥 이런저런 생각안하고 재미로만 보자면 전 다 괜찮았어요..
마녀2는 아직 안봤지만.. 신세계 마녀 vip 낙원의밤 모두..

[Bobby Ray]

제목만보고 마녀2를 보고 마녀시리즈랑 헤어질 결심하셨다는줄.. ㅋㅋㅋ 저도 마녀2너무실망해서

[AnimalC8]

마녀,낙원의밤은 두번이나 봤는데.. 낙원의밤은 주인공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넘 거슬렸지만, 차승원이 영화 먹여살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