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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기자 |
이날 미사 중에 이뤄진 추모식에서는 오랜 지인이었던 권병기 씨가 홍 원장 생전의 일화를 소개하며 홍 원장의 따뜻한 성품과 깊이 있는 삶의 자세를 추억했다. 그는 자신이 담배를 끊은 것이 홍 원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선종하기 1년 전쯤 술자리에서 권 씨에게 “담배를 끊으면 천만 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본인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담배 끊은 이가 지정한 곳에 천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담배를 다시 피우면 곱절로 물어낸다는 약속이다.
권 씨가 담배를 끊기로 약정한 기간인 6개월이 지나자, 홍 원장은 바로 전화를 걸어 “계좌를 불러달라”고 말했고, 인천 연수동 빈민지역의 어린이 도서관에 약속한 금액을 기부했다. 홍 원장은 이따금 이 도서관에 들러 혼자 책을 읽다 가기도 하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 홍성훈 원장(홍정형외과)의 장례미사가 2012년 1월 30일 오전 10시에 인천교구 제물포성당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련인사들과 우리신학연구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등 홍성훈 원장이 평소 호흡을 같이 한 사제 평신도들과 인천지역의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 등 홍 원장이 마음을 쏟았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의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한상봉 기자 |
선종하기 1주일 전에 홍 원장을 방문했을 때, 홍 원장은 권 씨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난 괜찮아. 신앙 속에서 죽음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홍 원장은 권 씨에게 장례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죽더라도 대학병원 특실은 사양한다고, 그저 작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제물포성당에서 가겠다고. 염할 때는 삼베옷을 입혀 묶지 말고, 옷 중에서 가장 잘 썩을 옷을 입혀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홍성훈 원장은 결국 주차장도 없는 작은 성당의 조촐한 영안실에서 이승을 떠날 채비를 했다. 권 씨는 “홍 원장님은 죽은 뒤에는 내 몸도 부모님 것이라며 선산에 묻어달라고 하셨는데, 부모님 묘소 아래에 납작 엎드린 평비석 아래 누워계신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씨는 “홍 원장의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고 있다”며 “홍 원장님은 지금 하느님 곁에서 술 드시며 잘 지내실 것 같다. 우리와 빨리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기다릴 것이다”고 말했다.
고(故) 홍성훈 원장 약력 |
인천 홍 정형외과 원장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병원 신천연합병원 이사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 인천환경운동연합 의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시민연대 자문위원 여성의 전화 자문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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