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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열심히 쓴, 그러나 매우 못 쓴 리뷰 하나 올려봅니다. 검토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쓴 글이라 비문도 많고 문맥도 이상하고... 암튼 조잡할 겁니다.. 너그러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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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감독 박찬욱의 신작이 얼마 전 개봉했다. 제목은 <헤어질 결심>, 주연은 탕웨이, 박해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감독 중 한 명이고, 아가씨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개봉하는 감독님의 복귀작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 감독상을 탔다는 소식 또한 들었기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2시간 18분, 그니까 "138분"이라는 시간 동안 박찬욱 감독이 쌓는 <헤어질 결심>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이 완성되는 과정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한다는 것은 정말 기쁘고 보람되는 일일 것이다. 걸작이 스크린에 걸려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이란. 영화관에서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일은 드문데, 정말 감사하게도 이날 경험할 수 있었다.
제목은 <헤어질 결심>이었지만, 결코 영화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관람할 결심"을 한 상태고, 이 리뷰를 작성하고 나서 시간만 허락해 준다면 망설임 없이 재관람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나온 한국 영화계의 걸작, 좀 더 세분화하면 정말 오랜만에 나온 한국 멜로의 걸작이 나온 느낌이다. 한 번만 보기엔 아쉬운, 한두 번 더 봐야 비로소 그 진가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1회차 관람 이후 내가 느낀 것들을 조잡하지만 소신껏 적어보겠다. 리뷰 - 한 줄 평 - 별점 순.
1. 예술의 경지에 오른 미장센과 연출
흔히들 박찬욱 감독을 "변태"라고 묘사하지 않는가. 어쩌면 신선하거나, 어쩌면 너무나도 자극적인 소재로 한 편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그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소재들을 택함에도(당장 이 영화 또한 불륜이 주요 소재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가 불륜의 미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았다.) 불구하고 거장으로 추앙받는 요소 중 하나는, 그가 구성하는 쇼트들의 미장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이러한 예술적 감각들은 마침내 <헤어질 결심>에서 정점을 이루는 듯하다. 인물과 배경의 구도, 색의 활용(특히 후반부에 절정을 이룬다. 피로 물든 수영장, 송서래의 청록빛 드레스 등등), 촬영과 편집 기법들은 관객들을 시각적으로 현혹시킨다. 매 쇼트마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극한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고 생각한다.
2.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탄탄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주연들뿐만 아니라 조연과 카메오까지 훌륭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로 이루어져 있다. 탕웨이(극 중 송서래)와 박해일(극 중 장해준)이 주연으로 나오고 고경표, 이정현, 김신영 등의 훌륭한 조연들과 박정민, 박용우와 같은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주연들의 연기는 굳이 별다른 언급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했고, 특히 박해일의 감정 연기는 한국 영화사상 길이 남을 만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탕웨이 또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였다고 하니 굳이 이에 대한 평가를 더 할 필요는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코미디언 김신영의 연기 또한 신선했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오래전부터 눈여겨왔다고 전해지고, 비로소 이번 영화에서 그녀를 캐스팅하게 되어 두 감독 모두 기뻐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감독의 기대에 걸맞게 좋은 조연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3. 떠오르는 다른 영화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다른 영화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평들을 봐도 히치콕스러운 연출과 스토리라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떠올린 영화를 나열하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이창>, 박찬욱 본인의 또 다른 걸작 <박쥐>, 왕가위의 <화양연화> 정도가 떠올랐다. 한 남성이 다른 사람의 일상을 몰래 훔쳐본다는 점에서 <이창>이 떠올랐고, 그런 감시 대상이 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현기증>이 떠올랐다. 어쩌면 히치콕을 향한 거대한 오마주일지도 모른다. 또한, 후반부에 넌지시 언급되는, 장해준의 부인인 안정안(이정현 분)과 그녀의 직장 동료인 이 주임(유태오 분)과의 그렇고 그런 관계(정황상 불륜인 듯)와 장해준과 송서래 사이의 관계에서 <화양연화>를 떠올렸고, 마지막 바닷가에서의 엔딩은 <박쥐>를 떠올리게 했다(다소 다른 점은, <박쥐>는 해뜰녘의 바닷가였고, 이 영화에선 해질녘의 바닷가였다).
4. "붕괴", "미결", "138", "마침내"
가장 중요한 텍스트적 상징들이다. '붕괴', '미결', '138', '마침내'. '품위'라는 단어도 추가할 수 있겠다. 형사로서의 직업 윤리를 중시하던 해준은 '138'이라는 숫자를 통해(재밌게도, 이 영화의 런닝타임 또한 138분이다.) 부산에서 수사하던 살인사건의 진범이 송서래라는 것을 밝혔지만, 이미 자살로 사건이 종결 처리되었다. 결과론적으로 해준은 사랑의 대상인 송서래를 위해 사건을 성급히 종결시키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해준은 서래에게 결정적인 증거인 핸드폰을 바다 깊숙이 던져 인멸하라고 말한다. 결국 이렇게 그가 그토록 중시하던 경찰로서의 '품위'를 잃었고, '붕괴'하고 말았다. 이 후, 1부 부산에서 2부 이포로 장소를 옮기고 난 다음에도 송서래는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이포로 보직을 옮기게 된 해준에게 다시 수사를 받는다. 이때 송서래는 형사인 장해준을 만나려면, 형사사건에 연루되어야만 만날 수 있다고 해준에게 말한다. 결국 송서래는 장해준을 사모했지만, 끝끝내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영원히 '미결'의 사랑으로 남아 헤어질 결심을 한다. 엔딩에서 헤어질 결심을 한 송서래는,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자신이 묻힐 구덩이를 파고 자살을 통해 스스로 바다 깊숙이 묻혀 '마침내' 해준에게 미결로 남는다. 그리고 관객은 '마침내' 이 우아하고 신비롭고 장엄한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5. "질곡동 사건"은 왜?
극 중 장해준이 3년 동안 조사해온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극 중에선 "질곡동 사건"으로 불리는데, 이 사건의 용의자는 홍산오(박정민 분)이다. 홍산오는 죽기보다 감옥 가기를 더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감옥에 있는 동안 다른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과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남자를 죽였고, 해준에 의해 체포되기 직전 감옥 대신 자살을 선택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홍산오의 자살과 해준의 대사이다. 홍산오의 자살과 엔딩에서 "헤어질 결심"을 한 채 자살을 택하는 여주인공 송서래의 모습이 오버랩되기에 일종의 복선이라고 해석된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러한 복선도 복선이지만 장해준의 대사였다. 대사를 문자 그대로 적을 수는 없지만(기억이 안 난다) 뉘앙스가, '홍산오 너가 쓰레기냐? 그저 한 사람을 엄청 사랑한 것 뿐이잖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사에서 장해준이 형사로서의 직업 의식을 끝끝내 지키지 못한 채 느끼는, 송서래와의 사랑을 자기합리화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뭐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 수는 있겠으나, 질곡동 사건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꽤 컸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 관객들은 결말에 대한 복선의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은 것 같다.)
6. 그 외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눈여겨볼 만한 요소들
- 시리, 아이폰, 위치추적 등 IT 기술을 활용한 장면들
-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아재개그 대사들
- '이포'의 안개와 노래 '안개'
→ 박찬욱 감독이 말하길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인 '안개'가 이 영화를 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7. 결론 및 소감
극 중에서 감정이란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 번진다는 대사가 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두고 한 대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여운을 주는 영화이다. '마침내' 엔딩에 도달한 후 여운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물 속에서 번지는 잉크처럼 오랫동안 관객의 마음 속에 머무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과 <박쥐>였는데,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박찬욱의 최고작 리스트에 이 영화 또한 무조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에 PTA의 <리코리쉬 피자>를 리뷰하면서, 아마도 이게 올해 나에게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했으나, 그 말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아직 7월이지만, 당당히 <헤어질 결심>이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박찬욱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다툴 걸작 중 하나. N회차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줄 평 - 거장 박찬욱의 우아하고 "품위"있는 걸작은 결코 "붕괴"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여운은 마치 파도처럼, 혹은 마치 물에 떨어뜨린 잉크방울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관객의 마음에 "마침내" 몰아닥칠 것이다.
별점 - ★★★★★ (5.0/5.0)
P.S. 덧붙여, 이러한 걸작이 아쉽게도 예상만큼 흥행이 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대인사에서 감독님이 굉장히 아쉬운 어투로 관람을 호소했다는 내용의 글도 보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영화가 흥행해야 거장들이 영화를 만들 때 투자자가 모일텐데. 아무래도 영화 티켓 값이 비싸져서겠지? 미래에 상영관에 걸리는 영화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그저 자극적이고 단순한 작품들뿐일까봐 몹시 두렵다. 매우 걱정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꼭 이 영화를 (웬만하면 음향이 좋은 영화관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릴 수 있다) 관람하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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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알럽에도 공유해보고 싶어서 올렸어요. 새벽에 검토도 안하고 바로 쓴 글이라 두서도 없고 비문도 많습니다만 너그러이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인사드립니다.
첫댓글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만 봐도 점점 사람들이 영화에서 메세지라던지 철학적 사유라던지 예술성이라던지 그런거에 거부감을 느끼는거 같아요.
예술하려고 하지마, 메세지따위 넣지마. 뭐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더라구요. 이른바 잘난체한다고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사실 영화만이 아니죠...모든 대중문화에서 곱씹으며 사유를 해야한다거나 그런것 보다는 빠르게 휘발되는걸 더 좋아하는거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추가로 요즘 어린친구들은 영화관람 자체를 싫어한다네요
넷플릭스도 1.2배속 1.5배속으로 본다고...
저도 30대초반입니다만 이해가안되네요 ㅋㅋ
굉장히 공감하는 댓글입니다.
쿨병걸린거죠
@3번만좋아해요 1.2배1.5배로 볼거면뭐하러보는지 출발비디오여행이나보지
잘 봤습니다
확실히 티켓값이 비싸지면서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에는 특별관까지 가면서 구매욕구를 드러내지만 집에서 봐도 되겠다거나 뭔가 어려울 거 같은 영화는 극장에서 보길 꺼리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캐스팅에 소위 티켓 파워 있는 배우인가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아가씨를 생각하면 더 그런 느낌입니다
그간 박찬욱감독 영화는 제게 꽤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극장에서 볼때 나름 큰 마음먹고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간 작품들이 다 좋은 평을 받았지만 '기괴'하게 느껴진 적도 많았구요. 이번 작품은 다르게 다가오네요. 저도 박찬욱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최고의 작품일것 같구요. 올려주신 비평도 잘 읽었습니다.
박해일 분. 솔직히 너무 샌님같은 이미지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팬됐습니다.
극장을 나와 돌이켜보니 굉장히 애절한 사랑(?불륜도 사랑이니까) 영화인데도 너무 건조하게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감상은 못하고 분석만 하게 됐달까요. ㅋ
절제가 가미된 천재의 영화는 감탄과 찬사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드보이에 비견할 만한, 박찬욱 감독 필모에서 두드러진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탕웨이죠. 근 10년 내로 이렇게 매력적이고 탐닉하고 싶은 여배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아찔합니다. 이미 2번 봤는데 한 번 더 볼 것 같네요.
너무 좋은 영화인데, 생각보다 주목을 못받는거 같아서 많이 아쉽네요. 특히 평론가들은 좋아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좋아하지 않는 지루한 그런 영화가 전혀 아닌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나올때 분위기 보니 그냥 재미가 없는게 큰거같습니다
@식물센터위디 그럴리가요ㅋ 개인적으로 재미없다는 이야기야 충분히 존중하지만, 헤어질 결심 정도면 일반인 평도 상당히 좋은 편이죠.
저는 기생충 만큼 대중성과 재미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정말 어렵지도 않고 그냥 재미있는 영화 자체로도 볼수 있다고 보는데 관객수가 낮다는게 정말 아쉽네요ㅠ
정말 평생 맘속 깊이 남을 엔딩 입니다 ㅠㅠ
보고왔는데 흠.. 그냥 그랬네요 연출과 미장센은 좋았는데 탕웨이는 이쁘지만 매혹적이지 못하고 박해일은 찌질하고 쓸대없이 헷갈리게 하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감정선을 방해해서 관람객들이 집중을 못하는거 같았습니다 정말 독특하고 좋은 스토리와 주제였는데 2%아쉬운거 같아요
19금이 아니길래 이젠 흥행에 신경 좀 쓰나?
이냥반도 이제 철들었나?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더 하고싶은대로 했구나...
대부분 평론가들이 아주아주 좋아할만한 영화를 만들었어.
해외판매를 제법 해서 국내 손익분기점이 100만정도라는데 고 언저리에서 막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박찬욱이라 그정도라도 흥행하는게 아닐까 생각드네요.
좋아하는 감독이라 제법 흥미롭게는 봤습니다.
영화팬들이라면 막 수다 떨고 싶어지는 영화죠. 최상급 영화 덕후가 영화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