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진작가 조세현의 독자 만남 행사가 있었다.
동영상 촬영 세팅 차 여섯 시를 조금 넘겨 회사를 나섰다.
회사가 있는 여의도에서 홍대 상상마당까지는 십여 분 정도.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하다가 일단 올라갔더니
동기 녀석은 이미 박 대리님과 저녁을 먹으러 간 참.
행사장을 둘러보다가 길 건너 조폭떡볶이에 가서 떡볶이 한 접시.
조폭떡볶이는 포장마차에서 아늑한 가게로 바뀌었다.
입구 조리대에서 주문하고 계산하고 음식을 받아 홀로 들어가는 구조.
잘 모르고 그냥 들어가려는 손님에게는
직원이 우악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저 좀 보고 들어가요."
조리대 뒤쪽 벽에는 '이제 손 씻었습니다'라고 쓰인
직원들의 단체사진이 있는데, 다 거짓말인가 보다.
*
최 피디님을 위해서 샌드위치를 사갈까 생각했는데
행사 시작 이십 분 전인데도 아직 전화도 없으신 걸 보니 좀 늦는 것 같아 그냥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통화하니 이미 6층에 도착하셨다고.
고정 카메라를 객석 중간쯤에 설치하고
들고 다닐 카메라를 점검한 후에 조세현 작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조세현 작가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고는 유명 연예인 사진만 찍는 사진작가라는 것.
하지만 조금은 빠르고 서툰 듯한 말투의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런 편견은 금세 사라졌다.
장애아를 위한 사진을 몇 년째 찍고 있으며, 사진에 대한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을 지닌 그.
특히, 사진기, 사진가를 바라보지 않는 사진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찍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진에 취미를 붙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오랜만에 살짝.
하지만 한번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해서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을 잘 알기에
애초부터 꿈도 안 꾸는 게 좋다.
돈 모아서 차 사야지.
추운 겨울에 데이트하려면 차가 필요해.
그토록 따기 싫던 운전면허도 이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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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화점에 갔다.
뭘 사러 간 건 아니고 지지난 토요일에 샀던 옷 중에 다시 보니 마음에 들지 않고,
특히 여자친구에게 '너무 청교도적이다' '너무 어리게 보인다'는 평을 들은 옷을 바꾸러 간 것.
사은행사 때문에 구매금액에 따라 받은 상품권을 우선 돌려주려고
본관 4층, 10층에 들렀는데 사은품 데스크가 없어져서 다시 신관 11층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도 이미 마감했고 상품권 반납은 매장에 가서 하라는 이야기.
백화점 영업이 끝나는 여덟 시를 넘길까봐 저녁도 안 먹고 갔더니.
또 생각해 보니 본관 지하 2층과 신관은 오후 10시까지 영업하잖아. 이런.
버커루 매장에 가서 후드티셔츠를 돌려주고 대신 가벼운 머플러를 골랐다.
나머지 옷 네 벌도 각 매장에 가서 환불.
막상 비싸고 마음에 드는 옷은 안 바꿨으니 지출은 얼마 줄지 않았다.
*
돌아오는 길에 롯데리아에 들러
아보카도통새우버거와 그릴치킨버거 단품 하나씩 포장.
지난 일요일에 시켜 먹은 피자에 딸려온 콜라 1.25리터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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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옷과 가방을 정리하고 햄버거를 먹고
어제 널어두었던 속옷과 양말을 개켜 서랍에 넣고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며칠 전, 원어데이에 오랜만에 들렀다가
대원의 만화책을 싸게 파는 걸 보고 산
『요츠바랑』 여덟 권과 『멋지다 마사루 오나전판』 다섯 권을 택배상자에서 꺼내 정리했다.
『멋지다 마사루』는 보고 여자친구에게 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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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년 반 정도 케이스위스의 가죽 크로스백만 매고 다녔다.
이제는 좀 직장인답게 하고 다녀야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빈폴 가방을 들고 다니기로 했다.
안경 케이스, 티슈, 물티슈, 지갑, 카드지갑, 명함지갑, 핸드크림, 페이스젤, 기름종이, 손거울에
수첩과 책 한 권을 넣어도 넉넉한 게 여유가 느껴져서 좋다.
어깨에 거는 것보다 손으로 들고 다니는 브리프케이스 타입이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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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꿈에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았다.
주말에 만나면 좀 따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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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후배가 생일선물로 준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 앨범을 듣고 있다.
부클릿의 가사를 읽어보면 분명히 신나는 내용은 아닌데, 왠지 듣고 있으면 좀 신난다.
아마 '청양고추 너마저'였으면 이 정도로 신나진 않았을 거야.
덤
스치며 보았던 리바이스 매장의 회색 코트가 눈에 어른거린다.
덤덤
안쪽 왼편 주머니에는 티슈, 물티슈.
오른쪽 주머니에는 손거울과 기름종이, 핸드크림과 페이스젤.
가운데에는 안경 케이스와 책, 수첩.
바깥쪽 주머니에는 넣고 빼기 편하게 카드지갑, 명합지갑, 지갑.
첫댓글 엄청 추웠던 내 작업실 겸 숙소가 홍대 앞에 있었을 때 가끔 조폭떡볶이(그땐 포차)에 갔지. 어느날 밤늦게 출출해져서 갔는데, 12시가 넘었는데도 술 먹고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야. 다들 떨면서(오늘같이 추운 날) 떡볶이며 오뎅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주인한테 술 취한 목소리로 그러는거야. "아저씨들 진짜 조폭이에요?" 일순간 포차에는 정적이... 옆에는 순대 썰던 칼이 번들 거리고 있었지. 이제는 아예 가게를 차렸구만.
여전히 나는 뭉툭한 쌀 떡볶이보다 길쭉한 밀가루 떡볶이가 더 좋아.
ㅎㅎ 가방에 차곡차곡 예쁘게 물건을 정리하는 오빠를 보고 반성중...가방안에 안경집과 책과 필통과 다이어리와 커피빈에서 한뭉텅이 들고 온 휴지와 집 열쇠가 온통 뒹굴러다닌다는. 히윳.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가방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 이것 하나만 지키면 돼.
밖에 나갔다오면 손발을 꼭 씻을것;; 이것만 지키면 안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