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정치와 민심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분야다.
막 취임하던 5월에는 50%대였던 윤석열의 지지율이 불과 3달 만에 거의 절반 가까이인 28% 수준으로 추락했다.
바위처럼 굳건해 보이던 윤석열의 지지율이 이렇게 빨리 추락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윤석열은 지금 이렇게 휘청이고 있는가?
대략 그 이유를 대자면 이렇다.
우선 윤석열을 지지한 보수 유권자들의 심리부터 알아야 한다.
흔한 통설처럼 그들은 윤석열한테 속은 것이 결코 아니다.
아니, 애초에 윤석열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미리 다 예고하고 다녔다.
그러니 윤석열이 유권자를 속였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보수 유권자들은 윤석열을 왜 지지했던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윤석열이라는 개인 그 자체가 좋아서 투표한 것이 아니다.
단지 윤석열이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그래서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빼앗기 위해서 윤석열을 지지했던 것 뿐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윤석열을 이용해서 정권 탈환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의 그 목표를 달성한 이상, 보수 유권자들이 윤석열을 계속 지지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까 윤석열의 지지도가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더 이상 그를 지지할 필요가 없으니까.
두 번째로는 윤석열의 출신 배경이다.
한국 보수들은 아직까지 박정희를 절대적인 존재, 즉 신으로 섬긴다.
그런데 윤석열은 박정희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없다.
이건 그의 이력에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윤석열의 전임자인 이명박과 박근혜는 모두 박정희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출신인데, 하필 윤석열은 그런 연결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은 한국의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박정희의 후계자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박정희와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을 한국 보수의 지도자로 인정하기가 한국 보수 유권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세 번째로는 윤석열한테는 노무현이나 박근혜처럼 강성 팬덤이 없다.
팬덤을 둔 정치인을 가리켜 정치를 망친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뭘 모른다.
아무리 정치인이 정치를 잘 해도 모든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고, 불만을 품은 사람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강성 지지층인 팬덤이 있어야 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반대 세력들의 불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헌데 윤석열은 팬덤이 없다.
하기야 그의 이력을 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노무현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을 겪으며 죽음을 맞이한 적도 없고, 박근혜처럼 부모가 모두 총탄에 맞아 죽은 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적도 없다.
애초에 금수저 출신으로 태어나서 한 평생을 편하게 권력의 양지만을 쫓으며 살았던 몸인데, 그런 사람한테 팬덤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네 번째로 윤석열의 편협한 정치적 배경을 들 수 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검찰 권력은 애초에 국가를 통치해 본 경험이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거의 80년 동안을 정치 권력의 하수인으로 살았던 경험만 있을 뿐, 그들 스스로가 최고 권력자가 되어 나라를 다스려 본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과 그의 배경인 검찰 권력의 역량은 박정희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정치 군인들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게다가 윤석열은 한국의 정통 보수 세력인 국힘당 출신도 아니고, 외부에서 국힘당으로 들어간 몸이기 때문에 국힘당 의원들로부터도 결국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국힘당 의원들이 하나둘씩 윤석열을 비판하면서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을 옹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중동 같은 대형 언론사도 윤석열과 점점 사이가 나빠지고 있다.
윤석열이 중요 보직들을 자신의 하수인인 검찰 출신들로만 채우고 있기 때문에, 대형 언론사들이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이는 과거 조선일보가 박근혜와 청와대 주요 보직을 두고 심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터뜨려서 박근헤의 등에 칼을 꽂은 일을 떠올리게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윤석열은 갈수록 고립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