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진보누리의 어떤 분이 올린 딴지일보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인터뷰 내용을 보아하니, '설'이란 자는 학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박사과정인데 세포생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것 같다. '설'은 인터뷰 내내 자신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전문가인양 행세하고 있는데, 난 처음부터 참 어이가 없었다. 왜냐면 생포생리학은 배아줄기 연구를 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세포생리학 중에서도 유사한 분야로서 'gene cloning'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이것은 특정 유전자를 대량 복제하는 기술로서 배아줄기 연구와는 무관하다. gene 클로닝이란, 가령 인슐린의 gene을 대장균에 넣어 사람의 인슐린을 대량으로 합성하는 식의 연구다. 본인 스스로 인터뷰 도중 "대장균"을 주로 다룬다고 고백한 걸 봐서는,, 기껏 gene 클로닝을 연구하는 수준인데, 지 주제에 뭘 안다고 황우석은 과학의 기초가 없다느니 줄기세포가 뭔지도 모른다느니 떠들어 댈 위치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설'이란 자의 소위 なわばり 根性이 주제파악도 못할 정도로 추하게 변형된 것인지, 아니면 무지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배아줄기세포가 한국에 처음 소개됐을 때 농대에서 시작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사람 가지고는 못하기 때문에 수의대나 축산과가 이런 일에 원래 전공이었다. 그리고 의대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수의산과학 전공의 황우석은 원래 수정란 분할 복제의 대가였다. 영롱이 복제로 유명하기 전에는 이런 수정란 분할 복제에 의한 우량 가축의 대량 생산으로 축산업 쪽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롱이와 스너피의 진위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과연 '설'의 주장대로 황우석이 동물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핵치환 시켜서 다시 인공 수정시키는 과정에서는 베테랑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대장균을 배양하는 '설'이란 자보다는 황우석이 스템 셀에 대해 훨씬 in detail 하게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가 이론적이기 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기초이론이 아주 중요한 분야도 아니다.
'설'의 띨띨함은 현미경 운운하는 데서 그대로 들어난다. 칼 자이스 사의 셀 옵저버가 어꾸저 저쩌구... 분명히 말해 스템 셀 연구에는 셀 옵저버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그냥 칼 자이스의 phase contrast 현미경이나 올림푸스의 confocal 현미경 정도면 충분하다. '설'이 한다는 그 잘난 대장균 배양에는 셀 옵저버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스템 셀 연구에 필수적인 기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근데 '설'은 이게 황우석이 기초가 부족하다는 증거란다.. 어이 없어서,, 과연 누가 기초가 부족한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pubmed가 어쩌구 저쩌구.. 난 사실 non-MD 연구자도 pubmed(일명 medline)을 애용한다는 걸 '설'의 인터뷰를 보고 처음 알았다. 아니 pubmed에 그렇게 목을 매다면서 자기가 기초과학에 정통하다는 걸(인터뷰 내용을 보아하니 그렇지도 않지만) 왜 강조하는데? pubmed가 의학논문 검색 서비스라는 걸 모르고 사용하는 걸까?
그리고 황우석이 주장하는 곰팡이 오염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 세포생리학 연구자인 '설'이 그렇게 항생제에 정통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의사가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양액에는 당연히 적정농도의 항생제가 포함되고 오히려 세포배양에서는 박테리아보다는 진균오염이 더 위험하다는 걸 '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신속한 배양액의 산성화로 쉽게 cell death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테리아보다 곰팡이 오염이 세포배양에서 더 해결하기 힘든 과제다. 근데 설은 이게 황우석이 무식하다는 증거란다.. 하긴 대장균을 배양하는 '설' 입장에서는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고 배양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멋대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cell-line CO2 incubator,,, 잠시 정전으로 몇시간 불이 꺼져도 CO2 incubator 문을 여닫지 않은 상태라면 내부 온도나 습도와 CO2 농도에 큰 변화가 없다....vital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말이 쉽지 곰팡이에 배양 디쉬가 전멸되는 것은 그리 쉽게 일어날 상황은 아니다. 물론 띨띨한 '설'의 주장과는 달리 곰팡이가 박테리아보다 더 위험하지만 말이다.
다만, 뭐 사실 브릭의 소리마당이란 곳이 그렇게 신뢰할 만한 곳은 아니라는 데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브릭에는 스템 셀 연구자가 거의 없는 걸로 보여지고 더군다나 통상의 임상이나 임상 전단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슬쩍 황우석의 척수손상 개의 치료에 대한 의혹을 브릭에 올려봤더니 아무도 제대로된 답변을 못했다. 아니 거의 못했다고 봐야겠다. 기껏 인터넷 검색한 쓰잘데 없는 링크나 달아줬을 정도니까.
아무튼 설의 무지한 인터뷰를 보아하니, 그냥 추측과 허접한 지식을 통해 황우석의 논문 조작 사실을 오히려 반증하려는 술수가 아닐까,,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나는 황우석의 논문 조작은 한국적 상황하에서의 질낮은 통상적 조작행위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가 사이언스 紙에서까지 그 질낮은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설'이란 자까지도 태연하게 자신의 논문 조작 사실을 공개하며 당연하다고 주장할 정도니까 그가 황우석에게 동정을 느끼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황우석이 추접스런 이유는 솔직하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밝히지 않고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며 술수를 부리기 때문이다. 엊그저께 보도된 3만 달러(혹은 5만 달러) 전달 뉴스를 듣고 있자니 이제는 기가 질릴 정도다.
이제 고백하지만, 사실 나도 수련 시절 어느 환자 lab을 조작해서 마취의가 수술을 못하도록 만든 적이 있다. 이건 아주 희한한 lab이었는데 칼륨 농도가 3.5mEq/L 이하면 마취의가 당장 수술을 거부하게 되는데 마침 칼륨이 3.3으로 걸린 것이다. 그러자 담당 레지던트 선생은 사색이 되서 마취과 선생들에게 사정을 했다. 지금 당장 lab을 해서 3.5이상을 확인시켜 드리겠다고. 그래서 치프 선생이 마취과와 쇼부를 본 것이 바로 샘플을 해서 내가 들고 뛰어서 응급lab(GEM이라고 중환자실에 있는 간단한 gas-electrolyte analyzer가 있었다)을 해서 3.5이상이면 마취의가 수술을 할 수 있게 해주도록 했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번 lab은 정상이 나올 것이 분명해 보였고, 졸린 오후에 배를 갈라 자궁 적출하는 걸 정말 보기가 싫었기 때문에 내 선에서 이 수술을 그만 두도록 하려고 머리를 굴렸다. 바로 샘플에 표준혈청은 타는 것이다. 칼륨은 normal range가 좁고 또 10의 마이너스 6승의 order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 섞으면 0.5나 1.0따위의 어이없게 낮은 level이 나오게 된다.
내 머릿속에선 대충의 비례식이 그려지고 있었고 중환자실에 도착해 펜으로 slip지 뒷면에다가 열심히 계산을 했다. 샘플의 양은 약 5cc로 잡았고 환자의 칼륨 level이 4.0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어찌어찌 비례식을 세워서 열심히 풀었다. 정답은 1.5cc 가량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샘플의 양이 확실히 5cc가 안돼 보이고 또 괜히 지나쳐서 칼륨 level이 너무 낮게 나오면 resample을 할 우려가 있기에 정확히 1cc만 탔다. 그리고 샘플을 기계에 걸었다. 결과는 3.1인가 3.2던가, 하여간 나도 의심 안받고 resample도 안하고 수술도 그만 두게 만든 가장 이상적인 level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어찌보면 통상적인 논문 조작보다 더 중요한 lab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나는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과연 황우석이 이 정도의 용기가 있을까? 그의 마음 자체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동 특성을 분석해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황우석의 자살 가능성이다. 게다가 황우석은 持病인 조울증이 있다. 황우석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엔 무드가 업이 아니라 다운 상태였던 걸로 보여지고, 따라서 가만두면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입원실은 창문이 폐쇄 창이라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투신을 못한다. 또 병실에 의사 셋이 지키고 있으니 목을 매달 수도 없다. 그런데 입원 환자가 외출하며 싸돌아다니면 나일롱 환자로 의심해 당국에서 고발해야 하는데 왜 그냥 놔뒀을까,,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황우석의 무드가 업인 상태같다. 무드의 전환으로 의기양양해진 그의 행동 특성으로 볼 때 그가 사실을 고백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뭐, 어차피 황우석은 과학계에서 매장됐지만 이런 사람을 계속 과학계에 두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이라는 띨띨한 애까지 설치면서 혹세무민하는 형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황우석에게 뭔가 과감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첫댓글 자 또 새로운 글이 나왔네요. 딴지에서 인터뷰했던 '설'의 말이 맞는 것인가. 이 사람의 말이 맞는 것인가... 완전 의학심리서스펜스 시리즈물이라고 해야하나..
이 글이야 뭐 딴지 원문의 부분적인 부분를 반론한 거지, 전체적인 주제에 대한 반론은 아닌 듯 합니다.
지식의 측면으로 브릭이나 디씨들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던 사람인데, 그 지식들에 관한 반론이니 당연히 새로울 수 밖에요.
그저 인터뷰 내용을 맹신하지는 말라는 의미에서 퍼온겁니다.
과학자들 저마다의 자존심이 점점 사태를 걷잡을수 없는 미궁속으로 몰아넣는듯한 느낌...솔직히 이제는 그냥 모른척 하고 싶습니다...;;; "이제 고마 해라~ 다~ 잘났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