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서울이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가 시골을 너무 좋아해서 방학때면 온 가족이 시골에 내려갔다가 저만 남고 올라가곤 했었습니다.
그때도 여름방학때 온가족이 내려왔다가 저만 남았을 때 입니다.
제가 시골에 있는걸 좋아했던 이유는, 우선 집에는 누나만 3명 있어서 남들처럼 형을 따라다니면서 놀수가 없었고, 그리고 시골에는 제가 좋아하는 벌레들이 많았습니다.
암튼 그래서 그렇게 혼자 남아서 사촌형들하고 동네 형들하고 몰려다니며 놀때 였습니다.
큰댁 대문밖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어느 집안의 가족묘지가 있습니다.
그 집안에 돈이 꽤 많았기 때문에 묘지에도 각종 돌 석상들이 멋지게 서 있었고, 어렵게 살았던 큰댁에서는 그 묘지를 돌봐주면서 얼마정도의 돈을 받았고, 큰아버지께서는 남의집 묘를 돌봐주시는 것이지만, 묘지는 항상 정성을 들여서 가꿔야 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정말 잔디가 촘촘하게 잘 자랐습니다.
우리는 큰댁에서도 가깝고, 잔디고 달 자라는 그곳에서 자주 놀곤 했습니다.
묘지의 제일 윗부분에는 그 묘지에서 가장 잘 꾸며진 봉분이 두개 있었고, 그 봉분이 아마도 서로 부부였던 이유에서인지 바로 붙어있었습니다.
아무리 봉분이 서로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워낙 규모가 있는 봉분이었기 때문에 양손을 확짝 펼쳐도 두 손이 양쪽 봉분 윗부분에 닿기가 힘들었었는데, 7살이 되어 어느정도 키도 커지자 겨우 양쪽 봉분위에 양쪽 손을 뻗쳐서 올려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전 예전부터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거의 하루종일 그 양쪽 봉분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듯한 기분으로 있었습니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지나가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얘야, 함부로 봉분위에 손을 올리는게 아니란다. 특히 그렇게 양쪽 봉분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네 몸을 통해서 영혼이 서로 뒤바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영혼들이 너를 쫓아다니면서 다시 바꿔달라고 하게 된단다."
저는 순간 소름이 끼쳐서 얼른 그 묘지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계속 사촌형들하고 어울려 놀면서 그 무섭던 생각은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두워지고 나니 갑자기 낮에 그 아저씨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 것이었습니다.
무서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더 그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해 졌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사촌형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고, 잘때에도 사촌형 옆구리를 끌어앉은채 잠이 들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잠에서 깼습니다.
오줌이 마려운 거라면 오강에다가 누면 될텐데, 하필이면 대변이었고, 며칠전에도 밤에 혼자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서 오강에다가 대변을 보았다가 큰어머니께 혼쭐이 났었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사촌형을 흔들어 깨웠고, 사촌형은 귀찮다는 듯이 혼자 갔다오라고 하고는 다시 잠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사촌형을 깨워서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사정을 했고, 앞으로 사촌형의 충실한 쫄병이 되기로 멩세까지 하고서야 화장실에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시골 화장실이라는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더구나 그 당시에는 태안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때였습니다.(큰댁은 태안에서도 제일 구석으로 들어간 깡촌이었는데,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큰댁까지 전기가 처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무튼 사촌형한테는 내가 일 다 볼때까지 화장실 옆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무서운 생각때문에 거의 1초에 한번씩 사촌형이 밖에 있나 물어보면서 일을 보았습니다.
급하게 일을 다 보고 신문지로 뒷처리를 하면서 그만 사촌형한테 아직 밖에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뒷처리를 다하고 얼른 문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사촌형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있는힘을 다해서 사촌형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사촌형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저는 공포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촌형을 찾는것을 포기하고는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내 맘대로 뛸수가 없었습니다.
큰댁과 그 가족묘지 중간정도 되는 곳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집만 바라보고 뛰어도 시원찮은 판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 묘지쪽을 바라보게 되었고, 묘지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위에 있는 흰색의 물체를 보고선 그만 몸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는 흰색 물체였습니다.
그런 흰색 물체가 그토록 가느다란 소나무 가지 위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소리라도 질러서 다른 사람들을 깨워야 하는데, 목소리도 나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물체를 쳐다볼수가 없어서 그저 큰댁 대문만을 쳐다보며 속으로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야...'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말 기절하기 직전이 되었는데, 갑자기 어깨를 탁 하고 잡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쓰러지는데, 사촌형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야! 너 왜이렇게 놀라는거야?"
휴... 다행히도 사촌형이었습니다.
전 너무 무서워서 사촌형이 어디 갔다왔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얼른 들어가자고만 했습니다.
사촌형 옆구리에 메달리다 시피 해서 방으로 들어왔고, 너무 긴장한 탓에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다가 춥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이 깼는데, 눈앞의 광경이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아까 사촌형과 방에 들어와서 잠이 들었는데, 제가 지금 있는 곳은 방이 아니라 헛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꼭 안고 있었던 것은 장작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그만 기절을 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큰아버지, 큰어머니, 그리고 사촌형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없어졌길래 여기저기 찾다보니 헛간에 쓰러져 있었다며, 왜 거기에서 쓰러져 있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지만,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저녁때 부터 사촌형 옆구리에 달라붙어 같이 잤었는데, 큰아버지와 사촌형 말에 의하면 분명히 아랫방에서 혼자 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촌형은 저녁을 먹고 친구네 집에 가서 자고 왔다는 것입니다.
전 너무 놀라서 어제 낮부터 있던 일을 다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어제 보았던 그런 아저씨는 여기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놀라서 다시 한번 기절을 했고, 큰아버지는 사촌형이 저를 놀려주느라 그랬다고 생각하시고 하루종일 보리타작 하듯이 사촌형을 팼습니다.
사촌형은 한참을 맞더니 자기가 장난을 친거라고 서럽게 울면서 얘기했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상한건 정말 사촌형이 장난을 친거라면 한두대 맞았을때 자기가 장난친거라고 불었을텐데, 거의 죽을만큼 맞을때 까지도 절대로 자기가 장난친게 아니라고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제가 너무 놀란게 걱정이 되어서 큰아버지가 저와 같이 주무셨는데, 제가 밤에 몽유병 환자처럼 갑자기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답니다.
그리고 대문밖을 나서서 그 묘지쪽으로 걸어가더랍니다.
큰아버지는 급히 저를 따라나와서 저를 붙잡고 흔들었고, 저는 그냥 쓰러졌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큰아버지께 그 얘기를 들었지만, 저는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큰아버지는 정말 뭔가에 씌운것 같다고 하시면서 저를 그 묘지로 데려가셔서 함께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묘지를 향해서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도 안심이 되질 않으시는지 동네에 신들린 아주머니한테 저를 데리고 가셔서 부적을 한장 받아오셨고, 그 부적을 밥풀로 제 등에 꼭 붙여주셨습니다.
그 부적의 효험을 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날 이후로는 밤에 몽유병 환자처럼 일어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일 이후로 아무리 모르는 사람의 묘지라 해도 함부로 봉분을 손으로 짚거나 봉분위에 올라가지 않는답니다.
정말 내가 그때 귀신을 보고, 귀신에 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른살이 다된 지금에도 조심하고 있답니다.^^;
이 일에 대해서 졸병한테도 물어본적이 있었는데, 졸병의 말로는 사람의 몸은 영이 들어올수도 있고, 내 몸을 통해 영이 지나갈수도 있기때문에 충분히 그럴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부적에 대해서는 부적의 효험이라기 보다는, 우리 큰아버지께서 평소에 그 묘지를 잘 가꾸고, 소중히 다뤘기 때문에 큰아버지의 부탁을 귀신들이 들어준 것일 거라고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죽을 위기를 넘겼던 일을 얘기할까 합니다.
예전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사건은 누구나 다 기억을 하실겁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것은 1995년 여름이었는데, 1994년 겨울부터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셋째 누나가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누나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저에게 넘겨주고 그만 두었습니다.
그래서 1994년 겨울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1995년 여름에도 종강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옷 파는 아르바이트는 남자에게는 잘 시키지 않는 것이었지만, 누나에게 물려받은 자리라 할수가 있었고, 누나의 경력이 저한테 더해져서 같은 아르바이트생에 비해서 하루 5천원을 더 받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사고가 있기 전날까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사고 전날 밤 늦은시간에 당시 여자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는 애인이 아니라 정말 친구사이였습니다.
제가 1995년 봄에 처음 만난 이후로 줄곧 쫓아다니고 있었지만, 저한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딱 세번을 만났었습니다.
한번은 처음 만난 연합 MT에서였고, 두번째는 그 뒷풀이에서였고, 세번째는 어떻게든 다시한번 만나보려고 하나뿐이었던 모뎀을 두개 있어서 하나는 필요없으니까 가져다 준다는 명목으로 만났던 것입니다.^^;
아무튼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화를 했고, 애정공세를 펼쳤지만 꿈쩍도 안하고,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 않던 여자친구였는데, 갑자기 전화를 해서 내일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도 당시에 청량리 롯데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여자친구가 자기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에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은 저나 여자친구가 같은 시간이었지만, 강남에서 청량리 까지 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내가 아르바이트 끝나고 올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면 또 나중에 만나자는 핑계로 더이상 만나주지 않을것 같아서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간다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막상 약속을 하긴 했지만, 당장 내일 아르바이트를 어떡하나 걱정이 됐고, 친구들한테라도 대신 하루만 해달라고 부탁을 하려고 연락을 했지만, 다들 바쁘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 조급했던 심정을 생각하면 그놈들을 다신 안보는건데... 솔직히 삼풍백화점이 무너지지만 않았어도 그놈들을 다시 안볼 생각이었습니다.^^;
아무튼 대타는 구하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백화점 매대 담당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절대로 안되니까 내일 꼭 나오라고 했지만, 평소에 약간의 안면이 있던 그 형한테 자초지종을 다 설명을 하고, 내 평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까지 나오자 매대 당당도 하루만 봐준다고 했고, 어차피 이시간 까지 대타를 못구했으면 내일 대타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 아침에 나와서 매대만 창고로 치워놓고 가라고 했습니다.
전 그 다음날 아침에 매대를 창고로 치우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에 목욕탕에 가서 때도 벗기고, 이발도 새로 하고, 옷도 한번 사 입었습니다.
그리고 청량리행 버스를 타고 청량리 롯데 백화점을 향해 가는데, 라디오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저녁무렵이었는데, 갑자기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매대를 치웠던 곳인데...
놀랍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일하던 옆 매장 누나들 안부도 걱정되었지만,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이내 다시 즐거운 생각을 했고, 시간이 되어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고백 비슷한걸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이후로 호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서지 않아서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었다고...
그때까지 삼풍백화점 사건을 모르고 있었던 여자친구에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이야기를 해주니까 여자친구가 놀라며 이야기 했습니다.
어제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꿈속에서 제가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려고 짐을싸고 있어서 여자친구는 어딜 가려고 하냐고 물어봤고, 지금 날 붙잡아 주지 않는다면 떠날수 밖에 없다고 얘길 했답니다.
여자친구는 잠에서 깬 후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다시한번 정리를 했고, 어차피 제 마음을 받아들일 거라면 꿈속에서와 같이 내가 떠나기 전에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일로 인해 우리 둘은 더욱더 가까워 졌고, 7년의 연애끝에 작년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중에 끝에 가면 아내도 귀신봐ㅋㅋㅋㅋ
완결이 머지않았어♥_♥ 진짜 뭐가 있나봐ㅋㅋ
제목바꿔야할듯...ㅇㅇ 후임병이야기과 내얘기로.
아니 말투 근데 너무 호감가 ㅋㅋㅋㅋㅋ 눈물을 뚝뚝흘리며 충실한 쫄병이 되기로 맹세하고서야 화장실에 같이갔습니다ㅋㅋㅋ 큰아버지가 보리타작하듯이 사촌형 팼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부턴가 제 얘기였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임이라며요!!ㅋㅋㅋㅋ
의경시절 후임병이 아니라 어린시절 이야기로 바꿔야 하는거 아니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인생굴곡이 장난아니다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