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봉암 갯벌로
엊그제 제주와 호남은 폭설을 동반해 닥쳐온 한파가 성탄절까지 이어질 듯하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토요일은 대학 동기 자제 결혼식 하객 걸음이 예정되었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 경조사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예식장이나 빈소를 직접 찾아 뵙는 축하와 조문보다 비대면으로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번 경우는 혼주의 손을 잡아 축하하고 친구들과 안부도 나눌 셈이다.
점심나절이 가까워져 예식장인 창원 세코 곁 호텔로 향했다. 날씨가 추웠지만 집에서부터 반송시장을 지나 원이대로의 보도를 따라 걸었다. 예식장 입구에서 혼주를 비롯해 하객으로 온 몇몇 친구를 만났다. 아직 현직이 더러 있었고 나처럼 퇴직한 이도 보였다. 새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가 식장으로 들어와 예식이 진행되는 도중 자리를 같이 한 친구와 뷔페로 가서 점심을 들었다.
하객으로 왔던 사람들에 섞여 친구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집어 온 생선회로 맑은 술을 몇 잔 비웠다. 친구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기에 낮이라도 서로는 가볍게 잔을 채워 비울 수가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면 추위가 기승을 부릴 텐데 실내에서 맑은 술로 자연스레 체온을 덥혀준 셈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폐백을 받고 온 혼주 내외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호텔을 나섰다.
예식이 열린 호텔은 명곡교차로가 가까운 곳이었다. 친구는 누비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창원천 천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아침나절은 영하권이라도 한낮이 되자 영상으로 오르고 바람은 불지 않아 추운 줄 모를 정도였다. 집을 나설 때 모직 헌팅캡을 쓰고 목도리와 장갑을 껴 추위에 대비했다. 신발은 구두라도 가죽이 부드러운 캐주얼이라 산책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창원천으로 나가니 주말 오후를 맞아 산책을 나선 이들이 더러 보였다. 집을 나서 예식장을 찾았을 때 추운 날씨를 감안해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잠바를 입었었기에 점심 식후 산책을 곧장 나서도 어색하지 않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냇물이 흐르는 가장자리의 갈대와 물억새는 야위어 겨울의 서정을 드러냈다. 창원천 건너편은 차도와 나란한 파티마병원과 홈플러스 매장이 보였다.
대원교를 지난 냇물에는 겨울을 나는 중대백로와 왜가리 두 마리가 목을 웅크려 사색에 잠겨 있었다. 녀석들은 여름 철새로 남녘으로 내려가는 먼 비행으로 소진될 체력 소모 대신 겨울을 넘기는 추위는 감내해야 할 듯했다. 창원대로와 나란한 용원 지하차도에 이르자 앞뒤에 흩어져 걷던 산책객들은 모두 되돌아가고 나는 현대 로템 공장을 지나 갯벌이 드러나는 하류로 내려갔다.
주말이라 가동을 멈춘 현대 로템 공장 담 너머는 외국으로 수출될 여객 객차 차량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덕정교를 지나니 창원천 하류는 바닥을 드러내 있었다. 어제가 음력 섣달 초하루여서 사리 물때 썰물로 갯벌은 바닥까지 완전히 드러났다. 남천과 창원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갯벌이 드러난 봉암다리를 바라봤다. 색이 바래진 갈대숲과 물억새 군락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봉암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기수역이라. 그곳에만 서식하는 기수갈고둥은 환경부에서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하는 어패류다. 모래가 드러난 갯벌에는 갈고둥이 자라지 싶을 듯했다. 군데군데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가마우지는 보이질 않고 종이 다른 오리들이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쇠오리, 청둥오리, 흰죽지오리, 원앙 등이 갈매기 떼와 섞여 뒤뚱거리며 부리를 밀고 다녔다.
남천과 창원천이 합류하는 봉암 갯벌은 석양의 놀이 아름다운 곳이다. 양곡 등구산 위로 겨울 해는 몇 뼘 남아 있어 놀이 물들기는 시각이 일렀다. 날이 저물면 기온이 쌀쌀해질 듯해 저녁놀까지 바라볼 여건이 못 되었다. 남천의 공단 이면도로 산책로를 따라 걸어 삼동교에 이르러 집 근처로 가는 216번 시내버스를 탔다. 반송시장 근처에서 내려 어둠이 깔리기 전 시장 골목을 지났다. 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