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환원할까 걱정
뚝심은, 그래도 평가할 만하다.
조약돌(회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당초의 공약처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삼각지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음을 밝혔다.
국민 여론은, '대통령집무실 위치에 따라서 국정을 더 잘 운영하게 되나?' 환영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 같고, '집무실 이전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급선무인가?' 하고 냉담한 반응이 중론인 것 같다.
기왕 결심하신 바를 흔들리지 않고 밀고나가는 뚝심은, 그래도 평가할 만하다. 최선책은, 청와대 집무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기왕 옮길 바에는 광화문보다는 국방부 청사가 위치상으로는 좀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오게 됨에 따라 국방부는 2012년도에 신축된 합동참모본부 신청사로 옮기고, 합참은 신청사로 옮긴 지 10년 만에 다시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긴다고 한다. 그럼 수방사는?
우리 국군의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합동참모본부는 국군의 중추신경이고 북한의 공격시에 청와대보다도 먼저 첫번째 공격 목표다. 따라서 합동참모본부 건물은 현 위치처럼 평지가 아니라,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고 장사정포의 사정권도 벗어난, 삼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인근에 계룡산을 뚫어 엄폐화된 동굴에 한·미연합사의 전쟁 지휘소인 탱고 벙커처럼 요새화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국군 통수권자의 집무실 이전을 바라보는 군인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일로 군심(軍心)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첫 출발이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오면, 대통령의 움직일 때마다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한·미 연합사 근무 1만 명에 근접하는 군인들의 행동에도 제약이 따르고 삼각지 일대의 주민들이나 입주 상인, 이동 인구들에게도 불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12·12 사태 당시 전두환 반란군이 국방부와 육군본부 장악 과정에서 국방부 청사로 난입할 때 청사 옥상에 주둔하던 경비병들의 발포에서 비롯된 교전의 순간이 얼핏 스쳐간다. 이 시간에도 국방부 청사 그 건물의 옥상에는 지금도 경계병들이 발칸포에 앉아서 북녁 하늘을 주시할 것이다.
삼각지 로터리 맞은편에 국방부 청사에 방패막이 될 국제빌딩과 같은 대형 빌딩들이나마 숲을 이뤄서 국방부가 천혜의 요새라도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은 있다.
그런데 필자의 예감은, 차기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집무실을 환원함으로써 윤 대통령의 고심찬 대통령부 이전에 재를 뿌리고 욕되게 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 된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비가 내리기보다는, 새로운 터전에 자리잡은 대통령부(府)가 국운 상승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