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실소유주 김만배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의 구속기간이 연장될 것 같다고 판단되자 변호사에게 ‘김수남이 나서달라’고도 이야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8일 김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증거은닉·인멸 교사,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들을 담았다. 김수남에게 소개를 받은 변호사를 통해 수사 외압 취지의 부탁을 한 정황도 포함됐다.
뉴시스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언론에 2021년 8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보도되자 9월1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김수남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김씨의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한 김수남은 이 자리에서 김씨에게 법무법인 태평양의 A변호사를 소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A변호사가 김수남과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화천대유 이사, 이한성 공동대표 등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전되자 김씨는 A변호사를 통해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화천대유 이사에게 각종 방식으로 범죄수익 은닉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구속된 후 변호인단은 ‘변호인 접견’이 일반 접견과 달리 대화내용이 녹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성남시 고위관계자들의 수사 상황, 대장동 범죄수익 은닉 상황 등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측근인 정진상이 언급되자, 김씨는 A변호사를 통해 정치권에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인사는 ‘정진상은 절대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의사를 구치소에 있는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2022년 1월 정진상이 검찰 조사를 받고, ‘대장동 설계자’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김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까지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난다.
김씨가 구속 상태에서도 김수남에게 수사 관련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적시됐다.
2022년 5월 본인에게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A변호사에게 ‘경찰, 검찰 수사와 관련해 김수남이 나서달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추가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농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김씨 지인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공소장에 나타난다.
이 지인은 2020년 7월 이재명이 신설한 2급 상당의 AI산업전략관에 임명됐는데, 평소 ‘김씨 도움으로 경기도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A변호사는 “의뢰인의 재산 처분 등 관련 행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사건 관련 변호나 자문 과정에서 법적쟁점이 있더라도 ‘회사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게 좋겠다’, ‘어떠한 자금 집행은 배임 등 소지가 있다’ 등 의견을 제시했을 뿐 위법으로 문제될 수 있는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대장동 개발사업 범죄수익 390억원을 수표나 소액권으로 재발행·교환해 숨기고, 지인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태우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장동 사건으로만 두 번째 구속기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