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무비 시사로 화제작 월드워 Z를 관람하였습니다.
역시 시사회는 익스트림 무비.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에...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입니다.
원래 의도야 어찌되었건 결과물은 2억달라짜리 괴물이죠.
덩치가 커지면 당연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그건 생존의 문제니까 뭐라 할 수 없지요.
우린 좀비라는 호러의 서브장르에서 살점이 뜯어지고 사람들과 머리가 날아가는 좀비들을
꿈 꾸고 있습니다만 그런 영화로 2억달라짜리 덩치를 감당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 안 할 겁니다.
애초에 태생적 한계가 있는거죠.
정말 간만의 일로 제가 원작을 읽은 블록버스터입니다.
돌려 말하면 그 만큼 유명한 원작이기도 하죠.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는 (이 좋은 제목을..참나)
이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겠습니다만 좀비문학의 수작입니다.
문제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영화화하기에 버거운 텍스트라는 것인데
브래드 피트는 방법적으로 거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버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선택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유능하지만 은퇴한 유엔조사관이 있어요. 가족들과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데
러시아워 와중에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사건이 터집니다. 그리고 몰려드는 좀비들의 습격.
난데없이 도망자가 된 가족들은 아버지의 빽으로 안전지대로 대피하지만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서 아버지는 좀비소굴로 떠나야만 합니다.
과연 그는 가족들과 인류 전체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말해 뭐합니까. 당연히 예스지.
영화는 기이할 정도로 토막나 있는 영화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어드벤쳐 게임 같은 구성인데
이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산발적인 이야기들을 한 사람의 시점으로 정리하다보니 생긴
어색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걸 최대한 말이 되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영화에선 주인공의 신분을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전세계를 돌아다닐 이유가 있는 유엔 조사원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양반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원작이 뿌려놓은 소스와
영화가 삽입한 액션들을 몽땅 경험하게 되는거죠.
덕분에 토막나 있는 시퀸스들을 따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초반에 집중된 도로시퀸스, 아파트 시퀸스 는 굳
평창 시퀸스, 이스라엘 시퀸스는 평타,
웨일즈 시퀸스, 엔딩은 뭐여 밑장빼기냐?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이렇게 된 데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형편없었던 원래 편집본과
그걸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아예 다시 찍은 후반부가 아무래도 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디부터 잘 못 된 것인가..를 본다면 저는 서슴치 않고 원래 비행기를 놓치고
여객선을 타는 순간부터라고 할텐데, 그 이후부터는 좀비들이 약간 성격도 달라지고
공격성도 떨어집니다. 좀 웃기기도 하구요. 특히 웨일즈 시퀸스는 아파트 시퀸스와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영화일지 의문이 들 지경의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진 부분이 되어버렸어요.
브래트 피트 닮은 배우가 출연한 월드워 Z 패러디 영화라고 해도 믿을 겁니다.
휙휙 돌아서는 마네킨 좀비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이나 펩~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좀만 변형하면 코미디 장르가 될 수 있잖아요. 이게 옥상 난간에서 카운팅을 하던
그 영리한 연출과 이야기의 영화 끝자락이 맞냐는 거죠.
아쉬운 후반부가 잊혀지질 않지만 분명 앞부분은 좀비 장르가 줄 수 있는 쾌락을
극단으로 끌고간 대중영화입니다. (게이 포르노..?)
영화는 이러한 속도감과 쫒김의 쾌락을 더 증폭시키기 위해 12초 룰이라는 새로운 영화적 설정을
설치해 놨는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특징 자체를 변형시켜서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을 뿐 더러, 좀비의 개체수 증가와 그로 인한 파급효과 등등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끼쳐
영화가 전체적으로 속도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기존의 일단 사망 후 한동안 잠복기를
거쳐 좀비화 되는 녀석들이라면 이 영화가 가지는 폭풍같은 재앙상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설정으로 녀석들은 훨씬 위험한 존재들이 되었죠.
이러한 영리한 영화적 변용과 속도감과 갑작스러움을 잘 섞어 만든 앞의 두 액션 시퀸스는
그야말로 보는 이들의 숨통을 꽉 조여주는 잘 만든 좀비 시퀸스입니다.
이 두 장면들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1. 보여지는 좀비들이 정말 무섭고 (헬기에 매달리던 얼굴 기억하세요? 저도 모르게 비명 질렀어요)
2. 그걸 겪고 있는 캐릭터들이 정말 무기력하기 때문입니다.
사방에서 뻗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이 주는 그 압박감,
그리고 어두운 통로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지 모르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존재감. 을 잘 이용한
아파트 탈출 시퀸스는 그 하나로 훌륭한 단편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영화의 세일링 포인트는 이스라엘 시퀸스와 여객기 시퀸스가 주는 블록버스터적인
시각적 쾌감인데, 원래 영화가 가지고 있던 이야기의 구조대로 더 큰 클라이막스로 갈아타기 위한
느슨한 쾌락적 허리 역할로 이 장면들은 유의미합니다. 문제는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거의 소품
수준으로 대체 되었다는 것이죠. 이스라엘과 여객기 안에서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로서의 존재감보다는
그냥 뭉툭하고 무거운 위협적 존재 정도로 인식이 됩니다. 장벽을 넘는 시체들은 더욱 그러하죠.
여기서의 좀비들은 그야말로 시각적 장관을 위해 희생되는데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가집니다. 2억달라짜리 좀비물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각적 스펙타클이죠.
단순히 영화 안의 생리구조 안에서 이 스펙타클들이 또렷하게 작용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하시는 분들께는 단점이 전혀 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영화의 1/3은 정말 좋았고 1/3은 뭐 나쁘지 않았던 셈이니
이 영화는 평범한 수준에서 좀 더 위쪽에 있는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혹평의 줄타기를 할 것이 좀 뻔하긴 한데
저 쾌감의 순서가 강-중-약 이기 때문이죠.
편집의 신이 와도 저 순서를 약-중-강으로 바꿀 순 없었을 겁니다.
혹시 만약에 영화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나마 대중적 호평이 훨씬 짙었으리라 믿어요.
하지만 정말 아쉬운 건 강-중-강을 꿈꿨을 영화가 왜 이렇게 추락해 버렸냐는 거에요.
나레이션이 지나가는 길의 풍경 정도로 소모된 러시아의 전투들.
제대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얼마나 멋진 좀비영화가 되었을까요?
그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그려.

첫댓글 잔인한 장면이 많은 편인가요? 그걸 알고 싶네요.
전~~~~~~혀 안 나옵니다. 화면 밖 처리와 소리 처리 등으로 묘사 되거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게... 영화에선 뭐 딱 찝어 어디다! 라고 말하진 않습니다. 그냥 처음 좀비라는 단어가 평창에서 사용됐다. 라고 나오죠. 아시아로 퉁 치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굳이 평창으로 간 까닭은 북한의 묘사를 넣기 위해서입니다. 책에도, 영화에서도 각기 다른 방법이지만 좀비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내세우는 국가로 나오거든요. :-)
북한이나 평창의 구체적 모습이 나오나요?나온다면 어떤 식인가요?
전~~~~~~혀 안 나옵니다 ㅎㅎㅎㅎ 로케 비용을 아낀건지 세트 촬영인데다가 야밤이에요. 심지어 한국인도 거의... 그냥 스쳐가는 곳이에요. 미군기지가 하필 평창으로 나오는 걸 보고 '허... 이것이 스포츠의 힘인가?' 했었네요. 제주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북한 얘기하기 좀 어렵겠지만)
미군기지는 평택이었는데요?ㄷㄷ
서울바보라 지명을 헷갈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