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도 봄나들이
이 황 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소식도 때가 되니 저절로 오나보다.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 소담스레 핀 목련꽃, 길가 언덕을 놓랗게 물들인 개나리꽃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지러워도 자연의 섭리는 한결같다. 지난달 말 고교동창 테니스모임 친구들과 인천 용유도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40여년 넘게 이어져온 모임이다. 매월 만나는 식당을 벗어나 모처럼 야외로 모임 장소를 바꾼 것이다. 온화하고 쾌청해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8명의 친구들이 인천가는 공항열차를 탔다. 모두가 주름진 얼굴에 백발이 성성하지만 건강한 친구들이다. 희수(喜受)를 지나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노인들이 아닌가. 서울역에서 인천 공항까지는 한 시간 반 거리다. 공덕역에 집결하여 지하철을 탔다.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지가 내년이면 60년이다.
차 안에서도 고교학생 시절처럼 스스럼없이 떠들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해외 나들이 때나 들리는 인천 국제공항은 국내 여행객들 에게도 또 하나의 구경거리다. 탑승장으로 연결된 에스커레이터를 타고 3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활주로는 계속 이륙하고, 착륙하는 비행기들 은빛 날개가 봄 햇살에 반짝인다. 이륙을 기다리는 수 많은 국제선 여객기들이 가물가물 멀리까지 바라 보인다. 전망대를 되돌아 용유도 가는 열차를 타러갔다. 열차표 출찰 기계는 설치되어 있지만 자유 통행이다. 열차 시험운행 기간이라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2량의 자기부상 (磁氣浮上)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 기술진에 의해 개발 되었다는 자기부상 열차다. 차체가 레일 위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자력(磁力)에 의해 땅 위에서 0.8mm를 떠서 간다는 것이다.
철로 위를 달리지 않고 차가 떠서(浮上) 가니 승차감이 아주 좋았다. 두 량의 열차에는 승무원이 한 명도 없는 완전 자동열차다. 실용화 단계까지 시험 운행을 하는 중이라 승객들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용유도 종점 까지 5개역을 십 여분만에 달린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경제발전에 긍지(矜持)를 가지고 살아왔다. 경제성장과 기술의 발전에 또 한번 자부심을 갖게되어 유쾌한 기분이다.
용유도 역사를 나서니 해물 칼국수를 비롯한 많은 식당들이 눈에 뜨인다. 가까운 식당에 들려 막걸리를 곁드려 영양굴밥으로 점심식사를 하니 힘이 솟는 기분이다. 식당을 나와 무의도 입구로 걷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길게 펼쳐저 있다. 푸른 물결 이는 바다가 않보여 아쉬웠지만, 저 만큼 앞에 있는 실미도를 바라보며 해안길을 걷는다. 어느 철학자는 이야기 했다. 사람이 걷는다는 것은 다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것 이라고... 천천히 걸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본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서로를 마주 보며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무의도에서 다시 용유도 포구로 가는 해변 길을 걸으며 며칠 전 미국 친구가 보내온 글이 생각 났다. 영국의 한 신문사가 현상공모를 했다.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 을 물었다는 것이다. 독자들로부터 많은 응모가 있었다. 비행기, 기차, 자가용, 보도 ... 등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이 나왔다. 그러나 1등으로 당선된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답은 바로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 이었다고 한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재미있고 즐겁게 갈 수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1등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도 ‘좋은 친구와 함께’ 라서 40년 넘게 변함없는 우정이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여행길도 더욱 재미있고 즐거운가보다.
얼굴을 스치는 해풍이 한결 시원하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다시 용유도 역으로 왔다. 우리를 태운 자기부상 열차는 공항역에 도착을 한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여행객들로 공항 대합실은 붐비고 있었다. 전동차에 올라 좌석에 앉으니 피로감이 나른하게 몰려온다. 다섯시간 남짓 걸린 여행길을 회상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먼저 차를 내리는 친구들 목소리에 잠이 깨었다. 중간 중간 한 두사람씩 차에서 내려간다. 아침에 함께 모여 출발한 여행길 이었는데 헤어지는 길은 서로가 달랐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련만 이별은 늘 서운하고 아쉽다.
인생길도 그런 것 아닐까. 누구나 그러하듯 세월이 갈 수록 곁에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고, 남은 사람들 마저 세상과 점점 격리되어 외로워진다. 이별이 점점 많아져가는 고적한 인생길에 우리 친구들도 서로서로 안부라도 전하며, 마음을 함께 하는 동행자로 쓸쓸하지 않은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도 활력이 넘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돈으로 병원과 의사를 살 수는 있어도 건강을 살 수는 없다고 했다. 건강은 노년에 필수적 이다. 경노우대를 받는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건강한 노인들 에게는 커다란 혜택이다. 서울서 인천을 돈 한 푼 않드리고 다녀왔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국가가 고맙고 노인들은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올 봄 용유도 봄나드리는 보람찬 여행 이었다.
첫댓글 부러움 반, 행복한 맘으로 미소를 담뿍 담고 읽었습니다.
여행담이지만 섬이며 부상열차 등은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보도 되네요.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 이란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길을 모르는데 어쩌면 좋다요?
감사합니다
서울역에서 인천가는 공항열차타고 종점에내리면 3층에 용유도행 자기부상열차 승차장이 나옵니다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친구가 생기면 필히 다녀오겠습니다.
좋은 곳을 혼자 보면 쓸쓸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친구'를 찾습니다.
가실분 손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