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장희한
저는 지금 잠을 자려고 형광등을 꺼버렸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어제 읽던 책 속의 이야기가 반딧불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친구들의 이야기나 순임이가 그려져 있군요 책을 덮고 불을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습니다 이럴 땐 옛날에 했던 것처럼 기억의 창고에서 오래된 형광등을 꺼내어 퓨즈를 꽂았습니다 하도 오래되어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더니 반딧불로 깜빡이던 불빛도 함께 사라지고 없습니다 얼마를 지났는지 모릅니다 내 몸에 퇴수물이 흐르는 곳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물이 차서 수문을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꺼버린 반딧불이 깜빡입니다 날이 새면 읽혀질 책들 무엇으로 책으로 엮일지 지금은 읽던 책을 뒤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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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날이 새면 읽혀질 책들
무엇으로 책으로 엮일지 지금은 읽던 책을 뒤적입니다