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영철을 경호하라”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자 적장(敵將)입니다. 절대 안 됩니다. 절대 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나중에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럼 국정원에서 경호하도록 조치해라”
김영철 경호는 국가정보원이 담당했다. 김영철이 어떤 등급의 경호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2월 22일,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에 김영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단원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수행원 등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냈다.
통지문 내용을 확인한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은 경호처 간부들에게 김영철을 경호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경호처 간부들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主犯)이자 적장(敵將)을 경호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
주영훈 경호처장은 경호처 간부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걱정됐는지 ‘김영철 경호’를 더는 밀어붙이지 못하고 물러났다.
<2> “김여정을 경호하라”
“김여정이 무슨 국가원수나 행정수반도 아니고, 기껏해야 자기들이 말하는 백두혈통의 일원일 뿐인데, 어떻게 경호처가 경호합니까”
“그냥 해”
“절대 안 됩니다”
2018년 2월 7일,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개막식 등)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 참석자 명단을 통일부에 통보했다. 이 명단에 김여정이 포함돼 있었다.
통지문 내용을 확인한 주영훈 경호처장은 경호처 간부들에게 김여정을 경호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경호처 간부들은 김여정은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 대상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경호처 간부들이 계속 반대하자 주영훈은 대통령경호법 제4조 제1항 6호의 규정을 들이밀었다. 이 6호 규정은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이다. 경호처장이 이 6호 규정으로 밀어붙이자 경호처 간부들은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6·25 전범의 손녀 김여정을 경호처장이 자신의 직권으로 경호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대통령 경호의 범위와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 간부들이 계속 반대하는데도 강제로 밀어붙였다.
김여정은 방한 기간 내내 대통령 경호 최고 수준인 ‘국빈 A’급 경호를 받았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국빈 B’급, 폐막식에 참석했던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하여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네덜란드·스웨덴 국왕, 에스토니아·스위스·슬로베니아 대통령, 노르웨이·핀란드 총리 등은 ‘국빈 C’급 경호를 받았다. 미국 부통령이나 각국의 대통령과 국왕 및 총리는 ‘국빈 B·C’급 대우를 받았는데, 우리의 적국(敵國) 수장 여동생이자, 수령체제로 이어져 온 김씨 일족의 백두혈통 자식은 특급 대우를 해준 것이다.
대통령경호법 제4조 제1항 1~5호의 경호 대상은 대통령(당선인)과 그 가족 및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대통령권한대행과 그 배우자, 외국의 국가원수(행정수반)와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독 6호에 있는 경호처장이 필요한 경우를 인정해 김여정에게만 분에 넘치는 접대, 특혜, 특별, 특급 대우를 해준 것이다. 문재인의 승인·결재가 있었겠지만, 경호 등급도 경호처가 결정하니 결국 주영호 경호처장의 지시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왜 김여정에게 특급 경호를 해줬는지, 왜 김영철을 경호하게 하려고 했는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경호를 둘러싼 내부의 갈등이나 강제로 밀어붙인 정황 등의 진상도 규명돼야 한다.
<3> 경호처 적폐청산
주영훈 처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경호실 ‘가족부장’을 맡아 대통령 관저 경호를 담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해 경호팀장을 맡았다. 노무현 사망 이후 권양숙 여사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2017년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이 당선되자 주영훈을 초대 경호처장으로 임명했다.
주영훈은 문재인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임명되자 경호처 내에 ‘적폐청산 TF’를 구성했다. 그리고는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경호관들을 ‘적폐’로 낙인찍어 퇴직시키거나 한직으로 좌천시켰다. ‘에이스급’으로 평가받던 한 경호관도 행사장의 마이크, 음향, 음악을 관리하는 부서로 갔다고 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운전기사 최씨를 3급으로 임명하는 등 특혜 진급 문제도 제기됐다. 대통령 경호처 내부에서 ‘3급’은 ‘고위직’인 부장급이다. 7급 공채 경호관이 3급이 되려면 20년 정도 근무해야 한다. 최씨 3급 임명 과정에서 당시 인사부장은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주영훈 처장은 3급 임용을 감행했다. 이후 경호처 내 구성한 ‘적폐청산 TF’는 이 인사부장을 ‘적폐인사’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를 받은 이 인사부장은 경호안전교육원으로 좌천됐다. 이외에도 특정 인물들을 파격적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각종 비행의 의혹도 제기됐다.
주영훈 처장은 경호처 시설관리팀 소속 무기계약직 여성 직원을 자신의 관사(官舍)로 출근시켜 개인적인 가사도우미 일을 시켰다는 의혹에다, 논란이 커지자 경호처 직원들의 휴대전화 감찰 등으로 ‘제보자 색출’에 나서기도 했다. 주 처장의 아내는 2018~2019년 청와대 경호원 체력단련 시설인 ‘연무관’에서 훈련·재활을 담당하는 체력담당 교관에게 허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참으로 구잡스럽고 파렴치한 행적들이다. 결국 주영훈 처장은 사실상 경질됐다.
주영훈 처장의 경호처 내 적폐청산 작업이나 특혜 진급의 진상은 지금이라도 규명돼야 한다. 운전기사의 비정상적인 고속 진급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었거나 누군가의 하명이 있었을 것이다. 운전기사 최씨는 노무현 정부 때 권양숙 여사의 운전기사였다. 이후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불렀고, 결국 ‘대통령 운전기사’가 됐다고 한다. 그럼 누구인가.
<4> 지금이라도....
아픔이 남더라도 상처가 아물도록 덮어야 할 것이 있고, 시간이 지났어도 들춰내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 있다. 원칙과 기강이 무너지면 그 틈을 부정(不正)한 것들이 파고들게 마련이다.
김영철은 한국 땅을 밟으면 긴급체포하거나 사살했어야 할 대상이다. 김영철은 46인의 꽃다운 우리 젊은 장병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한 살인자이자 목을 베야 할 적장(敵將)이다. 그런 인물을 대통령 경호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김정은의 여동생이라고, 백두혈통이라고 김여정을 특급 대우한 것도 주영훈의 직권남용이다.
노무현 사망 당시 경호 책임자 주영훈은 징계도,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친노도, 좌파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다. 세월호와 핼러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보여준 행태와 너무 대비된다.
주영훈 처장에게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월간조선 기사를 참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