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게 힘! 원목마루의 구조
원목마루에 대한 바른 이해로 우리집 인테리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마루의 역사
이사 가면 다시는 원목마루를 깔지 않겠노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날 긁히고 찍히고 상처 투성이인 원목마루가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넌덜머리가 나는 그 마루가 실은 진짜 원목마루가 아닐 수도 있다. 아직 왜냐고 묻지는 말아 달라. 그전에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먼저 마루의 역사를 잠깐만 훑어보자. 버라이어티쇼처럼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알아서 해 될 건 없는 얘기다.
다이켄 마루
우리나라에 수입 마루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대략 80년대 초반으로, 일본 기업인 다이켄이 국내에 마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마루는 지금과 같은 모노형 스트립(strip)이 아니라 4장이 계단 모양으로 나란히 붙은 ‘4매 계단형’ 마루였다. 사실 다이켄 마루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첫 경험’은 아니었다. 다이켄 마루가 들어오기 전 유럽에서 수입된 원목마루가 있긴 했지만, 그 마루는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는 유럽식 난방 시스템에 맞게 개발된 것이어서 국내 환경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들어온 것이 바로 다이켄 마루였다.
7.5mm 두께의 비밀
그런데 4매 계단식 마루는 시공 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생각보다 효용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2매짜리 마루가 만들어져 보급되다가 이 역시 문제가 있어 지금과 같은 1매짜리 모노형 마루가 나오게 됐다. 처음 출시된 모노형 마루는 가로 75㎜, 세로 900㎜였으며 두께는 대략 7.5㎜ 정도였다. 혹시 마루 두께가 왜 7.5㎜였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그 이유는,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 온돌 난방 시 열이 가장 빨리 전도되는 두께가 7.5㎜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열전도율에 문제가 없는 다양한 두께의 마루가 나오고 있다.
이후로 우리나라의 마루 시장은 점점 커져갔다. 목재 가공기술이 발달한 유럽으로부터 다양한 마루를 수입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마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합판마루, 강화마루, 강마루 같은 마루 유형이 만들어지면서 마루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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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원목마루는...
마루!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게 그것처럼 보이겠지만, 마루에도 엄연히 ‘장르’가 있다. 마루는 원목마루, 합판마루, 강화마루, 강마루 4가지로 나뉜다. 마루를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첫 번째는 마루에 사용된 소재이고, 두 번째는 마루를 이루는 구조이다. 여기서 잠깐 간단한 퀴즈를 내보겠다. 강화마루와 강마루에는 있는데 원목마루와 합판마루에는 없는 것은 뭘까? 원목마루와 합판마루와 강마루에는 있는데 강화마루에는 없는 건 뭘까? 첫 번째 답은 ‘종이’이고, 두 번째 답은 ‘합판’이다.
사람들이 '나무 마루'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강화마루와 강마루는 사실 나무 무늬를 찍어낸 시트지를 표면에 붙인 마루일 뿐이다. 그야말로 ‘무늬만 나무’인 마루인 것이다. 이 시트지를 어디에 붙였는가에 따라 강화마루와 강마루가 구분된다. 강화마루는 MDF(medium density fiberboard, 중질 섬유판)나 HDF(high density fiberboard, 고밀도 섬유판) 위에 시트지를 붙인 마루고, 강마루는 합판 위에 시트지를 붙인 마루다.
자, 그럼 두 번째 문제로 다시 가보자. 정답이 합판이니 원목마루와 합판마루, 강마루에는 합판이 이용된다는 얘기인데, 다른 마루는 그렇다 치고 왜 원목마루에 합판이 이용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엄밀하게 따지면, 원목마루는 순수한 원목 그 자체로만 만들어진 마루여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두꺼운 원목을 따끈따끈한 온돌방에 깔아둔다면 그 원목이 어떻게 되겠는가. 물에 데친 오징어처럼 삽시간에 돌돌 말리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서서히 변형이 일어날 것이다. 방바닥의 열이 전달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통원목은 우리나라 같은 온돌식 난방 시스템과 기후환경에서는 마루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원목 공급에도 한계가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리하여 원목마루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원목을 2~3㎜ 정도 얇게 켜서 합판 위에 붙여 마루를 만들었으니 이게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원목마루’다.
이 원목마루와 구별하기 위해 통원목으로 된 마루에는 ‘솔리드(solid)’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합판마루도 원목마루처럼 천연 목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종잇장처럼 아주 얇게 켜서 합판에 붙이는 게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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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 진화하다, 마루의 변증법
1.합판마루
마루의 발전사를 보면 세상에 완벽한 게 없다는 말이 정말로 실감난다. 원목마루는 발에 닿는 촉감이 그만이긴 하지만 비싼 데다가 두껍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낮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 만들어낸 것이 합판마루다. 우리나라의 바닥 난방 시스템에 최적화된 마루가 합판마루인 셈인데, 그러한 이유로 합판마루를 ‘온돌마루’라고도 부른다(온돌 위에 깔 수 있는 마루는 다 온돌마루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합판마루는 얇은 무늬목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원목마루에 비해 수분이나 열에 의한 변형이 적고, 열전도율도 높다.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합판마루는 잘 긁히고 잘 찍힌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원목마루는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길 경우 샌딩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합판마루는 얇아서(두께 0.6~1mm)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강화마루다.
2.강화마루
강화마루는 그 이름만 들으면 ‘원목마루를 더 강하게 만든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원목마루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강화마루는 유지관리가 편하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고강도 코팅이 된 시트지를 붙였기 때문에 스크래치나 충격에 의해 쉽게 긁히거나 찍히지 않는다. 낙서나 오염물질도 쉽게 제거된다. 이는 강화마루가 애당초 카페나 매장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마루로 개발됐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담 없이 막 쓸 수 있기 때문에 강화마루가 마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나 된다.
3.강마루
하지만 이렇게 막강하기만 할 것 같은 강화마루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습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모든 마루 종류에서 수축 팽창이 가장 심한 게 강화마루다. 그래서 강화마루의 고강도 시트지가 HDF를 버리고 HPM(오버레입+데코페이퍼+크라프트지) 방식으로 합판과 다시 ‘재회’한 게 바로 강마루다. 강마루는 외국에는 없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마루 유형이다. 강마루의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바닥면 전체에 본드를 칠하고 붙여야하는 비환경적 요소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육상수 칼럼니스트
출처 우드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