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남북협상 당시 서울을 떠나시며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렇게 굳은 서약을 하시고서, 돌아오신 뒤에 왜 뚜렷이 대국(大局)의 전망과 선생님의 심경을 밝혀 말씀치 못하셨습니까? 무슨 숨은 사정이 계셨습니까?”
“그래 내 나라 내 땅을 갔다 온 것이 잘못이란 말이냐?”
“왜 모든 것을 국민 앞에 천명치 못하셨냐는 말씀입니다.”
“그래, 밤낮 반 쪼가리 땅에서만 살자는 말이냐?”
“협상 다녀 오신 후에 태도는 어떠셨습니까? 미군의 철퇴를 주장하셨고, 미국의 원조를 거부하셨고, 유엔의 처사를 비방하시면서 급기야는 5.10 선거까지 부인하신 것, 어떻게 그렇게 그 주장하심이 공산당과 꼭 같으십니까?”
“그러면 이놈! 내가 공산당의 사주를 받았단 말이냐?”
“전라도 방면을 순회하실 적에 정부를 부인하시고 미국을 침략자로 규정지으시며 이(승만) 박사를 사대주의자의 전형적인 존재로 매도하셨으니 공적인 국면도 국면이오나, 그렇게도 국민 전체가 쌍벽으로 모시던 두 분의 교의가 끊겼다고 생각될 때에 온 겨레의 실망은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그래 이놈! 이것이 정부 구실을 한다는 말이냐? 그리고 미국 놈이 무슨 전생에 은혜를 입었기에 그리고 고맙게 적선을 할 것이란 말인가? 대국을 좀 큰 눈으로 보아라.”
“그리고 '건국실천원양성소'는 무엇하는 기관이며, '혁신탐정사'는 누구의 것이며, 또 한독당의 소위 '비밀당원 조직망'이란 무슨 사명을 부여한 결사입니까? '한국 군대는 김구씨의 군대'라는 외인의 평론에 대하여 선생님은 무슨 말로써 반박하시렵니까? 선생님, 제게 8.15 기념일을 전후하여 중대한 지령이 있을지 모른다는 예비명령은 무엇에 대한 준비입니까?”
“무어야? 이놈 죽일 놈! 입이 달렸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여순반란은 누가 사주한 것입니까?”
“뭐야, 이 놈!”
“표 소령과 기거를 같이 한 놈은 어떤 놈입니까?”
“저런!”
책 뭉치가 날아온다. 얼굴에 맞았다. 나도 주먹을 부르쥐고 고함을 질렀다.
“송진우씨는 누가 죽였습니까?"
벼루가 날아와서 머리를 스치고 뒷벽에 부딪친다.
“장덕수씨는 누가 죽였습니까?”
“이놈! 너 이놈!”
붓이 날아오고 또 책이 날아오고 종이뭉치가 날아오고 ...
앗! 선생께서는 그 거구를 일으켜 두 팔을 벌리고 성난 사자같이 엄습하여 오는 것이 아닌가... 눈을 감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안두희, 『나는 왜 김구선생을 사살했나』, 타임라인, 2020, 58~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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