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귀의 정의
수년 전, 주일예배 후에 교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삼겹살 식당에 갔을 때 우리 부부와 합석을 한 60대 후반의 여집사님이 물었습니다.
"마귀가 무엇예요?"
그 집사님은, 마귀는 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험상궂은 얼굴에 악한 짓을 하고 다니는 그런 존재로 생각하시면서, 믿지 않는 자들은 마귀라고 하는데 그런 모습을 한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물으신 겁니다.
그럴 때는 나보다 제 마눌이 설명을 더 잘합니다. 마눌은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마귀라는 것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마귀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천상의 천사 하나가 하나님을 배반하고 하늘의 지위에서 떠나갔는데, 그 천사가 사탄이고, 그를 추종하는 자들을 마귀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교회에서 마귀라고 하는 말은 험상궂게 생기고 악한 짓만 하는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지 않고 대적하는 자들을 말합니다.
대적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의식하고 능동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냥 믿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마귀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세상에 사는 동안에 세상의 기준으로는 얼마든지 착하고 옳은 일을 하고 삽니다. 다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뿐이고, 그들을 부르는 용어가 마귀일 뿐이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럴 때에 죄인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 누가 구원받는가?
장로교회의 개혁신학에서는 예수 믿는 자만 구원받는다고 하는데, 예수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 피를 흘리고 죽어야 할 것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모두 짊어지고 우리 대신 온 몸의 물과 피를 다 흘리시고 죽으신 것을 믿고, 그 피가 내가 흘려야 할 피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예수님은 聖父 하나님께서 구원하라고 당신에게 주신 사람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마음 먹으신 사람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을 신학용어로는 하나님의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려고 예정하신 사람만 구원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또 성부께서 구원하라고 예수님에게 주신 사람은 누구 하나도 놓지지 않고 다 구원받게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그렇다면 전도는 왜 하느냐고 묻는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구원받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있고, 또 예정된 사람은 누구나 다 구원받는다면 전도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뜻이죠.
맞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전도할 필요가 없을 것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전도를 합니다.
하나는, 이미 예정된 사람이라고 해도 더 일찍 예수믿고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남은 생애를 살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구원받기로 예정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혹 간청하면 구원의 반열에 들어가게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잠을 자려는데 친구가 찾아와서 떡이 필요하니까 떡을 좀 달라고 하면서 계속 문을 두드리면 친구라서가 아니라 귀찮아서라도 일어나서 떡을 주지 않겠느냐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가 예정된 사람이고, 누가 예정되지 않은 사람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참고로, 구원하지 않기로 하는 것을 신학용어로는 遺棄라고 합니다. 누가 구원받거나 구원받지 못할 사람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전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 구원받지 못하고 버림받을(遺棄될)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귀찮아하실 정도로 믿는 우리가 기도를 히면 하나님께서 혹여라도 마음을 돌이키셔서 그들을 구원의 반열에 넣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도는 이렇게 특정한 사람을 향한, 구원받기를 소원하는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